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성인 출연자들이 청소년 출연자에게 행한 폭력 및 성희롱 행위에 대해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다. EBS는 김명중 사장의 공식 사과문과 함께 문제된 출연자들의 하차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초기 미흡한 대응과 뒤늦은 대처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가 된 행위는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에 일어났다. ‘당당맨’ 역할의 출연자 최영수(35세) 씨가 ‘하니’ 역할의 청소년 출연자에게 주먹을 크게 휘두르는 장면과 청소년 출연자가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팔 부위를 손으로 쥐고 있는 모습이 방송된 것이다. 다른 출연자가 카메라 앞을 지나가며 화면이 잠시 가려져 때리는 장면이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폭력적인 모습이었다.
이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하는 글이 빗발쳤고, 제작진은 “많은 분이 걱정하시는 출연자 간에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다”라며 폭력이나 접촉은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어제는 심한 장난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고 이는 분명한 잘못이다.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실제 접촉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여부를 떠나 성인 출연자가 청소년 출연자에게 폭력적 상황을 연출한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시청자 의견이다. 또, ‘심한 장난’이라며 사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에 대해 과연 제작진이 문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또한, 다른 영상에서는 ‘먹니’ 역할의 박동근(37세) 씨가 청소년 출연자의 멱살을 잡으려 하는 장면이 포착돼 그동안 제작 현장에서 이러한 태도를 지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느냐는 의구심만 더해진 상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영상에는 박 씨가 청소년 출연자에게 “너는 리스테린 소독한 X”이라며 욕설을 사용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들은 청소년 출연자가 차마 욕설을 입에 담지 못하고 뭐라고 말했느냐 되묻자 박 씨는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욕설을 반복해 말했다.
이 발언의 일부 표현은 성매매 현장에서 사용하는 은어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져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제작진과 박 씨 모두 그런 은어가 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이 역시 그런 의미가 담긴 발언인가 아닌가를 떠나 성인 남성이 청소년에게 욕설을 사용한 점, 그것이 반복된 점, 이에 대해 주변 누구도 제재하지 않으며 시청자 항의가 있기 전까지 내부적으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결국 EBS는 비상 대책회의를 열고 김명중 사장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EBS는 사고를 인지한 즉시, 비상 대책회의를 열고 전사적 차원의 대책 및 이행 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문제의 출연자 2명을 즉각 출연 정지시키고, 관련 콘텐츠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는 출연자 개인의 문제이기에 앞서 EBS 프로그램 관리 책임이 크다. EBS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데 충격과 함께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 EBS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모든 프로그램의 출연자 선정 과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라며 관계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를 약속하면서 “무엇보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제작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제작 전 과정에 걸쳐 엄중히 점검하고 개선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대충 넘어가려다 항의가 계속되니까 이제야 부랴부랴 수습하는 게 아니냐”라며 EBS의 초기 대응에 대한 불만과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사태가 다소 진정된 후 피해 출연자를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는 형태로 피해자 지우기를 시도하려는 게 아니냐”며 피해자에 대한 대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울러, 최 씨가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통해 “EBS와의 13년 인연이 이렇게 어이없는 일로 끝난다니 너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태에 대한 반성 없는 태도를 보여 시청자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