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박정훈 SBS 사장이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본부장이 본부장 편지를 내놓으면서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양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어 당분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현재 언론노조와 언론노조 SBS본부는 SBS 대주주인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과 박정훈 SBS 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박정훈 SBS 사장은 7월 26일 긴급 담화로 “광고 급감, 시청률 하락, 각종 차별 규제 등으로 경영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 노조의 투쟁이 도를 넘어 존립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며 윤창현 노조위원장의 최근 인터뷰를 언급했다.
박 “‘재허가 반대’ 누구를 위한 투쟁?” VS 윤 “재허가 과정에서의 조건이 핵심”
앞서 윤 위원장은 6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지상파방송 재허가 국면을 염두에 두고 끈질긴 싸움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사장은 “재허가를 받아야 방송사가 존속할 수 있다”며 “노조위원장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꺄우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주주 교체 촉구에 대해 “민영방송 대주주 교체는 정부 승인 사안으로 노조가 주장하는 사유만으로 대주주를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고 위험하다”고 말한 뒤 “설사 인수자를 구해 대주주 교체가 추진된다 해도 인수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구조조정을 사원들이 감내할 수 있을지, 또 그 과정에서 회사는 경쟁력을 잃고 좌초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며 “누구를 위한 대주주 교체냐”고 반문했다.
윤 위원장은 7월 29일 본부장 편지를 통해 “모든 지상파 노조는 재허가 국면을 고려해 투쟁을 전개한다”며 “태영건설처럼 방송사 재원을 마구 빼돌리는 관행을 바로잡고 구성원의 생존권과 시청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허가 과정에서 어떤 조건을 부여하느냐가 핵심적 과제”라고 답했다. 대주주 교체에 대해서는 “태영건설 측이 먼저 대주주 교체 가능성을 여러 차례 드러내 보였다”며 “2017년 9월 11일 윤세영 회장은 저와 수석부본부장에게 ‘경영권 프리미엄 받고 SBS를 팔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올해 상반기 M&A 시장에선 태영건설이 SBS 팔기 위해 매각실사 작업까지 진행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대주주 교체는 노조가 아니라 태영건설 스스로 언제라도 추진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소유‧경영 분리의 핵심은 방송 독립” VS 윤 “경영이 별개라는 논리는 말장난”
‘소유‧경영 분리’와 ‘방송 독립’을 놓고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박 사장은 “방송사 ‘소유‧경영 분리’의 핵심은 ‘대주주로부터의 방송 독립’이고, 이를 위해 공정방송과 편성권의 독립,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장과 편성‧보도‧시사교양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도입했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본부장 책임제도 시행했다”며 “보고와 시사 부문은 거의 완벽한 공정방송 체재를 갖추었음에도 노조의 관심은 ‘방송 독립’보다는 경영권‧인사권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박 사장의 주장은 윤석민 회장의 경영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윤세영 회장이 2017년 9월 11일 퇴진하면서 ‘SBS의 방송과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말장난이냐”고 물은 뒤 “2017년 대주주의 약속은 방송 독립성의 문제뿐 아니라 콘텐츠허브를 통한 수익 유출 등으로 SBS를 망친 대주주가 경영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일 뿐. 그것을 구차하게 방송 독립일 뿐 경영은 별개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약속 파기를 위한 저급한 논리구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불법적인 경영 개입은 윤석민 회장이 저지른 일”이라며 “임명동의제도까지 만들어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고 보직인사와 경영 현안에 대주주가 멋대로 개입하는 게 소유 경영 분리의 정신이냐”고 덧붙였다.
박 “세 번째 연임? 회사는 흔들리지 않을 것” VS 윤 “조합원의 요구와 선택에 달린 일”
윤 위원장의 세 번째 연임을 두고서도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박 사장은 “윤 위원장이 검찰 고발과 재허가 투쟁을 이어가기 위해 세 번째 연임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지만 회사는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시비비는 법을 통해 가리면 되는 것이고, 고발은 어떠한 무기도 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지난 3월 이사회 폭거 이후 노사협력팀장을 앞세워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등 노조를 공격하다 이제는 저희 연임 여부까지 거론했다”며 “자신들의 약속 파기와 경영 실채의 책임을 노조에 돌리고, 노조 지도부를 바꾸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주입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언급은 박 사장이 향후 노조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재출마와 세 번째 연임은 전적으로 SBS 조합원의 요구와 선택에 달려 있는 것으로 박 사장이 멋대로 측근 보직인사 하듯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