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SC-M/H, 국내 DTV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가?

ATSC-M/H, 국내 DTV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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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주간/ SBS기술팀 부장 박 성 규


 

LG와 삼성이 공동 개발한 ATSC-M/H(Mobile/Handheld) 기술이 지난 1016일 미국의 모바일 디지털TV 표준으로 채택되었다. 그 동안 삼성은 오래 전부터 ATSC를 이용한 모바일TV에 관심을 갖고 A-VSB(Advanced-VSB)란 기술을 꾸준히 연구해 왔었고, 한편 LG ATSC-MPH라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8 5월에 두 회사는 극적으로 단합하여 ATSC-M/H라는 공동의 기술로 2008 12월 미국 FCC ATSC2.0기술에 포함시켜 줄 것을 정식 요청하였다. 마침 2007년부터 ATSC에 적용할 모바일TV 기술을 찾고 있던 미국 FCC LG와 삼성의 기술을 받아들여 올해 2009 10 16 ATSC-M/H를 미국 모바일TV 표준안으로 받아들이기로 확정하였다.

 

서로 치열한 라이벌 관계인 LG와 삼성이 서로 손을 잡고 공동개발 했다는 사실이 흥미롭고, 그 동안 미국방식 DTV 전송 방식인 ATSC(8-VSB)는 전파 특성상 모바일이 어렵다던 혹평을 깼다는 사실도 경이롭고, 무엇보다도 미국이 ATSC-M/H를 모바일방송 표준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도 놀랍다.

 

현재 T-DMB, DVB-H, ISDB-T, MediaFLO 등 대부분의 모바일TV 전송방식은 기본적으로 OFDM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유럽방식 DTV에 적용된 OFDM기술은 멀티캐리어에 의한 다양한 장점들 때문에 SFN(Single Frequency Network) 구성이 쉽고 멀티패스 신호에 강하므로 모바일방송과 이동무선통신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이다. 그러나 이번에 LG와 삼성은 멀티패스 신호에 취약하고 SFN구성이 어렵다는 Single Carrier방식인 ATSC 8-VSB방식으로 모바일TV가 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끈질긴 노력과 결실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미국은 TV의 디지털전환을 실시하면서 이미 작년에 CH51번 이후의 대부분의 TV주파수를 경매에 의해 AT&T, Verizon, MediaFLO, Frontier 등 통신과 인터넷회사에 넘겼다. 그 결과 지상파방송사에서 모바일방송 등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하려고 해도 신규 주파수 확보가 어렵게 되었다. 모바일방송도 MediaFLO에서 제공하는 채널을 AT&T Verizon, 등 통신회사에 가입해야 볼 수 있는 단말기를 받을 수 있다. 이렇듯 주파수 경매제도에 의해 지상파방송의 무료보편적 새로운 서비스가 원천적으로 어렵게 되어 미국의 지상파방송사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미국의 지상파방송사들은 ATSC방식이 모바일방송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궁여지책으로 현재 DTV방송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채널의 비트레이트  일부를 MMS(Multi Mode Servise)형태로 할애하여 하나의 송신기로 HD+Mobile방송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ATSC-M/H는 그 대안으로 받아들여진 것이고, FCC에서도 유럽에서 차세대 전송방식으로 HD다채널과 모바일방송이 동시에 가능한 DVB-T2의 등장으로 잔뜩 긴장하여 표준선택을 서두를 수 밖에 없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ATSC-M/H가 미국 표준으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Field Test결과나 지상파방송 주파수 도메인 상에서의 적용 설명이 국내에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실현 가능성에서 아직 국내 학자나 엔지니어들에게서 검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와 같이 MFN(Multi Frequency Network)형태로 배정된 DTV주파수 환경에서는 어떻게 모바일서비스를 이룰 수 있을 지 설명이 잘 안되고 있다. 혹시 신규채널을 배정받아 비트레이트 전체를 ATSC-M/H SFN을 구성하여 사용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 DTV환경과 같이 송신주파수는 SFN으로 바꿀 수도 없고, 수신기에서는 MFN Hand Over기술도 없다면 과연 모바일환경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 지 의문이 간다. 그렇다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DTV주파수를 SFN형태로 모두 변경한다고 가정해보면 이번에는 기존의 DTV수상기가 동일채널 멀티패스 노이즈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하나의 DTV송신기 출력이 매우 크고 엄청 넓은 지역을 커버하고 있어, 지역별로 SFN이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는 산이 많고 좁은 영역에 MFN형태의 송신기가 여러 개 배치되어 있어 ATSC-M/H의 적용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ATSC-M/H Single Carrier방식으로 Multi Carrier 방식의 OFDM방식의 Guard Interval 이나 Multi Pass 신호의 강인성 등의 장점을 따라가자니 Baseband Software기능이나 에러정정 FEC기능을 높이다 보니 실제 유효비트레이트(Payload)보다 무효비트레이트(Redundancy)가 훨씬 큰 점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송출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M/H의 유효데이터 비율이 약 20~25%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MB 영상수준의 500Kbps H.264 화상을 보내자면 약 2~2.5Mbps의 비트레이트가 필요하게 된다. 실제 다양한 1Mbps M/H서비스를 위해서는 약 4Mbps의 할애가 필요하므로 MMS형태에서 HD데이터가 그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음이 염려된다.

 

과거 ATSC DTV 방식선정과 DMB의 국내적용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가 일부 특허권을 가지고 있고 우리기업이 개발했다고 해서 타 방식과 비교시험 한번 없이 무조건 국내적용해야 한다는 강요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본다. 모바일TV기술은 벌써 기존 방식보다 효율과 전송능력에서 앞선 기술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비교실험과 철저한 검증과정을 통하여 산업적 논리보다 공학적이면서 시청자혜택의 논리가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본다. 산업적 논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논리에 의해 달라지게 되고 시행착오로 인한 피해와 비용손실은 곧 방송사와 국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

 

시청자 혜택과 방송의 미래를 위해서는 먼저 제주도에 천혜의 전파환경 입지조건을 이용한 미래의 방송환경 구축을 위한 필드테스트베드를 만들고, 국내적용 방식이 아니더라도 세계화 가능성이 있는 기술은 인구 천만을 상대로 한 수도권에서 실제 필드테스트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면 국내의 방송기술과 방송장비 및 수신기가 세계를 먼저 선점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므로 필드테스트베드 구축과 실험용주파수 확보와 허가가 하루빨리 정책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