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된 연출로 진실 왜곡” … “낙인찍은 전제 자체가 잘못”

“의도된 연출로 진실 왜곡” … “낙인찍은 전제 자체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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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리즘 필요성엔 공감, 그러나 …

“의도된 연출로 진실 왜곡” … “낙인찍은 전제 자체가 잘못”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논란으로 불거진 ‘PD저널리즘’을 두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을 통해 드러난 PD저널리즘의 문제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에서는 PD저널리즘이 의도된 연출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과 이에 대한 반박이 팽팽하게 맞섰다.


발제자로 나선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는 “PD저널리즘은 일부 소수의 밀폐 폐쇄된 작업 공간에서 호흡과 코드가 맞는 ‘도제’식의 협소하고 사적인 인관관계의 시스템에서 프로그램이 기획될 수 있다”며 의도된 연출과 드라마틱한 화면구성으로 ‘뉴스’가 아닌 ‘기획’된 화면으로 전달되는 PD저널리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최근에 사회현상을 추적하기보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나머지는 이에 맞춰 짜깁기를 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며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현재의 PD저널리즘이 게이트키핑 기능은 없고 주관적 판단이 객관적 진실을 압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트키핑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현재의 PD저널리즘 시스템이 PD수첩 문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 역시 “MBC 방송사에 노조가 등장함으로써 이를 매개로 건전 비판과 균형과 견제가 사라지고 누가 누구를 나무랄 수 없는 분위기가 되었다”며 MBC방송사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일부 PD들의 전횡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도 “조직적 차원의 게이트키핑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의라고 생각하는 주관적 감정에 휩쓸려 감성적 설득장치를 극대 활용한다면 왜곡된 스토리가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며 PD저널리즘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에 이강택 KBS PD는 “논의 자체가 PD저널리즘과 MBC방송사에 문제가 있다고 낙인을 찍고 시작하고 있다”며 PD수첩 보도가 왜곡됐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논리 자체에 비약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PD는 그동안 지적된 PD수첩 광우병 보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며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주장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공장형 축산 반대운동이다. 광우병은 공장형 축산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것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광우병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한 운동이다.”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에 대해서 vCJD와 CJD의 차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하는데 CJD에는 sCJD, iCJD, fCJD,vCJD의 4가지 유형이 있고, CJD는 vCJD의 상위 카테고리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대해 신경외과 전문의 AJ 바롯 박사는 당초 vCJD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혔고, 대부분의 미국언론들도 동일한 시각을 보였다. 이에 대한 의역은 오역이 아니다.”


“한국인의 유전자형만으로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허위보도라고 한다. 그러나 MM형 유전자의 비율이 높은 집단이 광우병 발생에 취약하다는 것은 과학계에서 인정돼온 사실이다. 이는 광우병에 대해 국내 최고 권위자인 김용선 한림대 교수가 제기한 것이고 학계에선 거의 이의제기가 없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벼락을 맞을 확률과 유괴를 당할 확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거의 비슷하다. 벼락을 안 맞기 위해 피뢰침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유괴방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한다. 그런데 왜 광우병을 논의하면 안 되는가”라며 이것 자체가 문제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양 사무총장은 최 교수의 발제에 대해 “<취재파일 4321> <시사매거진 2580>과 같이 기자들이 만드는 탐사보도물도 있다. 기자들이 만드는 탐사보도물과 PD들이 만드는 탐사프로그램의 제작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며 최 교수의 주장은 탐사프로그램을 비난한 것이지 PD저널리즘을 비난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으나 PD저널리즘의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을 표시했다.


진 의원은 “PD저널리즘은 어떤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구조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심층보도에 대한 사회적 요청을 수용한다”며 PD저널리즘이 우리사회에 필요함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