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방송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

[기고] 지상파 UHD 방송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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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이상진 SBS 박사] 2017년 5월 말에 세계 최초로 개국한 지상파 UHD 방송은 2018년 많은 진전을 이뤘다. 지상파 양방향 서비스인 ‘TIVIVA’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2.0으로 업그레이드했고, 4K UHD 방송과 동시에 전송이 가능한 모바일 방송 실험도 계속 이어갔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OBS(Olympic Broadcast Services)와 국내 방송사가 10여 개의 종목을 4K UHD 방송으로 직접 제작해 국제 신호로 송출했고, 러시아 월드컵은 전 경기를 4K HDR(High Dynamic Range) 영상으로 방송했다. 이러한 성과는 9월에 열린 ‘55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대통령과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시연을 보이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상파 UHD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낮은 상태고, 직접 수신율 향상도 기대만큼 향상되지 않고 있다.

본 고에서는 올 한해 지상파 방송 3사가 함께 추진해온 UHD 방송 관련 성과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과제 등에 다뤄 보고자 한다.

◊ 2018년 지상파 UHD 추진 내용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대형 국제 이벤트가 있어서, 방송 3사는 지상파 UHD 방송을 널리 알릴 기회라 생각하고 다양한 준비를 했다.

먼저, 단방향 지상파 방송을 양방향 서비스로 만들어 평창 동계올림픽 특별관과 함께 업그레이드한 ‘TIVIVA 2.0’ 서비스를 선보였다. 가전사와 방송 3사, POOQ이 협력해 지상파 UHD 방송을 직접 수신할 경우, 별도의 유료방송 가입이나 셋톱박스 없이 다양한 실시간 방송과 다시 보기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RF 방송과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의 인터넷 기반 OTT 서비스를 구축한 것이다. 여기에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지상파에서 방송을 내보지 않는 올림픽 경기 중계도 시청하고, 못 보고 지나간 주요 경기 장면도 하이라이트나 VOD로 시청할 수 있도록 ‘평창올림픽 특별관’ 서비스도 제공했다. 이 기간에 UHDTV를 구입한 시청자에게는 가전사가 직접 안테나를 실내에 설치를 해주고, 방송사는 ‘TIVIVA 2.0’ 3개월 무료이용권을 제공하는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림 1. TIVIVA 1.0 (상) 서비스와 TIVIVA 2.0(하) 서비스
그림 2. 평창 동계올림픽 특별관 서비스 화면(상)과 실제 UHDTV에서 이용 중인 화면(하)

특히,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OBS와 특별히 계약해, 올림픽 전 경기를 생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한 특별관의 야심 찬 서비스는 많은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 서비스는 올림픽 중계권이 없는 다른 유료방송사업자는 불가능한 서비스로, 지상파 방송사의 양방향 OTT 서비스만의 차별화 서비스로 주목을 받은 것이다.

TV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 외에도 이동 중에도 HD급 이상의 화질로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모바일 방송도 시범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가전사, 연구기관 그리고 방송사가 함께 수개월간 IOC와 협의를 했으며, 다행히 허가받은 차량만 운행할 수 있는 올림픽 정식 수송 구간에 모바일 방송 시연 버스를 올림픽 기간 내내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었다. 이 시연 버스의 루트는 피겨스케이트, 쇼트트랙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와 전 세계 기자단이 머무는 글로벌 미디어 빌리지, 그리고 미국의 NBC 기자단이 별도로 묶는 호텔을 하루 6~10회, 2주간 운행을 했다. 이 시연 버스 안에는 기존 고화질 DMB와 UHD 모바일 방송 간의 화질 및 지연 시간 비교 시연, 그리고 40인치 TV와 이동 수신 디바이스인 태블릿 PC를 탑재해, 차량을 이용하는 전 세계 미디어 종사자들이 이동 중에도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경기 방송을 확인할 수 있어 많은 찬사를 받았다. 미국의 지역 지상파 방송사는 3분가량의 특별 리포트를 내며 “방송 서비스의 차세대 혁신을 엿볼 수 있었다”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림 3. 평창 동계올림픽 UHD 모바일 시연 차량(좌), 차량 내부 시연 장비(우) 및 시연 루트(하)

그리고 6월 러시아 월드컵 기간에는 4K UHD 화질에 HDR 기술을 도입해, 더욱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방송을 중계했다. 또한, 일부 경기지만 오디오도 기존 스테레오나 5.1채널을 뛰어넘는 5.1.4채널(5.1채널 오디오에 높이가 다른 4개 채널을 더해 방송하는 기술) 실감 오디오 방송도 일부 시범적으로 방송을 하기도 했다.

