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외에도 지상파 UHD 실험방송에 있어 각 지상파에 할당된 6MHz 폭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록 현실적인 이유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채널 재배치를 전제로 국민행복 700 플랜을 통해 6MHz 폭을 요구했다고 하지만, 이는 8k 시대를 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주파수다.
게다가 미래부가 UHD 전송방식에 대해서 유럽에서 SD를 HD로 전환하기 위해 2009년 제정된 표준이자, 최근 일부 사업자가 UHD 실험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DVB-T2(유럽방식)를 채택할 것인지, 아니면 2015년 말 미국을 중심으로 표준제정을 목표로 하는 ATSC 3.0(미국방식)을 채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특정 전송방식을 고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부분도 돌발변수다.
각 전송방식은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나 완성 단계에 도달한 DVB-T2가 활용 검증상태에 머물고 있는 ATSC 3.0보다 사실상 비교우위에 있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ATSC 3.0보다는 DVB-T2를 활용하는 것에 대승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추후 이 문제는 빠르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2000년 중반 디지털 전송방식 결정 당시처럼 정부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행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과 본 실험방송이 관련 없다는 미래부의 단호함과,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래부가 발표한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이 지상파 UHD 정책의 선순환과 상쇄되는 부분도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이처럼 지상파 UHD 전략이 정부의 지지부진함과 맞물려 확실한 동력을 구비하지 못하는 사이, 유료방송 사업자의 UHD 전략은 직관적이고 뚜렷하다. 특히 제조사와 손잡은 케이블의 비약이 상당하다.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과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의 회동을 계기로 케이블과 삼성전자의 UHD 셋톱박스 개발이 급물살을 타며 상용화 일정이 빠르게 잡힌 부분이 강점이다. 케이블 UHD 스펙은 4k-60fps로 예상된다.
그러나 케이블도 UHD 정책에 있어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비록 지상파와 달리 유료방송은 UHD 표준정합모델이 확정된 상황이라 상용화에 나서기에 수월하지만, 4월 10일 상용화에는 셋톱박스가 없는 UHD 시험방송이 될 공산이 크다. 이는 2014년에 제작된 국내 제조사의 UHDTV로만 시청이 가능한 제한적인 ‘시험’이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CJ헬로비전과 씨앤앰, 티브로드의 권역인 37개 지역에서만 UHD 방송이 송출된다. 비록 5월이 지나면 케이블 빅4의 하나인 현대HCN이 합류해 전국 70% 이상의 UHD 커버리지를 가질 수 있지만 케이블 UHD 커버리지는 플랫폼 특성상 점진적인 파급력만 가질 확률이 높다. 이런 분위기는 HDMI 2.0을 지원하는 셋톱박스가 출시되는 올해 가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실제적인 케이블 UHD 방송은 전국 권역의 70% 이상을 커버리지로 삼는 5월을 기점으로 HDMI 2.0을 지원하는 셋톱박스 출시 일정에 달려있다. 늦어도 올해 말에는 완전한 형태의 케이블 UHD 방송이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 입장에서 UHD 콘텐츠 수급도 문제다. 지상파에 비해 낮은 콘텐츠 제작률을 보이는 케이블은 자체적인 제작 인프라로 UHD 콘텐츠를 수급할 수 없다. 물론 U-MAX(유맥스)를 활용하는 케이블 콘텐츠 제작사 홈초이스가 백방으로 뛰고 있으나 정상적인 수급은 어렵다는 후문이다.(3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