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실에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려 한다는 내용이 보도된 가운데 KBS가 TV 수신료에 대한 기자 설명회를 가졌다. KBS는 지금의 사태에 대해 “여야를 떠나 공영방송 재원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굉장히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KBS는 4월 13일 오후 2시 KBS 신관 아트홀에서 수신료 관련 기자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최선욱 KBS 전략기획실장과 오성일 KBS 수신료국장이 참석했다.
오 국장은 “대통령실이 TV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해 국민 투표를 게재한 배경이 △이중 부담이다 △사실상 세금과 다를 바 없다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등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면서 각각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를 언급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르면 수신료는 공영방송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KBS가 수행하는 각종 방송문화활동의 수혜자인 수상기 소지자에게 부과되는 부담금으로, TV 시청을 대가로 유료방송 등에 지불하는 시청료와는 성격이 명백하게 달라 이중부담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법적으로 볼 때 수신료는 수상기를 소지한 자에게만 부여되는 것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세와는 차이가 있으며, 헌재는 수신료가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납부 여부에 대해서도 수신료는 당사자가 납부 여부를 선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KBS의 방송 내용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납부를 거부할 수 없다는 판결 역시 존재한다.
헌재는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 실장은 “수신료 외에도 부담금 성격을 가지는 것이 90여 가지 있다”면서 수신료 납부를 선택할 수 있다면 “부담금 각각을 선택적으로 낼 수 있느냐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예로 ‘물이용부담금’을 들었다. 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을 지속해서 보전하기 위한 부담금으로, 상하수도요금과 함께 징수하고 있다.
오 국장은 “헌재에서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한 맥락은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 언론의 자유 등과 연결돼 있다”면서 “공영방송의 존폐는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언론 자유를 위해서는 재원 구조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함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영국에서 수신료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국내에 보도된 바 있다”면서 “그런 와중에도 영국은 2028년까지 4년간 물가 인상률에 따라 수신료 인상을 예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신료 폐지에 대한 논의는 논의대로 하면서도 공영방송의 재원을 차질 없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2028년 이후에도 수신료는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의 공적 자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국장은 “분리 징수를 통해 재정 기반이 취약해진다면 실질적으로 수입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KBS는 분리 징수 시행 시 수입은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징수 비용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 실장은 “당연히 징수 비용이 증가해 콘텐츠나 공익사업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일반 시청자분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우나 KBS가 감당해 왔던 공적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한다”고 말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대외 방송, 국제 방송 등 국내 일반 시청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다양한 방송을 제작 및 송출하고 있으며, 산간 및 도서벽지의 난시청 해소에도 노력하고 있다.
최 실장은 흔히 KBS가 지적 받는 ‘방만 경영’에 대해 이러한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KBS가 하고 있는 서비스가 너무 많고 이는 방만 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서비스가 많아 방만 경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개별 프로그램당으로 보면 AD가 가장 적은 회사도 예산이 가장 적은 회사도 KBS”라며 “공적 부분에 재원을 사용하면서 이런 부분에 사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이러한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역할 등과 더불어 분리 징수만이 아니라 미디어 산업 전반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분리 징수라는 한 가지 사안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자면 저희는 제도 변화가 굉장히 시급하다”면서 “아직 KBS와 MBC만 존재할 때 만들어진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KBS의 대응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최 실장은 분리 징수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저희에게 전달되거나 내부적으로 구체적 사안이 저희에게 전달된 바가 없다”면서 “KBS 내부에서도 검토는 하고 있으나 방향만 제시됐지 구체적 내용이 없어 지금 구체적으로 답변드리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KBS는 앞으로 관련 내용의 진행 상황에 따라, 정부의 입장에 따라 차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