그림 4. 2018 러시아 월드컵 4K UHD HDR 중계방송 화면
사진 출처 : 네이버 ‘촬영감독 나종광’ 블로그 – “4K UHD로 시청한 2018 러시아 월드컵”

9월에는 방송사가 함께 수도권에서 모바일 방송이 수신이 잘 될지, 필드테스트를 시행했다. 방송 3사가 함께 서울 강남/강북권 도심지의 주요 도로와 경기도 평택까지의 주요 국도에서 방송사가 현재의 UHD 송신망으로 송출하는 UHD 모바일 신호가 어느 정도 수신이 되는지 실제 필드에서 측정한 것이다.

그림 5. 서울/수도권 UHD 모바일 방송 필드테스트 차량

필드테스트 결과는 다행히 만족스러웠다. 서울 도심지에서는 측정한 전 구간에서 끊김 없이 시청이 가능했고, 수신 전계강도도 DMB보다도 더 낮은 신호 레벨에 수신이 됐다. 또한 수도권에서도 서울에서 오산까지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양호하게 수신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앞으로 기간국급 대형 송신소 외에 중소 규모의 중계소에도 UHD 송신 시설을 완비한다면 UHD 모바일 신호의 수신 성능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 UHD 추진의 한계
출범한 지 1년 남짓 지난 지금 상황에서 지상파 UHD 방송의 활성화는 아직도 먼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TV라는 디바이스 안에서 지상파 방송이 플랫폼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대인 IPTV 플랫폼은 이미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며, 게다가 그 성장세도 높기 때문이다.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5G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전에, 그리고 통신사가 높은 자본과 기술력, 서비스 영업능력 등으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에, 우리가 경쟁력 있는 TV 양방향 서비스를 만들어서 지상파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를 우리 플랫폼의 이용자로 전환시켜 이들의 시청 이력과 관련 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편익을 창출하고자 했었던 당시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지금 지상파 UHD 서비스는 미약할 따름이다.

