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최진홍) 7월 9일 KBS 이사회는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을 최종후보로 낙점했다. 조 후보자는 1978년 KBS PD로 입사해 일본 도쿄 특파원과 기획제작국 주간, 교양국장, TV제작본부장을 역임하고 KBS 부사장과 KBS미디어 사장을 지냈다. 그가 정식으로 사장에 오른다면 KBS는 길환영 전 사장에 이어 2번째 PD출신 사장을 갖는 셈이다.
▲ 조대현 KBS 사장 후보자 |
KBS 이사회 1차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7표를 받아 최다득표자에 이름을 올린 조대현 후보는 카멜레온에 가까운 처세를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신의 코드를 연이어 바꾸며 다양한 충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가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시기는 정연주 전 사장이 해임되고 이병순 전 사장이 취임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병순 전 사장의 인사로 TV제작본부장에 오른 그는 KBS의 시사 프로그램을 약화시키고 보도능력을 축소했다는 비판과 함께 KBS PD협회의 불신임 투표에서 74%의 불신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뚜렷한 두각을 나타낸 시기는 김인규 전 사장 시절이다. 당시 조 후보자는 ‘김인규의 남자’로 불리며 단숨에 부사장에 올랐다. 이즈음 조 후보자는 2010년 KBS 출연자 블랙리스트 사건의 중심에 서며 세상의 이목을 끌었으며 같은 해 KBS 프로그램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서도 한국연기자노동조합과 대립각을 세웠다. 여기에 천안함 관련 관제성 보도와 더불어 친일 반민족 인물에 대한 특별다큐를 무리하게 편성해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조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 당시 언론계 인사로는 드물게 고려대 박물관 문화예술 최고위과정을 수료하며 같은 과정을 수료한 이 전 대통령과의 돈독한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 당시 조 후보자가 KBS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통령과의 ‘끈’이 주효했던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후보자와 길환영 전 사장의 인연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조 후보자는 부사장이던 2011년 7월, 국회에서 수신료 현실화 방안이 좌초되자 그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는데 조 후보자의 후임으로 당시 콘텐츠본부장이던 길환영 전 사장이 부사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 2012년 길 전 사장이 사장에 취임할 때 조 후보자도 사장 후보에 응모했으나 이사회에서 4표에 그쳐 2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당시에는 6표를 받은 길 전 사장이 사장에 선출됐으나, 이제 그 후임으로 조 후보자가 KBS 사장직에 바짝 다가선 셈이다.
한편 KBS 이사회의 조 후보자 ‘발탁’을 두고 KBS는 폭풍전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이하 2노조)는 조 후보자를 사장 부적격자로 보고 추후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비록 2노조 입장에서 조 후보자가 ‘절대불가’ 수준인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과 홍성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보다 정치색이 흐릿하다고 하지만, 이는 역으로 힘의 역학관계가 바뀔 때마다 더욱 심각한 파국을 자초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2노조는 “시대에 따라 코드를 맞추는 신공은 조대현 씨가 사장이 바뀌어도 승승장구하는 비결”이라고 비판했으며 KBS 노동조합도 “개인의 영달을 위해 예스맨으로서 지시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KBS 이사회는 7월 10일 조대현 후보자 임명 제청안을 안전행전부에 제출한다. 박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조 후보자는 2015년 11월 23일까지 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