통신 요금 인하 전쟁 누가 웃을까?

[강희종칼럼] 통신 요금 인하 전쟁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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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요금 인하 전쟁 누가 웃을까?


KT, SK텔레콤, LG U+(LG유플러스, 구 통합LG텔레콤) 등 통신 3사가 요금인하 경쟁을 시작했다. 통신사들이 획기적인 요금제를 내놨다는 소식이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들어도, 읽어도 요금제가 쏙 들어오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요금제를 꼬아놓을 대로 꼬아놨기 때문이다. 어떤 곳은 50%의 요금 인하 효과가 있다고 자랑을 한다. 과연 요금 인하 효과는 얼마나 있는 것일까?
 


최근 통신 3사가 잇따라 내놓은 요금제는 엄밀히 말해 요금을 내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내놓은 요금제의 특징은 온 가족이, 혹은 가구 전체가 하나의 통신사를 쓰면 요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묶는 방식과 깎아주는 방식은 세 회사마다 다르다. 나름대로 자신들의 손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리저리 비틀어놨다.


그 속을 들여다보자. 가장 먼저 가구단위 요금제를 발표한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의 ‘온국민은 요’요금제는 우선, 가입자가 가족 수에 따라 요금 상한액을 9만원, 12만원, 15만원으로 설정한다. 예를 들어 2인 가족이면 9만원, 3인가족은 12만원, 5인가족은 15만원이다. 이렇게 하면 설정한 금액의 2배까지는 휴대폰,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등 통신 상품을 아무리 써도 설정 금액까지만 받겠다는 것이다.


이어 KT는‘올레 퉁’요금제를 출시했다. KT의 ‘올레 퉁’은 이동전화 사용량에 따라 세 가지 상품(10만원/13만원/16만원) 중 선택해 가족끼리 공유해 사용할 수 있고, 초고속인터넷과 IPTV, 집전화 등 유선 서비스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무료 통화는 세 가지 상품 각각 6만원, 11만원, 16만원 상당이다. 올레 퉁은 ‘쿡퉁’과 ‘쇼퉁’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모두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간 통화 무제한 무료 등 추가 혜택도 받게 된다. 타사 이동전화로 거는 것을 제외한 유선전화 통화는 무제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올레 퉁에 가입한 가족간 통화는 무제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홈상품은 이동전화 회선 수 기준으로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이 무료 수준으로 서비스된다. 가족이 2회선을 사용하면 집전화가 부가로 서비스되고, 3회선은 초고속 인터넷, 4회선은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 5회선은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 IPTV가 제공된다. 집전화는 인터넷전화로 대체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대략 비슷해 보이는 요금제이지만 차이점이 있다. 우선, 묶을 수 있는‘가족’의 개념이 통신사마다 다르다. SK텔레콤은 가족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 본인 및 배우자의 자녀와 부모, 형제자매를 모두 포함한다. 주소지가 같지 않더라도 가족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5회선까지는 쉽게 묶을 수 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주소지가 같은 본인 직계 가족만을 대상으로 삼는다.


KT와 LG유플러스는 모두 정액형 상품이지만 LG유플러스의 경우에는 정액형이라 하더라도 이 용량이 정액 요금보다 많을 때는 2배까지는 초과요금을 받지 않고 적을 때는 실제 이용량만큼만 요금이 청구된다. KT는 실제 이용량이 적더라도 정액 요금을 모두 받는다.


KT의‘올레 퉁’요금제는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에 모두 가입해야 이용할 수 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동전화 가입자 수에 따라 요금할인 및 감면 폭이 다르게 적용된다.

가족 통합 요금제가 다른 것은 각 사의 전략적 선택이다. 유선에서의 강점이 있는 KT는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중심으로 요금제를 설계하고, 무선의 강점을 지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동전화 가입자수를 기준으로 요금제를 만들었다.


통신 3사가 가족단위 요금제를 잇따라 내놓은 것은 약간의 이익이 줄더라도 가입자 수를 최대한 끌어 모으고 지키기 위해서다. 일단 가족끼리 묶어 놓으면 다른 통신사로 가입자를 빼앗길 염려가 적기 때문이다. 한명의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십만원의 보조금과 경품을 제공해야 하는 현재의 통신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이렇게 요금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요금을 할인해주니 당장의 매출은 감소하겠으나 가입자가 더 늘어난다면 매출은 회복될 수 있다. 또, 마케팅 비용을 덜 쓰니 그만큼 순익을 더 올릴 수 있다. 결국 통신사들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가족 단위 요금제에 가입하면 요금 할인 혜택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어느정도 호응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입자들이 저렴한 요금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하나의 통신사에 가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기존에 쓰던 통신사를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해마다 초고속인터넷을 바꿔가며 20~30만원의 경품을 받는데 익숙한 ‘철새’가입자라면 이같은 가족단위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꺼려질 수도 있다. 또, 이미 핵가족화된 시대에‘가족’의 개념이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