즉, TV방송 플랫폼 시장에서 시청자를 가입자로 끌어모으는 통신사의 능력을 방송사가 능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미 가구 수로는 유료방송 시장이 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수는 가구 수를 추월해 현재 인구 1.6명당 1명이 유료방송에 가입한 수준이다. 이렇게 포화된 시장에서 케이블 가입자 수는 정체돼있고 반면 IPTV 가입자 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미 IPTV는 매출과 가입자 수 측면에서 모두 케이블방송을 추월했고, 이렇게 IPTV 가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원동력은 케이블 사업자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인터넷망의 품질과 ‘인터넷+TV 결합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여기에 이동 통신 결합을 통해 시청자는 거의 무료에 가까운 방송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며, 나아가 약정 기간에 따라 다양한 마케팅 보너스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통신사 결합 상품의 위력(현재 IPTV의 가입자 중 결합상품 가입자 비율은 75.8~83.9%임)은 과거 시장 지배적 사업자였던 케이블 방송사의 신규 가입자 유치를 어렵게 만들었고, 통신사와 비슷한 가격 경쟁력과 마케팅으로는 신규 가입자 확보와 기존 가입자 유지마저 어려워 통신사 M&A를 통해 흡수 합병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앞으로의 상황은 통신사의 전망이 더 밝은 것도 현실이다. 2019년부터 시작될 5G 서비스는, 가까운 미래에 광케이블 설치가 어려운 지역까지도 ‘초광대역 5G 무선망’을 통해 ‘무선’으로 ‘기가 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HFC(Hybrid Fiber Coaxial)망이 주력인 케이블 사업자는 넘볼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따라서 케이블 사업자가 제4이동통신을 검토하며 시장에서 생존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품 결합을 할 수 있는 인터넷망과 모바일 통신 서비스도 없고, 가입자를 끌어모을 마케팅 능력도 낮은 지상파 방송사가 TV라는 디바이스를 통해, 가입자 기반의 플랫폼 영향력을 높이는 것은 아무리 지상파 방송사가 유료방송이 하는 양방향 서비스와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를 하더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이미 유료방송 리모컨으로 TV를 시청하는 시청자의 행태를 직접 수신을 기반으로 하는 지상파 시청자 혹은 가입자로 바꾸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 앞으로 추진할 과제
이렇듯 방송사는 미디어 시장에서의 플랫폼 영향력을 높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가 가지고 있는 공적 영역에서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를 다하면서,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플랫폼으로 다시 거듭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통신사가 하고 있지만, 방송사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은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재난 상황에서의 역할일 것이다. 물론 통신사는 재난 시에 긴급 문자 서비스인 CBS(Cell Broadcasting Service)를 통해, 전국적으로 설치된 통신망을 이용해 단문 문자로 재난 발생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서비스를 이미 하고 있다. 다만 ‘경주 지진’이나 ‘아현동 통신구 화재’ 때와 같이 정작 재난이나 재해 손해를 입은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 재난 정보 전달이 안 된 상황이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이 지상파 UHD 방송 기술인 ‘ATSC 3.0’에 이미 반영돼 있어, 지상파 방송사가 재난 안전 사각지대를 충분히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ATSC 3.0에는 ‘Bootstrap’이라고 불리는 신호 안에 재난 발생 여부를 알리는 ‘재난 경보 알림 비트’를 송신할 수 있게 돼 있고, 더불어, 방송 신호 안에는 구체적 재난 정보를 시그널링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경보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이 시그널링 정보 안에는 ①재난 경보를 받는 대상에 대한 정보(전 국민이 될 수도 있고, 특수한 계층인 소방관이나 경찰관들만 수신 가능하도록 할 수 있음), ②재난 발생 위치와 시각, ③재난의 내용, ④재난 관련 추가 미디어 정보, ⑤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URL 주소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어, 통신사의 단문 서비스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면, 기존 단순 문자로만 받아보던 정보 이외에 구체적 재난 상황과 대피 방법 등을 알 수 있어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상파 UHD 방송망의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상파를 중심으로 하는 ‘재난 경보 서비스 고도화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기존 통신을 이용한 정보 전달을 뛰어넘는 공공 미디어 디바이스에도 재난 정보를 알리는 시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림 6. 지상파 UHD 방송을 활용한 재난 경보 서비스 고도화 사업

주로 빌딩 옥상 등에 위치하고 있는 옥외 전광판에 지상파 UHD 방송망을 통해 전달되는 재난 알림 경보를 수신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아 경보 메시지를 표출하는 서비스로, 야외에 활동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손쉽게 대형 재난이나 재해 정보를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휴대폰이나 TV를 볼 수 없는 바깥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동시 전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림 7. 지상파 UHD 방송을 활용한 옥외 전광판 재난 경보 메시지 송출 서비스 예시

옥외 전광판뿐만 아니라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탑재된 디스플레이에 재난경보를 전달하는 시범 서비스도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 내부 혹은 정거장 알림판 등에 재난경보를 알리는 방안으로, ATSC 3.0 수신 동글을 각 버스나 지하철 등에 설치된 디스플레이 부착해 이 신호 속에 포함된 재난 경보 정보를 표출하는 시범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을 구상 중이다. 이러한 대중교통 시설 내에 강력히 전파할 수 있는 재난경보 서비스는 ATSC 3.0 모바일 수신 기능도 활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렇듯 내년에는 지상파 UHD 방송이 재난 경보 전달 매체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이 UHD 방송을 편리하게 수신할 수 있도록 장기적 측면에서 지속해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방송사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정부와 가전사가 함께 노력해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1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