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는 진화 중, 우리는?

UHD는 진화 중,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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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4의 화두는 UHDTV로 수렴된다. UHDTV 시장규모가 2013년 29억7천만 달러에서 2014년 91억1천만 달러, 2015년 111억5천만 달러로 팽창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CES 2014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국내 UHDTV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방송 콘텐츠의 80%를 차지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역할이 결정적임에도 불구하고, 기술 표준 누락과 방송용 주파수 미배정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현재 세계 UHDTV 시장은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의 2013년 3분기 UHDTV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일본의 소니가 23.4%의 점유율로 1위를 수성하는 상황에서 최초로 2자리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전자(10.1%), 그리고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하는 LG전자(9.8%)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HDTV 시장에서 한국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일본 제조사의 기술력이 주목받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가전사들의 맹공이 연일 계속되는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는 CES 2014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소니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 제조사들은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UHDTV의 비전을 선보였으며 중국의 제조사들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빠르게 UHDTV 시장을 점유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보급형 UHDTV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세계 UHDTV 가격이 평균 1,120달러로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한 가운데 보급형 UHDTV를 둘러싼 시장 주도권 쟁탈전도 더욱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0~50인치에 해당되는 보급형 UHDTV의 경우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통한 점유율 확대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평가다. 보급형 UHDTV가 낮은 가격과 기술력을 무기로 전체 TV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UHDTV의 미래는 어둡다. UHDTV 발전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미국이 최근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반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제대로 된 정책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160개 지역 방송사를 보유한 싱클레어 방송그룹이 세계 최초로 UHD 실험방송을 시작했지만 대한민국은 UHD 정책에서 한발 뒤지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이 미국 FCC를 다녀와 “미국은 UHDTV 상용화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제 상황이 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UHD 육성 정책은 실질적인 발전과 정부의 정책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KBS를 중심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UHDTV 기술력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전략만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상파 UHD 표준화 모델을 의도적으로 기술 보고서로 하향 채택해 연구하도록 하는 한편, 방송용 필수 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대역 주파수의 활용처도 거대 통신사의 눈치를 보느라 쉽게 할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콘텐츠의 80%를 제작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UHDTV 경쟁력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UHDTV 경쟁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표해 CES 2014에 참석한 양문석 상임위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돌아가자마자 방통위와 미래부가 적극적으로 논의해서 조기에 지상파에 대한 주파수 할당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강력하게 설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양 위원은 바로 지금 UHD 진흥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다면 콘텐츠부터 제조, 유통에 이르는 문화주권이 송두리째 외산 UHD를 앞세운 외국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양 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700MHz 대역 주파수의 조속한 방송할당을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