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이트 스페이스 발굴, 방송 망치는 졸속의 졸속?

TV 화이트 스페이스 발굴, 방송 망치는 졸속의 졸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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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시청 해소 및 UHD 발전 등의 이유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원하고 있다. 이에 지상파는 해당 주파수의 일부만 ‘빌려주면’ 4k, 8k로 넘어가는 미디어 격변기에 주파수 자원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국민행복 700 플랜을 발표하며 주파수 수급에 열정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TV 화이트 스페이스를 활용한 슈퍼 와이파이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전파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방송 대역 중 지역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TV 화이트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미래부는 지난 8월 TV 화이트 스페이스를 발굴해 슈퍼 와이파이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작업을 실시한다고 밝히며 MBC, 제주테크노파크, 케이블컨소시엄, 한국전력공사(자체부담), 위월드(자체부담) 5개 컨소시엄을 시범 사업자로 선정해 내년부터 정식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5개 컨소시엄은 미래부로부터 시범 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지난 5개월 동안 정부 지원금 3억5,000만 원과 자체 부담금(현물포함)을 포함해 총 16억4,000만 원을 투입해 장비를 개발했다.

   
 

하지만 TV 화이트 스페이스 발굴을 통한 슈퍼 와이파이 기술 등의 활용은 과도한 주파수 쥐어짜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디지털 전환 이후 방송이 활용하는 주파수가 상당 부분 축소된 상황에서 시청자의 시청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무분별한 TV 화이트 스페이스 발굴은 그 자체로 패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TV 화이트 스페이스 발굴은 방송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세밀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TV 화이트 스페이스 발굴을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데이터베이스, 즉 DB 작업이 졸속으로 치러진 부분은 커다란 부담이다. 최근 미래부는 TV 화이트 스페이스 발굴을 위한 DB 작업이 마무리되었다고 발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론은 실망 그 자체였다. TV 화이트 스페이스 발굴에 있어 방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준을 ‘방송사 허가증 내부의 방송구역’과 ‘전파 시뮬레이션 교집합’으로 단순하게 산출했기 때문이다.

방송전파가 도달하는 모든 지역을 1순위로 보장하고 TV 화이트 스페이스를 발굴해야 함에도, 미래부는 전파의 속성을 완전히 무시한 체 평면적인 DB를 구축했다. 심지어 수도권 특정 지역의 경우 만약 2개 이상의 방송 신호가 잡힌다면, 1개의 방송 신호를 무시하고 TV 화이트 스페이스를 발굴한다는 말도 나왔다. 또 TV 화이트 스페이스 발굴 당시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후의 DB 협의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미래부는 DB를 발표하며 추후 논의를 계속한다고 밝혔지만 전파의 속성을 완전히 무시한 졸속 행정처리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DB 발표장에서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이 “짧은 시간에 완벽한 DB를 구축했다”는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TV 화이트 스페이스는 지상파 방송의 혼간섭을 방지하여 방송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그야말로 ‘시청자 보호를 위한 대역’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를 TV 유휴대역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남아도는 주파수 자원인양 포장하여 다른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시청자의 시청권을 저해하고 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 존립 목적을 훼손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비난이다. 그런 이유로 2012년 9월 21일 구 방통위가 전파법의 하위 법령인 ‘무선설비규칙 개정(안)’을 통해 TV 화이트 스페이스 대역을 통신 서비스에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웠을 때 방송 진영에서는 강력히 반대했었다. 한 마디로 TV 화이트 스페이스는 지상파 방송 주파수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혼선 방지 마지노선’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를 슈퍼 와이파이같은 기술에 맹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보편적 방송 서비스의 붕괴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게다가 TV 화이트 스페이스의 필수조건인 DB도 졸속으로 작업되는 이상, 미래부의 야심찬 계획은 시작부터 휘청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