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놓고 학계 ‘갑론을박’ ...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놓고 학계 ‘갑론을박’
[지상중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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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물론 학계까지 엇갈린 분석을 내놓으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찬성하는 측은 “전 세계적으로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방송 산업에서 이번 M&A는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며 산업적인 부분을 강조한 반면 반대 측에서는 “방송 산업은 산업이 아닌 방송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방송의 공정성 및 다양성 침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미래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2월 3일 미래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 승인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개최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일자리 창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협상력 하락 △결합상품 가격 상승 △방송 공정성‧다양성 침해 등 방송 생태계 파괴 등 각각의 쟁점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 가능한가?…“어차피 내수 시장”

먼저 곽규태 호남대 교수, 김성철 고려대 교수, 남재현 고려대 교수,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등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승인해야 한다”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곽규태 호남대 교수는 “국내 모바일 동영상 시장의 80%를 유튜브가 잠식하고 있고 구글의 국내 매출이 1조 원대로 이미 유료방송 시장은 글로벌 경쟁 아래 놓여 있다”며 “한미 FTA, 한중 FTA 이후 전형적인 넛크래커(nut-cracker) 형국에 놓여 있는데 이번 기회에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성장 없는 정체, 퇴보 상태에서 기업이 솔선수범해 인수합병으로 변화를 모색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글로벌 추세에 부응하는,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빼면 적자 상황인, 점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유료방송 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을 시작으로 후속 인수합병이 나타나면 유료방송 시장에 국가대표급 사업자가 생기고, 이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세계 진출의 기반을 만들 수도 있고,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사업자를 방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재현 고려대 교수 역시 “10년 전에는 퇴근하면서 만화방, DVD방에 들러서 대여해서 보고는 했고 더 거슬러 올려가 20년 전에는 CD 판매점에서 CD를 사고는 했다”며 “이처럼 음악과 영화, 만화 등 콘텐츠 유통망은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점점 융합화, 대형화되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 역시 이런 시각에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자꾸 글로벌 경쟁력을 이야기하는데 국내 방송 산업 특히 플랫폼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글로벌 경쟁력과 큰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방송 산업에서의 인수합병이 세계적인 추세가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이 방송 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김경환 교수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또 최 교수는 “2014년 기준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경우 4,500억 흑자를 거뒀다”며 “케이블이 어렵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아직 적자를 기록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사업이 망할 것 같으니깐 아직 망하지도 않았는데 인수합병을 통해 활성화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자리 창출? 일자리 감소?

방송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권장원 대구카톨릭대 교수는 “케이블은 지역 경제와 관련이 있는데 지역 일자리 확보 등에 있어서 현재 상당히 회의적”이라며 “시장 실패인 상황에서 인수 여부보다는 정부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 초점을 맞춰 이런 부분에 얼마 투자할지 명확하게 논의하고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플랫폼 기업 하나에 딸려 있는 협력 업체가 많다. 씨앤앰을 예로 들면 약 23개의 협력 업체에 2,500여 명의 직원들이 있다. 씨앤앰보다 사업 규모가 더 큰 CJ헬로비전은 훨씬 더 많을 것인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진행되면 중복되는 협력 업체가 분명 있을 것이고 경쟁을 통해 중복되는 업체들 중 몇몇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은커녕 오히려 인수합병으로 줄어드는 인력 규모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先통합방송법 後인수합병 추진돼야”…“사회적 비용 초래할 수 있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방송법이 확정된 이후 인수합병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놓고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앞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긴급 간담회를 열고 “통합방송법이 개정 중에 있기 때문에 법이 확정된 이후에 딜이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 인수하고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분 소유가) 50%를 넘겨 개정된 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통합방송법은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으로 이원화돼 있는 규제를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일원화하는 것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하지만 통합방송법에는 전국 단위 사업자인 IPTV의 겸영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권 부회장은 “법이 개정되면 IPTV와 케이블 간 지분 소유율이 33%든 뭐든 결정될 것”이라며 “이미 정부에도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쳐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통합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겸영 제한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뜻이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도 권 부회장과 의견을 같이 했다. 김 교수는 “소유 겸영에 대해 논의된 바가 없는데 규제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판단하면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며 “지금 인수합병을 승인하면 추후에 통합방송법 근간의 틀도 고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역시 이 부분에 공감을 표하며 “방송법도 새롭게 개정해야 할텐데 이런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가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해서 룰을 만들자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진행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지만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는 “일단 인수합병을 승인하고 추후에 문제를 개선하자 한다면 사전 규제가 왜 있겠느냐”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측해서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독과점 심화 결국 다양성 문제로 연결될 것”

국민 과반 이상이 우려하고 있는 ‘특정 대기업의 독과점 심화’에 대해선 학계에서도 걱정을 토로했다. (우)우리리서치가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도출한 ‘참여연대 정책 현안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6%가 이번 인수합병으로 통신 및 방송의 독과점이 특정 대기업으로 심화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 사업자인 IPTV와 지역 사업자인 케이블의 합종연횡에 대한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독과점적 지위를 지닌다면 콘텐츠 판매로만 수익을 내야 하는 PP의 협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도 “이동통신 업계 1위 사업자와 케이블 업계 1위 사업자의 결합은 결국 지배력을 이용해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고, 이는 또 PP와의 협상력 문제로까지 이어진다”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플랫폼을 SK텔레콤이 장악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 PP가 받게 된다”며 “독과점적 지위로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으며 협상력 우위에 서게 되고 그렇게 되면 PP의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교수는 이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이 대기업이 플랫폼과 콘텐츠를 다 장악하게 되고 결국 다양성 문제와 연결될 것”이라며 “대기업이 장악한 미국 방송 시장은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고 우리는 이것을 막기 위해 소유 겸영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반복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어 나갔다. 하지만 찬반이 팽팽하게 갈려 토론회 내용보다는 정부가 어느 쪽 의견에 더 무게를 둘지 앞으로의 향배에 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공성, 공익성 개념 재정비해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개념을 시대에 맞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방송을 산업으로 볼 것인지 보편적 서비스의 관점으로 볼 것인지 논의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모두가 공존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논의하듯이 방송 산업을 보는 시각의 틀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김성철 교수의 의견에 공감을 표하며 공공성, 공익성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성철 교수의 의견과는 조금 달랐다. 김동원 교수는 “케이블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나왔고, IPTV는 쌍방향을 강조한 것과 같이 각 매체의 형태와 특성이 다른데 동일한 공익성으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