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정리해고 카드 꺼냈다 ...

OBS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정리해고 카드 꺼냈다
사측 기승전 ‘인력 감축’ 주장 VS 노조 “생존 방안 없이 구조조정만 강행”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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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재정난을 겪고 있는 OBS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정리 해고 카드를 뽑아 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미 40% 가까이 구조조정이 이뤄진 상황이고 전국언론노동조합 OBS지부는 지난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임금까지 반납하는 등 자구 노력도 선행된 상태여서 사측의 주장이 그리 설득력 있어 보이진 않는다.

OBS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7월 초 노조에 정리 해고 일정을 통보했다. 9월까지 30명을 해고하고, 연말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추가로 20명을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7월 18일부터는 근속 1년 이상의 정규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고해 현재까지 6명이 회사를 떠났다.

OBS 노조는 “사측이 설명회를 통해 ‘30명을 해고할 경우 올해 10억의 적자가 난다’고 설명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50명 해고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200여 명의 정규직원 중 1/4을 자르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경인 지역 지상파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포기하겠다’는 계획과 같다”고 지적했다.

OBS는 현재 지역 방송 가운데 유일하게 100% 자체 편성을 하고 있으며 자체 제작 비율도 40%에 가까운 수준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주한 ‘지역‧중소 방송사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송 광고 지원 방안 연구 용역’ 역시 이 부분을 인정하며 “자체 제작 비율이 41.5%(2012년 기준)인 OBS를 결합판매비율과 연계할 경우 결합판매 비율을 2.5% 상승해 광고 매출을 139억 원 증분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OBS에 대한 어떠한 지원책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통위가 재허가 조건으로 주문한 ‘50억 원 증자’와 ‘현금 87억 원 보유 및 유지’ 등도 달성하지 못해 과징금까지 물게 됐다.

사측은 이 같은 경영 상황과 방통위가 발표한 ‘2015년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정리 해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 민영 방송사인 KNN의 경우 239명으로 71억 원 규모의 흑자를 냈고, 대구지역 민영 방송인 TBC도 229명으로 매년 30억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OBS는 이보다 많은 구성원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정리 해고를 위해 데이터를 악의적으로 조작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측은 1인당 매출은 총매출÷인원수로 산출했는데 OBS의 경우 라디오 수익과 콘텐츠재송신료(CPS), 부동산 임대 수익 등이 없어 다른 민영 방송사에 비해 매출 구조가 단순하고 매출액도 적다는 것이다. 노조는 “오히려 자체 편성과 제작 구조를 반영한다면 PD 1인당 편성 시간은 KNN과 TBC의 2배 수준이고, 기술직 1인당 편성 시간도 10,558분으로 KNN(6,776분)과 TBC(4,776분) 보다 월등히 높다”고 설명했다.

OBS 노사 양측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11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OBS 노조는 “사측이 2016년 재허가 신청서에 명시한 운영 계획에 따르면 2017년 OBS 직원 수는 209명으로, 2013년 재허가 심사 시 인원 292명의 70%, 2007년 개국 당시 인원 415명의 50% 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며 “415명이란 인원은 100% 자체 편성, 40% 자체 제작, 1400만 가시청 인구를 고려해 산출된 인력 규모인데 415명이 하던 일을 209명이 맡아 100% 자체 편성과 40% 자체 제작을 유지하라는 것은 ‘사실상 프로그램 제작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이미 한계치에 도달한 업무 강도 속에서도 임금까지 반납하며 작년 흑자 전환을 이뤄낸 직원들에게 합의서에 명시된 특별 상여는 못 줄망정 정리 해고라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직능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내부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OBS 방송기술인협회는 “개국 당시 대대적으로 내세운 ‘세계 최초 풀 HD 서버 시스템’이 지금은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노후화돼 재녹음과 재전송 등 소모적인 작업이 이제 일상이 됐다”며 “노후화된 장비는 언제 고장날 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마찬가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비 예산을 삭감하고, 인력 부족으로 기술국장도 현업에 참여하고 있는 마당에 회사 경영의 실패를 왜 또다시 직원들이 짊어져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람을 내보낼 생각보단 수익 구조를 개발해 악순환의 물꼬를 선순환으로 돌려낼 생각을 하라”며 “스마트미디어랩(Smart Media Representative, SMR), CPS, 결합판매 고시 변경 등 아직까지 기회가 있다”고 촉구했다.

노조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도 OBS 사측이 증자와 현금 보유 등 자구 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경인지역 국회의원들이 방통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시민사회단체와 OBS 직원들이 1인 시위까지 벌이면서 광고결합판매비율 상향 조정을 주장했으나 방통위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OBS 경영진이 많이 힘든 상황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며 “하지만 OBS 경영진이 수입 다각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다른 방안을 찾기보다는 구조조정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전국 의무재송신 △10번대 황금 채널 배정 △1사 1미디어렙 통한 광고 직접 영업 △중간광고 허용 △편성 특혜 △방송 심의 특혜 △방발기금 면제와 지원 등 각종 특혜를 받으면서 막말‧편파 방송을 일삼는 종합편성채널과 비교해 방송의 공영성과 다양성을 지키고자 하는 OBS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유진영 OBS노조 지부장은 “미디어렙 최대 피해자가 OBS”라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로의 조정, 인센티브제 도입 등 제도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전체 지상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중 OBS만 CPS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CPS 문제가 꼭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OBS 노조는 사측이 정리 해고를 강행할 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8월 22일 79.3%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한 바 있다. OBS 노조는 “이번 정리 해고는 경영의 긴박성, 해고일, 해고자 선정 등에서 부당 해고임이 명백하다”며 “그럼에도 사측이 정리 해고를 강행한다면 조합은 파업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