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지난 3월 17일 연세대학교 성암관에서 ‘공영방송 MBC의 인적, 조직적, 제도적 문제와 해법 모색’ 세미나가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렸다. 2개의 발제 후 토론이 이어지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핵심은 어떻게 해야 권력으로부터 저널리즘을 보호할 수 있는가였다.
이날만 하더라도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임명현 MBC 기자가 세미나를 불참하면서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가 발제문을 대독했다. 발제문의 내용을 가지고 MBC 사측에서 ‘해사 행위’라고 규정하고 세미나 참석 시 징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임 기자의 발제문은 ‘잉여화, 도구화된 기자들의 유예된 저항 : MBC의 경우’라는 제목으로 같은 제목의 석사 논문을 간추린 것이다. 파업 이후 MBC로 돌아온 기자들과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기자들, 그리고 파업을 기회로 입사한 기자들 등 다른 위치에 있는 구성원의 시각을 담으며 MBC의 비인격적인 인사 관리를 논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송현주 한림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자 조직을 정치권력, 구체적으로는 사장의 권한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며 법원에서 부당한 인사 징계라고 판결하거나 구성원의 반대가 많을 경우 책임자나 사장이 자동으로 해임되도록 하는 등 조직을 보호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해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 역시 “미국에서는 기자의 노동조합은 길드라고 해서 다른 직군의 노조와 별개로 운영된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부분이 한국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기자로 대표되는 저널리즘이 경영진뿐만이 아니라 여타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공영방송에 시민사회의 참여가 보다 활발하고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종윤 서울대 교수는 “권력과 시민사회와 시장이라는 3요소가 있는데 모든 논의가 시민사회가 배제된 채 이뤄지는 것 같다. 이번 촛불집회를 보며 공영방송에 촛불 시민들이 개입할 여지가 필요함을 통감했다”며 시민이 거버넌스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KBS는 수신료 인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거부하는 형태로라도 국민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데 MBC는 아무 방법이 없다”며 이사진을 구성할 때 국회, 노조, 시민사회가 동일한 비율로 뽑는 등 공영방송의 사장 또는 이사진을 구성함에 있어 국민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플로어에 있던 박성호 MBC 기자 역시 홍 교수의 말에 동의하며 “사회의 다양성을 담고, MBC가 공영방송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시민과의 연결을 위한 방안이 앞으로 더 많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원해야 한다’ 등의 표현이 많이 사용됐다. 이전의 MBC는 지금과 달랐으며 그때가 훨씬 나은 형태였다는 것에 참석자들이 은연중 동의한 것이다.
이에 박성호 기자는 “이전의 MBC에는 자율성이 있었다. 뉴스의 가치를 두고 선후배가 논박하고 현장에서부터 ‘이것은 기사화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것은 MBC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기자는 “오늘이 동아일보 해직 사태 42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저널리즘은 시대와 관련 없다. 시대와 매체, 플랫폼과 유통 방식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저널리즘과 권력, 언론과 권력의 관계는 언제까지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