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기술쟁점’ 놓고 2차 격돌 ...

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기술쟁점’ 놓고 2차 격돌
새롭게 등장한 ‘빌 앤 킵’ 원칙 놓고서도 의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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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망 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지난 3월 항소심에 이어 이번에는 기술적 쟁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5월 18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을 진행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채무가 없음) 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원고 패소로 판결을 내렸다. 이에 넷플릭스는 항소를 제기했고, 지난 3월 1차 변론에 이어 이번에는 기술적 쟁점을 놓고 2차 변론이 열렸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각각 약 30분간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통해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넷플릭스 측은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OCA)를 통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연결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를 거치지 않고 SK브로드밴드의 네트워크와 피어링 방식으로 직접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와 교섭 당시 OCA 연결을 원치 않을 경우 중간에 다른 ISP를 통하는 ‘트랜짓(Transit)’ 방식으로 콘텐츠를 전송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SK브로드밴드가 OCA 연결을 시작했다”며 “망 사용료에 대한 의사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면 대가 지급이 없는 무정산 방식의 OCA 연결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측은 또 ‘빌 앤 킵(Bill and Keep)’ 원칙을 들고 나왔다. 넷플릭스 측은 “(넷플릭스는)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는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며 “세계 통신 시장의 거래 관행상 하위 계위 통신사가 상위 계위 통신사에 상호접속료를 지불하고, 같은 계위 간에는 지불하지 않는 ‘빌 앤 킵’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빌 앤 킵’은 초창기 통신 시장에서 나온 개념으로 사용자가 통화를 하면 다른 통신 사업자 망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데, 통신사 간 트래픽 발생량이 비슷하니 ‘무정산’을 하자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주장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 관련해서는 추후 협의 사항으로 남겨둔 것”이라고 반박한 뒤 넷플릭스가 OCA라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제공하더라도 SK브로드밴드가 CDN으로부터 받는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인터넷 구조상 CP는 CDN을 고용해 ISP에 망을 연결하는데 이때 CDN은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한다.

또한 “빌 앤 킵 방식은 같은 ISP 간 이뤄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는 CP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CP인 넷플릭스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역할까지 스스로 한다고 주장하는 건 빌 앤 킵 원칙을 적용하려는 무리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3차 변론은 오는 6월 15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재판부는 3차 변론에서 망의 유상성과 무정산 합의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