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년의 명과 암

[강희종칼럼] 아이폰 1년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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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8일로 애플 아이폰이 국내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28일을 전후로 아이폰 도입 1년을 조망하는 언론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폰을 국내 출시했던 KT도 그 성과를 내세우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아이폰은 분명 정보통신(IT) 업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누가 처음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폰 쇼크’라는 말이 참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아이폰으로 촉발된 변화가 우리 스스로의 동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마치 조선조말에 쇄국 정책으로 일관하다 외세에 의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꼴이 돼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엔 우리 기업들이 조기에 적절히 대응해 위기를 빨리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폰이 우리 사회에 불러일으킨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개방과 공유의 정신과 혁신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편리한 사용자환경(UI)과 풍부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아이폰의 UI는 국내 모든 기업에게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말로만 소비자 제일주의를 외쳤을 뿐 실제로는 자기들이 팔고 싶은 것만 보여줬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반면, 아이폰의 획기적인 UI는 소비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세계의 휴대폰 제조사들이 뒤늦게 아이폰 따라잡기에 나서야 했다.

애플은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확대를 위해 과감하게 개발도구(SDK)를 개방하고 개발자들에게 70%의 수익을 배분하는 획기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전세계 개발자들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섰으며 그 결과 앱스토어는 쓸만한 콘텐츠들로 가득찼고 아이폰 사용자는 급속히 늘어났다.

과거 이동통신사들은 무선인터넷 공간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며 그 속에서 수익을 챙겼다. 개발사들과는 철저하게 갑-을의 관계를 유지했다. 애플의 앱스토어 모델이 성공을 거두자 그 뒤 등장한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개방하고 개발자들에게 70%의 수익을 배분했다.

애플이 아이튠스를 개방함으로써 일궈낸 성과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 IT 기업들의 성공 모델로 정착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올레마켓’, ‘T스토어’, ‘오즈스토어’ 등 이제야 앱스토어 모델을 따라하고 있다. 그리고 자사의 핵심 자산들을 협력사에게 개방함으로써 건전한 IT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아이폰 도입전인 2009년 11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46만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 11월 기준 스마트폰 가입자는 570만명으로 작년 11월 대비 12배 가량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통신사들은 스마트폰 가입자 유치를 위해 앞다투어 데이터 요금을 내렸으며 와이파이(WiFi) 등 무선 인터넷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했다.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의 생활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 엄청난 요금 때문에 엄두도 못내던 무선인터넷 접속을 자유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저렴하게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무선인터넷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우리나라 1인당 월평균 스마트폰 트래픽은 271MB로 세계 평균(85MB)의 3.2배에 달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생활이 편리해지면서 트위터, 페이스북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사용량도 크게 증가했다. 주요 SNS 방문자 수는 지난해 대비 평균 350% 증가(9월 기준)했다. SNS는 종전 인터넷 커뮤니티보다도 빠르고 강력하게 여론을 주도하는 매체로 성장했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은 SNS를 통한 인기 관리가 필수처럼 돼버렸다. 기업들도 SNS를 홍보 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열풍은 스마트 패드, 스마트TV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하는 문화도 바뀌어 ‘스마트워크’ 시대를 열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사무실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됨에 따라 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이폰이 도입된 지난 1년은 준비운동이나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 가입자는 내년말 1500만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가정과 일터, 사회의 문화의 변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도입으로 인해 우리나라 가계 통신비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데이터 요금이 내려갔다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월 5~6만원의 요금이 소요된다. 4인 가구가 모두 스마트폰에 가입한다면 2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것이다. 그만큼 통신사들의 매출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스마트폰은 일반폰보다 비싸다. 스마트폰 가격에 거품은 없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각종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자신에게 스마트폰이 얼마나 필요할지, 얼마나 활용할지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확실히 최근 보이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과열 양상은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조장한 측면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