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법제화, 급변하는 환경에서 산업의 장기적 방향 우선해야” ...

“OTT 법제화, 급변하는 환경에서 산업의 장기적 방향 우선해야”
“방송미디어 산업의 급격한 변화, 법 제도화로는 따라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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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법 제도화를 두고 많은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장의 법보다는 방송미디어 산업의 장기적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방송학회는 ‘방송미디어 산업의 혁신과 공정 경쟁 촉진을 위한 바람직한 OTT 정책 방향’ 세미나를 3월 2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개최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황성연 닐슨컴퍼니코리아 부장은 모바일과 PC를 중심으로 하는 시청 행태의 확대와 그에 따른 OTT의 영향력 향상을 설명하면서 “OTT의 확산은 실시간 이용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이용은 OTT와 구분되는 기존 방송의 특징으로 이러한 시청 행태의 변화는 광고 등 수입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황 부장은 “글로벌 OTT 기업에 의해 주요 콘텐츠가 선점되고 제작비가 상승하고 있다”며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이 가속하면 콘텐츠 제작비와 인력이 방송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OTT의 영향력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까지는 설문 조사에서 OTT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80% 정도였으나 지난해 이후 크게 변동해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 35%를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곽 연구위원은 “어느 매체든 인구의 3분의 1이 넘어 사용하고 있다면 그 매체는 유용한 매체”라며 OTT의 위세가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됐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OTT의 영향력과 이로 인한 방송 산업의 위기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OTT의 법 제도화에 있어서는 조심스럽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박성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팀장은 “낮은 쪽을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높을 쪽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다른 법에서는 모두 규제 샌드박스를 낮추자고 하는데 왜 이 분야에서는 유독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은 OTT 산업이 기존 방송 사업과 다른 점이 많아 기존의 규제로 묶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으며, 방송미디어 산업 전반이 급변하고 있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바탕에 둔 것이다.

곽 연구위원은 “한 사업자의 수익 모델도 계속 변하고 있다. ‘유튜브 레드’가 나왔다가 없어지고 ‘유튜브 프리미엄’이 됐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는데 이런 변화가 있을 때마다 법을 바꿀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지금 해야 할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방송 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라는 지적이다. 정준희 중앙대 겸임교수는 “10대·20대는 사용하는 플랫폼도 성향도 다른데 이들이 주 소비층이 됐을 때도 고려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든 OTT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대명제이며 이때 어떤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어떻게 공급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별 독자 플랫폼, 방송사 연합 플랫폼 혹은 플랫폼을 제외한 콘텐츠 공급자 등 방송사의 위치를 분명히 해야 하며, 콘텐츠에서도 지적 재산권을 얼마나 어떻게 보장받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OTT 등 새롭게 등장할 신유형 방송 서비스에 대한 장기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다 근원적으로 방송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큰 틀의 방송통신법제 및 미디어 정책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