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어디까지 왔나(1)

UHD, 어디까지 왔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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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이 불꽃을 튀기는 가운데,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물론 제조사까지 뛰어든 플랫폼-콘텐츠 전쟁도 점점 가열되고 있다. 정부의 UHD 전략이 모호한 수준에서 ‘선언적 의미’를 더듬는 동안 각 방송 사업자의 경쟁과 합종연횡을 통한 치열한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발표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입각해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UHD 협의체 3개 분과는 연이어 로드맵을 공개하며 관련 정책 동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군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상파 분과는 방송 콘텐츠 제작의 80%를 차지하는 지상파의 지위를 고려해 700MHz 대역 주파수의 할당을 전제로 하는 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 구성을, 유료방송 분과는 표준정합모델을 바탕으로 하는 빠른 상용화 일정을, 콘텐츠 분과는 올포원 펀드를 통해 UHD 콘텐츠 수급을 위한 빠른 의사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래부의 경우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과 전파진흥기본계획을 통해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고 지상파에는 700MHz 대역 UHD 실험방송만 허가하는 선에서 정책적 판단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방통위도 올해 모든 방송 사업자의 UHD 상용화를 천명하면서도 700MHz 대역 주파수 공동 연구반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미래부의 스탠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방통위는 위원장 공백과 일부 상임위원의 결격논란으로 당분간 홍역을 치를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미래부의 로드맵인 ‘유료방송 UHD 추진-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 할당’의 기조에 암묵적 동의를 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실시한 700MHz 대역 주파수 보상경매에서 착안한 변종‘정책’을 통해 지상파 위성 UHD 가능성을 타진하는 헤프닝도 발생했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이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방안에 묶여 ‘유료방송 UHD 정책 추진, 지상파 UHD 추진 불확실’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는 사이 각 방송 사업자의 전투는 이미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측면에서 막강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의 UHD 영향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국내의 제조사와 송수신 인프라를 아우르는 방송 사업자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지상파 UHD다. 지상파 3사는 미래부로부터 700MHz 대역 주파수 실험방송을 허가받은 상황에서 해당 주파수의 할당 당위성과 무료 보편적 UHD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한다는 복안이다. 각 방송사는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폭 중 6MHz 폭을 활용하며 KBS는 비교적 상위대역인 66번 채널(782MHz~788MHz), MBC는 52번 채널(698MHz~704MHz), SBS는 53번 채널(704MHz~710MHz)로 UHD 실험방송을 실시한다.

이번 실험방송에서 KBS와 SBS는 기존 송신 사이트 또는 신규 사이트를 활용하여 지상파 UHD의 SFN 구현 테스트를 실시하고, MBC는 1개 채널을 통해 고정 UHD와 이동 HD를 동시에 전송하는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각 지상파 방송사는 4k 60P 실시간 인코더를 적용한 송수신 테스트, 기존 DTV 방송과의 커버리지 및 실내외 수신특성 비교, 브라질 월드컵 및 인천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실시간 중계방송 실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미래부가 700MHz 대역 주파수의 할당과 UHD 실험방송과는 별개라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향후 논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지상파 UHD 실험방송에도 암초는 있다. 우선 다른 방송 사업자에 비해 미래부 산하 TTA의 지상파 UHD 정합표준모델 제정과 상용화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다.

실제로 유료방송은 4월 3일 KT 스카이라이프가 UHD 방송 개국행사를 가지고, 4월 10일에는 케이블이 제주도에서 열리는 디지털케이블쇼 행사장에서 정식으로 UHD 상용화를 천명할 계획이다. 그 기간에 지상파는 ‘이제야 UHD 실험방송을 실시한다’는 오점을 남길 수 있다. 비록 일각에서 국내 방송정책이 신기술 도입에는 유료방송을, 방송의 기본적인 인프라 구성에는 지상파를 우선순위에 놓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지만, 그동안 KBS가 1, 2차 UHD 실험방송을 훌륭하게 수행했음을 상기하면 그리 설득력 있는 해설은 아니다.(2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