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V 채널 재배치 평가단’ 구성해야”

“‘DTV 채널 재배치 평가단’ 구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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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디지털 전환 이후 DTV 채널 배치를 위해 만들어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DTV 채널수요 산출 정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방통위의 ‘DTV 채널 배치안’ 그대로 진행된다면 동일채널 간섭과 채널 부족으로 난시청 지역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이하 기술인연합회)와 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DTV 채널수요 산출 정보 분석 브리핑’에서 채수현 언론노조 정책위원은 “방통위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수도권에서조차 상당한 동일채널, 인접채널 간섭이 발생해 채널 추가 없이는 채널 재배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기술인연합회와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19일 방통위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2013년 DTV 전환 이후 지상파 방송사에 할당하기로 한 228MHz가 어떤 경로로 산출된 수치인지 그 내역을 공개하라’는 주장을 펼친 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정식으로 방통위에 민원을 신청한 바 있다.

정보공개청구 내용은 △DTV 채널 수량 산출에 사용한 시뮬레이션 툴 △시뮬레이션을 위한 환경변수 △확정 채널 배정을 위한 시뮬레이션 결과 및 주파수 혼신분석 판단 기준 및 검토 결과 △DTV용 38개 채널 배치를 완료한 후 난시청 해소를 위한 추가 채널 배정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근거자료 △지상파 DTV 필요 채널 수 산출을 위해 접수한 각계 의견 수렴 과정 및 절차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11일 방통위가 부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송신소의 정확한 위치 및 방송 구역 △송신 안테나 종류 및 출력 등 환경변수 △동일채널, 인접채널 간섭 허용치 등 상당 부분 중요한 데이터가 비공개 처리돼 전국 DTV 채널 배치의 적정성을 검토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방통위의 공개 자료를 보면 주요 송신소의 출력 자체를 축소하는 등 정책의 전제 조건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통위는 남산의 5KW를 1KW로, 계양산의 500W를 100W 등으로 축소 적용해도 동등한 방송구역을 유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가 공개한 방송구역을 보면 현저하게 축소된 것을 볼 수 있으며, 축소예상 지역에 추가로 DTVR(보조국)을 설치해야 이를 해소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방통위가 배정한 38개 채널을 살펴보면 동일∙인접채널 간섭이 심각해 Blanket Area(난청 지역)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 정책위원은 “특히 용문산과 감악산, 두 송신소의 경우엔 채널 24번이 동일채널 간섭 허용치를 벗어나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이를 반영치 않고 채널 배정을 해버렸고, 용문산과 성남 DTVR 역시 간섭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동일채널 사용 가능이라고 판단했다”면서 “혼신 발생을 인정하면서도 채널의 여유분이 없으니 그대로 배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요간섭 예상지역은 서울 수도권 10여 곳, 전남권 3곳, 경북권 3곳, 충청권 3곳, 경남권 10곳, 전북권 12곳으로 전국 대다수에서 난시청 지역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양창근 기술인연합회 회장은 “현재 방통위가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만큼 방통위가 공개 자료를 언론노조와 기술인연합회에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기술인연합회∙언론노조 등과 공동으로 ‘DTV 채널 재배치 평가단’을 구성해 채널 간 간섭이 의심되는 지역을 실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전환 이후 난시청 지역의 발생이 예상되는 만큼 정확한 실측을 통해 국민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채 정책위원도 “디지털 전환 이후에 남은 주파수를 가지고 통신에 할당하든지 그 이후에 활용방안을 구상해도 되는데, 그래봤자 1년의 기간을 왜 못 기다리는지 모르겠다”면서 방통위의 급박한 정책 결정에 의문을 표했다.

방통위는 2004년 디지털 전송 방식 선정 당시에도 일방적인 정책추진으로 주파수 효율이 떨어지는 미국식을 택함으로써 방송기술 발전에 큰 과오를 저질렀다.

채 정책위원은 이를 지적하며 ”당시 한 순간의 실수로 지금 더 많은 자원을 낭비해야 하는 현실에 이르렀다”면서 “방통위가 이번에는 방송 현업인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국가의 방송기술정책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Blanket Area : 두 개 이상의 방송국에서 방송되는 전파가 중복되어 어느 쪽의 방송도 들리지 않는 지역이나 한 방송국의 송신용 안테나와 너무 가까워 다른 방송국의 방송이 잘 들리지 않는 지역 등이 블랭킷 에어리어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