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처리 ‘0’ 국회 미방위

[종합] 법안처리 ‘0’ 국회 미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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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2월 임시국회에서 결국 좌초됐다. 작년 9월 정기국회 이후 계류법안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방송사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를 하는 방안을 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결국 파국을 맞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간 치열한 책임공방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부 의원은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초 국회 미방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27일 새벽 130분까지 머리를 맞대고 120개가 넘는 법안의 심사를 마쳤다. 그리고 오전 10시와 11시에 정식으로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법사위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7일이 되자 일부 보수언론이 일제히 국회 미방위의 방송법 개정안 일부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태가 급변했다. 당초 여야가 합의한 사항중 방송사 노사동수 편성위원회를 두고 일부 보수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독소조항 통과시킨 4인방이라는 기사를 통해 여야 의원 2명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여야가 합의한 상황에서 처리를 기다리는 법안 중 방송사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민영 방송사의 편집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합의한 방송사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나섰다. 김기현, 박대출, 이상일, 이우현 의원(이하 새누리당)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상파 방송 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에도 편성위 구성을 강제하는 것은 민간 방송사들의 편성력까지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어긋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자신들이 합의한 내용에 대해 보수언론이 비판하고 나서자 즉각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에 이우현 의원은 성명서 발표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자신들의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 대해 "(미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어제 논의 과정에 있었지만, 너무 어처구니 없는 법이어서 말을 안하고 있었다"도 전했다. 자신들의 입장 번복이 보수언론의 문제제기때문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불만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 의원은 방송사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의무화에 대해서도 "국회가 국정감사 등으로 (공영방송사에 대한) 감독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까지 도입하는 것은 언론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책임없는 보이콧에 비판이 쏠리고 있다. 국회 미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해 국회방송공정성특위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두고 2월 임시국회 처리에 난색을 보이자 민주당 의원들이 한 발 물러나는 액션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합의된 내용을 재차 번복한 것은 엄청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일부 보수언론의 문제제기에 부랴부랴 자신들의 입장을 번복한 점과 더불어, 소위에서 대기 중이던 개인정보 보호법, 단말기 유통법, 원자력 안전법 등의 처리도 줄줄이 중단된 부분에 대한 책임론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새누리당의 보이콧 선언이 있던 직후 공개적으로 보수언론에 휘둘리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한편, 방송사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의 당위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유 의원은 "방송법 1조를 보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공영과 민간이 모두 지켜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주파수가 공공재이기 때문에 방송법은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을 구분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공영방송은 물론 민영방송에도 방송의 공공성이 전제된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새누리당의 입장 선회에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보수언론의 지적에 자신들의 입장을 바꾼 새누리당을 강력히 비판하는 한편, 재승인 심사를 앞둔 종편에게도 공정방송을 할 의지가 없다며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이처럼 여야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자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접촉을 갖고 28일 오전 미방위 법안심사소위를 다시 열어 법안을 심의하기로 절충했다. 하지만 결국 28일에도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파국을 맞이했다. 이에 미방위 여당간사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28일 오후 본회의 산회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금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보낸 마지막 제안을 야당 원내지도부가 거부하면서 미방위에 오래 쌓여있던 현안 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까 했던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막바지 법안소위에서 패키지로 심사된 개인정보 관련 보호법, 원자력 안전 관련법, 원전비리 예방법,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등은 다 야당도 이견이 없는 법"이라며 "(민주당은)그런 법도 볼모로 잡아 방송에 대한 부당한 요구를 강제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방위 야당간사인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미방위와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까지 합의한 방송공정성 법안 등 100여건이 무산된 이번 사태의 책임은 100% 이상 새누리당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수석부대표까지 사인하고 본회의 통과 합의까지 있었는데 합의를 헌신짝 버리듯이 하며 여야간 신뢰를 무너뜨린 새누리당의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미방위가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방송-ICT 관련 법안도 모두 올스톱 상태가 됐다. 미방위가 19대 국회 들어 자체 발의를 통해 처리한 법안은 지난해 72일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안,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5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