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서비스 규제 여부’ 찬반 논란 불 붙었다 ...

‘OTT 서비스 규제 여부’ 찬반 논란 불 붙었다
“넷플릭스 진출 전 규제 마련해야” VS “넷플릭스 때문에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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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공식화되면서 OTT(Over-The-Top) 서비스에 대한 규제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OTT 서비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OTT 서비스가 방송과 유사하기 때문에 시장 경쟁 차원에서 동일 시장으로 설정해서 규제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우려해서 세운 규제가 오히려 영세한 국내 OTT 사업자들의 자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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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한국 진출을 선언한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인 넷플릭스(Netflix)는 12월 7일(현지시간) 쇼와 영화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외신에 따르면 뉴욕에서 진행된 UBS 글로벌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는 “넷플릭스의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보길 원하는 고퀄리티의 콘텐츠들”이라며 12개의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30개의 어린이용 시리즈, 10개의 영화 제작 계획을 밝혔다.

당장 넷플릭스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업체들과 미디어 생태계 변화를 걱정하는 학계 전문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 국내 OTT 서비스가 기존 방송 서비스를 대체할 정도로 확대되지 않아 넷플릭스의 파급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규제 찬성 측 “OTT 서비스 방송 대체재될 수 있어”

이에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자체 플랫폼으로 국내 진출을 하던지 통신 사업자와 제휴로 진행을 하던지 영향력이 확대될 것은 분명하고 이로 인한 미디어 생태계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OTT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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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찬희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사는 12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 산업 상생을 위한 OTT 서비스 규제의 타당성 검토 토론회’에서 “△첫째 콘텐츠에 대한 통제력의 여부 즉 편성 행위가 존재하는가 △둘째 공연성 다시 말해 시청자를 대상으로 영향력이 있는가 △셋째 서비스의 동질성과 대체성 여부 즉 시장 경쟁 차원에서 OTT가 방송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가 등으로 판단할 때 OTT라는 것이 방송과 유사한 TV-Like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OTT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현재의 규제 체계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OTT 서비스를 규제의 영역에 포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가령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가입자 시장에서 특정 비율 이상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제를 받고 있는데, 특정 사업자의 망에 종속되지 않는 OTT 서비스의 경우 규제 한도를 피해 다른 사업자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며 “쉽게 말해 가입자 시장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OTT 서비스 등 IP 기반 미디어가 확산되면 콘텐츠의 국경 간 공급이 촉진될 수 있는데 OTT에 대한 규제가 없으면 국내 방송 사업자가 역차별을 받거나 해외 방송 사업자에 대한 국내 규제 체계가 무력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 사업자와 제휴 형태로 국내에 진입할 경우에도 문제는 발생한다. 한 박사는 “통신 사업자들이 넷플릭스 유치를 위해 경쟁하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의 몸값은 증가할 것이며, 이 금액을 보전하기 위해 통신 사업자들은 경쟁적으로 가입자 유치를 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한 방송 시장의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규제 반대 측 “OTT 규제가 국내 사업자 발목잡을 가능성 커”

이와 반대로 넷플릭스의 파급력을 제어하기 위한 OTT 규제가 오히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심영섭 한국외대 교수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우려해서 사전에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이 논의의 시작이 적절한 것이지 이야기해봐야 할 문제”라며 “오히려 넷플릭스는 빠져 나가고 국내 OTT 사업자만 규제받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심 교수는 “만약에 OTT 규제를 만든다 할지라도 그 전에 OTT 서비스를 플랫폼 사업자로 볼 것인가, 콘텐츠 프로바이더(CP)나 프로그램 프로바이더(PP) 등 콘텐츠 사업자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명확히 하고 규제 여부와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환 SBS 플랫폼사업팀 차장은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입할 경우 통신사 제휴를 통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OTT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망을 가지고 있지 않는 독립적인 OTT 사업자들에게 치명적”이라며 “OTT 서비스가 방송의 대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규제의 대상이 플랫폼이 아니라 오히려 콘텐츠를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던 <신서유기> 같은 디지털 콘텐츠들 또는 포털사이트의 웹드라마와 같은 콘텐츠들이 방송 콘텐츠에 비해 비공익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유해적인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규제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주용 인하대 교수는 넷플릭스로 인해 OTT 서비스 규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하 교수는 “많이 분들이 넷플릭스에 대한 예측을 ‘파죽지세’로 하고 있는데 저는 그 단어를 ‘호들갑’으로 바꾸고 싶다”며 “미국에서 넷플릭스가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은 미국의 케이블 1위 사업자인 컴캐스트의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넷플릭스 서비스가 너무나도 뛰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운을 뗀 뒤 “지상파 방송사의 OTT 서비스인 ‘푹(pooq)’이나 CJ헬로비전의 ‘티빙’ 등에 대해서는 규제 이야기가 없었는데 넷플릭스 때문에 규제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에 이날 발제를 진행한 한찬희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사는 “OTT 서비스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시한 것은 이 자리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하려는 것 보다는 문제제기를 한 측면이 크다”면서 “방송 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선 아직 개념이 정리되지 않은 OTT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국내 사업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선 재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고 답해 앞으로 OTT 서비스 규제 여부를 둘러싼 논의 과정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