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조직개편안 논의 연기…“깜깜이” “현실괴리” 비판 ...

KBS 이사회, 조직개편안 논의 연기…“깜깜이” “현실괴리” 비판
방송기술 조직 반토막…“업무 몰이해가 낳은 단순 통폐합”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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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 이사회가 사측의 일방적인 조직개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직제규정 개정안’ 안건 상정을 연기했다. KBS 이사회는 7월 17일 직제규정 개정안의 절차적‧내용적 문제가 제기되자 상정 보류한 뒤 차기 회의 안건으로 넘기기로 했다.

KBS 구성원들에 따르면 사측은 최근 ‘1실 6본부 3센터 46국’인 조직을 ‘1실 4본부 6센터 36국’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출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사측은 부서 통폐합으로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결과적으로 부사장 2인 체제에 고위직인 센터장은 오히려 3명이 증가한다”며 “실질적인 인력 관리를 담당하는 국장은 10개 자리가 줄어들고, 그 중 절반은 기술 직종”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이번 조직개편 과정은 밀실 추진 논란까지 있다. 구성원 의견이 전혀 반영 안 된 현장 여건을 무시한 탁상공론의 개편안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방송기술이다. 현재는 기술본부 아래 △기술관리국 △미디어인프라국 △방송네트워크국 △미디어기술연구소가 있고, 제작기술센터 아래 △TV기술국 △보도기술국 △중계기술국 △라디오기술국이 있다. 하지만 개편 후에는 방송인프라본부 아래 ▲인프라전략국 ▲송신플랫폼국 ▲제작기술1국 ▲제작기술2국으로 조직 자체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9개의 조직이 줄어드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인 5개 조직이 기술인 것이다.

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KBS방송기술인협회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안은 권력의 사유화이며, 임기 말 경영진의 무책임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스포츠 중계 현장에서 방송 시스템을 꾸리고 운영하던 인력들이 감성 충만한 오디오 중심의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면 효율이 올라가느냐? 포스트프로덕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조직 확대를 제안해도 모자랄 판에 이를 줄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노조 설명회에서는 기술 조직의 인원이 앞으로 30% 감소할 예정이기 때문에 부서의 경계를 허물어 인력 부족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이는 업무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단순 인원 통폐합”이라고 지적한 뒤 “방송기술은 업무 범위가 넓고, 전문성도 달라 입사 후 5년 정도까지 기본적인 업무 파악을 해야 하는 분야”라면서 “퇴사까지 업무 유사성이 없는 분야인데 이런 고민 하나 없이 단순하게 부서를 합친다는 건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17일 KBS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진행된 피켓시위 자리에서도 이번 조직개편안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허성권 KBS 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술 조직개편안은 모래성과 같은 졸속적 행위”라며 “기술조직을 포함한 조직개편안에 대한 효과와 이유에 대해 (사측은)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준용 KBS같이노조 위원장 역시 “기술조직을 이렇게 망가트리는 것은 부서별 차별성과 독립성에 대한 가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행위”라며 “기술조직을 와해하고 축소하는 이번 조직개편은 ‘조직개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도 조직개편안을 둘러싼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야권 추천 조숙현 이사는 “이사회 개최 7일 전 이사들에게 안건에 대한 자료가 제출돼야 함에도 사측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오늘 여기 책상에 개정 전후 대비표만 놓아져 있어 경영진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를 추진하려는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추천 이사뿐 아니라 여권 추천 이사들도 절차적‧내용적인 문제제기를 제기했다. 또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도 지적됐다. 이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서기석 이사장은 휴회를 선언했고, 이후 “오늘은 안건 상정을 안 하고 보완해서 다음 주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