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VS 황교익 ‘출연 금지’ 놓고 공방 가열

KBS VS 황교익 ‘출연 금지’ 놓고 공방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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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방송 가이드라인 원칙에 따른 것” “블랙리스트 없어”
황교익 “문재인 지지했다는 이유로 출연 금지” “박근혜 후보 지지한 송해 선생은 출연”
민주당 “언론장악방지법 반드시 통과돼야”
문재인 측 “황교익 논란 조치 없으면 신년기획 출연 안 한다”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출연 정지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황교익 씨는 1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KBS <아침마당>에 출연키로 했으나 제작진으로부터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분은 출연이 어렵다”며 출연 금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황 씨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더불어포럼’이라는 모임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황 씨는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정당에 가입한 것도 아닌데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네트워크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 출연이 금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KBS의 조치를 비판했다.

황 씨의 발언에 KBS는 1월 19일 바로 반박의 입장을 밝혔다. KBS는 “공영방송인 KBS가 대선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엄정한 중립을 지키기 위해 여야 구분 없이 모든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 적용하는 원칙으로 오래전부터 <아침마당>에서도 지켜왔던 관례”라며 “(황 씨가) 매우 자의적인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황 씨는 1월 20일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2012년 대선 당시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였던 송해 선생은 박근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지만 출연 금지는 없었다”며 KBS의 주장을 반박했다.

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과거 김제동 씨 파문, 선대인 소장의 하차 등 새누리당 정권 하에서 노골적인 방송 통제와 언론 개입 시도가 있었고, 수많은 기자들이 해직되거나 한직으로 밀려나는 이로 부지기수였다”며 “방송의 편성과 제작은 언론의 공정성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하지만 KBS의 이번 처사가 과연 그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기 대변인은 “방송 출연자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노출함으로써 불공정한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이상 정치적 성향이 방송 출연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며 “언론 중립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언론장악방지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도 1월 20일 성명을 내고 “KBS 측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으면 1월 25일 예정 신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의 문 전 대표 출연은 취소할 수밖에 없다”며 “KBS에 다시 한 번 이번 사태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는 1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송해 선생의 경우 정규 방송 하루 전인 12월 15일 오후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돌발 발언을 해 제작진이 방송 여부를 긴급히 재검토했으나 <전국노래자랑>의 경우 수천 명의 관객들과 많은 출연자들이 방송을 전제로 참여해 녹화한데다 이미 편성이 돼 공지된 방송을 하루 전에 취소하기는 어렵다는 상황 판단하에 방송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또한 황 씨가 언급한 선거 기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현재는 공식 선거 기간이 아니지만 황 씨의 경우 2월 말에서 3월 정도에 방송할 예정으로 섭외한 상황이어서 향후 대선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3월이 되면 공식적인 선거 기간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월 20일 성명을 통해 “황교익씨를 둘러싸고 KBS가 받고 있는 ‘블랙리스트’ 의혹은 아침마당을 담당하고 있는 간부들과 회사가 자초한, 말 그대로 자업자득”이라며 “황 씨의 출연 예정 방송일은 2월 중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최대한 빨리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2달 뒤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일을 고려한다면 선거운동기간에 해당될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침마당>에서 황 씨가 강연하기로 한 주제는 정치와는 무관한 음식 관련 내용으로 시사 프로그램이나 뉴스가 아닌데도 가이드라인을 억지로 적용, 출연을 취소할 수 있다는 회사의 논리에 누가 쉽게 수긍할 수 있겠는가”며 “더 이상 KBS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고 왜 애꿎은 실무 제작진들이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하는지 진지하게 반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