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대처하는 지상파 방송의 자세

[KOBA] 유튜브에 대처하는 지상파 방송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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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한영주 EBS 정책연구위원] 전체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아직 높은 편이지만, 디지털 영상 기업이 연평균 25%의 높은 비율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다. 미디어 산업이 점차 플랫폼 위주로 흘러갈수록 영상 소비 패턴은 매체와 국가의 한계를 탈피해 더 이상 선형적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제 방송 시스템은 기존 방식만 고집할 시점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은 비록 태생이 아날로그 환경이지만, 급격히 변화하는 방송 환경 속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해야 할 입장에 놓였다. 눈에 보이는 성과주의 형식의 작은 변화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영상 콘텐츠가 유튜브(YouTube)로 편중되면서, ‘영상 미디어는 곧 유튜브’라는 수식어가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 잡았다. 유튜브에는 분당 300시간 이상의 영상이 업로드되며, 매일 2억 개가 넘는 영상이 제공되는데, 이것은 65년 동안 시청해도 다 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이다. 즉 유튜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영상 정보를 통해 새로운 영상에 목말라하는 이용자들의 갈증을 채워주며 주류 미디어로 발전하고 있다. 유튜브의 성장 동력은 바로 이용자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용자들이 직접 플랫폼에 참여해서 자신의 표현 욕구를 실천할 수 있도록 개인 경험에 초점을 뒀다.

국내에서는 코드커팅(Cord-Cutting)이 미국처럼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젊은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점차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방송 시장에서 유튜브의 성장은 과히 위협적인 것은 분명하다. 유튜브가 가진 막강한 자본력과 글로벌 시장 지배력은 방송 제작과 서비스는 물론, 방송 개념까지 뒤흔들고 있다. 국내 방송 시장에서는 매번 공정 경쟁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해법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실정이다. 또한, 주력 방송 매체가 유튜브를 플랫폼 전략으로 활용해서 온라인 사업 방향을 모색하려는 것을 보면, 이미 영상 시장에서 대세는 유튜브로 기울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유튜브는 배척할 대상일까? 아니면 함께 상생할 협력 대상일까?

텔레비전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다. 지상파 방송은 텔레비전 영상에 집중했던 과거 속 영광에만 머물러 있을 때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혹자는 유튜브가 정신 사나운 저질 매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온라인 매체 전략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일을 꺼려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튜브가 처음에 동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등장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생산자와 이용자의 경계가 없고, 영상 제작, 소비, 공유, 확산이 순식간에 이뤄진다. 유튜브 영상은 일반 방송 프로그램 보다 주기성이 짧고 자주 소통하며 관계 지향적 속성을 지닌다. 즉 바쁜 일상 속에서 이용자들의 결핍된 소통을 충족시키며, 기존 방송의 틀을 파괴하고 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던 시발점은 바로 유튜브였다. 또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차트 순위권에 오르며 선전했던 것도 유튜브의 역할이 컸다. 특히, 유튜브가 방탄소년단을 주인공으로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는 해외 팬들에 의해 엄청난 트래픽 수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현대경제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는 생산 유발효과가 약 4조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약 1조 4200억 원으로, 이 근간에는 유튜브도 한몫했다.

또한, 유튜브에는 개성 있는 크리에이터 방송이 성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방송을 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에서 점차 대형화·기업화되며 미디어 산업의 일종으로 체계화됐다. 심지어 크리에이터 방송에 연예인들까지 참여하게 되면서 더 이상 일 반 개인들의 B급 방송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제 틈새가 주류 미디어를 위협해 오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오락 위주의 연성화 성격을 지닌 영상들이 주로 소비되는데 특히 알고리즘에 의해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영상만 지속해서 시청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사회적 통념에서 합의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가 더 어렵다.

방송이 플랫폼 위주로 구성되고 유튜브가 대세가 된 현실이지만, 상업적 부분에 치우쳐서 방송의 본질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출판 시장에 이북(e-Book)이 처음 등장했을 때, 종이책은 모두 없어질 것처럼 예견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북도 종이책도 서로 상생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다. 방송 시장도 과거에 고착화된 사고방식을 버리고, 시청자 입장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시청자가 유튜브에서 보고 싶은 영상은 무엇이고, 텔레비전에서 보고 싶은 영상은 무엇일까? 나아가 지상파 방송은 곧 텔레비전이라는 인식을 ‘지상파 방송은 공영 미디어’라는 인식으로 변화시켜 가야 할 것이다. 유튜브 대세에 합류하기 위해 방송의 본질을 변화 혹은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대세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서 상생해 가길 기대해 본다.

※본고는 KOBA 2019 Daily News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