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가 10월 17일 오전 10시 시작됐다. 이날 국감은 시작부터 자유한국당이 노트북에 붙인 ‘謹弔 KBS’ ‘양승동 나가레오’ 등의 피켓을 두고 고성이 오갔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의 KBS 기자 성희롱 논란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당 의원들 “양승동 나가레오” 피켓 시위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국감장에 들어올 때는 위원장의 허락을 받게 돼 있다.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지라도 국회법 안에서 해 달라”며 한국당 의원들의 노트북에 붙어 있는 피켓을 떼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은 괜찮지만 공영방송이 없어져선 안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KBS는 양승동 사장만의 KBS가 아닌데 ‘근조’라는 표현까지 하는 것은 KBS 전체 구성원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며 피켓을 제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위원장이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며 언성을 높였고, 결국 피켓을 붙인 채 질의를 이어갔다.
유시민 ‘알릴레오’ KBS 기자 성희롱 논란…“KBS가 유튜브에 모욕당한 것”
이날 국감의 최대 이슈는 유시민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불거진 KBS 기자 성희롱 논란이었다.
앞서 10월 15일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한 장용진 아주경제 법조팀장은 “검사들이 KBS의 A 기자를 좋아해 (수사 내용을) 술술 흘렸다”며 “검사가 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기자협회는 강력 항의했고, 유 이사장은 16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진행자로서 생방송 출연자의 성희롱 발언을 즉각 제지하고 정확하게 지적해 곧바로 바로 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해당 기자와, KBS 기자협회, 시청자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공영방송 KBS가 유튜브에 모욕당했다”고 지적한 뒤 “자사 직원이 유튜브에서 성희롱을 당했는데도 가만히 있는 것이 사장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유시민 씨가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어 알아서 머리를 숙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양승동 KBS 사장은 “KBS 보도본부에서 자체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성희롱에 대해선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KBS 소속 기자가 신체적 피해나 상채를 입었을 경우 회사에선 어떠한 조치를 취하냐. 신체적 상해와 성희롱이 차이가 있느냐”고 물은 뒤 양 사장이 “차이가 없다”고 답하자 “이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20년 전 법조에 출입하기 시작했던 여성 기자 전체의 문제이고, 법조 취재 기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취재하고 있는지 세간의 억측과 선입견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양 사장의 리더십 부재를 꼬집었다.
KBS 조사위 구성?…“공평한 조사 가능하겠느냐?” 문제제기
KBS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 관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김경록 프라이빗뱅커(PB)의 인터뷰 논란과 관련돼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한 것도 문제가 됐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 이사장이 KBS 보도에 의혹을 제기하자 처음에는 아니라고 하더니 나중에 위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위를 구성하겠다고 했고, 조국 관련 특별취재팀을 만든다고 했다”며 “(유 이사장이) 정권 실세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이 때 담당 기자들의 힘을 빼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연이어 성희론 논란이 일었음에도 사장으로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 굉장히 실망스럽다”며 “1인 미디어에도 조롱받는 KBS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조사위 구성 자체를 문제 삼았다. 조사위는 시청자위원과 언론학자 등 외부 인사가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시청자위원을 선정하는 이름을 확인했더니 정필모 부사장과 본부장 5명, 센터장 등 전부 본부노조(2노조) 출신”이라며 “이 사람들이 선정한 위원들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또 “KBS에는 본부노조밖에 없으냐”며 “1노조나 공영노조는 없느냐”고 덧붙였다.
현안보고 당시 양승동 사장 국회 불출석 놓고 여야 의원 성토
‘시사기획 창 – 복마전 태양광 사업’ 방송을 둘러싼 제작진과 청와대의 공방 그리고 양 사장의 국회 불출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시사기획 창’ 보도에 청와대 외압이 없었다면 직접 출석해 논란을 해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국감에는 나오고 현안 보고에 안 나온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양 사장은 “단일 프로그램으로 KBS 사장이 국회 출석한 전례가 없었기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사전에 최대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답변했다.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외압을 언급하며 비교했다. 김 의원은 “이정현 의원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알고 계시죠?”라면서 “당시 상황과 고민정 대변인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병도 기자에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정 보도를 요청하겠다 한 부분이 비슷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양 사장은 “출입 기자에게 구두로 정정 보도를 요청하고, 그 뒤에 문서 요청,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등으로 진행되는 청와대 매뉴얼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심 판결을 가지고 추론해보면 기자에게 직접 구두로 요청하는 것은 이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매우 유사하다”며 “공식적으로 서면 요청을 하면 차라리 문제가 없는데 사적인 대화를 통해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양 사장의 불출석 문제에 대해선 “의원들 입장에선 국회가 권능을 가지고 필요한 질문을 하기 위해 출석 요청을 했는데 방송국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안 나오겠다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