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3월 콘텐츠파워지수(CPI) 조사에서 또 1위를 차지했다. 콘텐츠파워지수뿐만이 아니다. <무한도전>은 매월 프로그램 몰입도(PEI)에서도 항상 순위권에 진입한다. 또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날에는 어김없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올라가 있다. 하지만 시청률 조사 기관이 발표한 수치만 보면 이 같은 인기를 느낄 수 없다. ‘국민 예능’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지만 10% 초반 시청률로 수치만 놓고 보면 아침 정보 프로그램과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더 이상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부터 실시간 TV 시청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PC, 주문형 비디오(VOD) 등을 이용한 시청도 시청률에 통합해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통합시청률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통합시청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집계 방식을 놓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청률 자체가 광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본지에서는 통합시청률 도입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어떻게 해야 합리적인 방안을 도입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자 좌담을 마련했다. 좌담은 3월 20일 서울 상암 MBC에서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윤해진 MBC 편성국 전문연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방송기술저널 편집진의 사회로 진행됐다.
Q. 통합시청률을 조사해야 한다는 업계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통합시청률 도입 시 단점, 예를 들면 프로그램이 너무 청년층 위주로 제작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시청률 도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연우 세명대 교수(이하 정 교수) : 통합시청률을 반대할 명분은 없다. 통합시청률을 도입하면 PC나 모바일 쪽 시청률이 반영되는데 이것을 우려하기보다는 정확하게 통계가 잡힌다고 봐야 한다. 정확히 측정하고 난 뒤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할 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도입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정책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들이 있다. 통합시청률이 도입되면 주로 예능 프로그램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방송이 일상생활의 즐거움을 주는 기능도 있지만 보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여론 형성 등의 기능도 있다. 그런데 오락이 다른 기능에 비해 과도하게 강조되는 건 바람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깊이 있는 교양이나 보도 프로그램 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윤해진 MBC 전문연구위원(이하 윤 연구위원) : 통합시청률이 필요하다고 본다. 2000년과 2015년 일일 평균 시청 시간을 비교해보면 가구당 시청 시간(500분 내외)이나 개인당 시청 시간(200분 내외)은 큰 변화가 없지만 10~30대의 시청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젊은 층의 방송 콘텐츠 소비가 TV 본방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다시보기,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경로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아직 제대로 집계되고 있지 않다. 이처럼 숨겨진 비집계 시청률을 드러내어 실질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측정하기 위해서 통합시청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필요한 것인데 이게 그냥 숫자만 산출해서는 안 된다. 통합시청률을 측정한 다음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교수님께서 오락이나 여론 형성 등 방송의 사회적 역할을 말씀하셨는데 이러한 역할과 산업적인 부분도 연결돼 있다. 통합시청률만 제대로 산출하면 방송사의 광고수익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제도적인 준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통합시청률 산출 이후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함께 논의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 정 교수 : 어떻게 보면 주문형 비디오(VOD)를 통해 ‘다시 또는 자주’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더 생산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통합시청률이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으로 이야기한다면 스테디셀러 같은 게 만들어 질 수 있는 계기. 그렇게 크지는 않을지라도 어쨌든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지 않나 한다.
Q. 말씀하신 것처럼 대체적으로 통합시청률 도입에는 공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먼저 실시간과 비실시간의 합산이 가능한지에 의문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VOD에 대한 시청률 측정이 어렵다는 것인데 VOD 포함 여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 윤 연구위원 : VOD를 포함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는 산출방식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우선 산출방식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해왔던 실시간 시청률은 정해진 방송시간 내 분당 시청자 비율의 평균로 산출된다. 하지만 VOD는 방송사의 편성표를 따르지 않고 시청자가 선택한 시간에 시청하며 몰아보기, 건너띄기, 빨리보기, 이어보기 등 본방 시청과 확연히 다른 시청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기존의 시청률과 동일한 시간의 틀로 측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산출방식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산출단위도 기존 시청률이 아닌 다른 단위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또 실질적 콘텐츠 경쟁력 측정하려면 사업의 영역인 VOD도 포함시키는 것이 맞지만, 통합시청률이 규제의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VOD 포함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합시청률이 시청점유율 규제와의 연속선상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시청점유율의 도입 목적은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사업적 측면이 강한 VOD를 포함하는 게 맞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산출방식의 문제만으로도 복잡한데 제도적인 측면에서 사업적 성격의 VOD를 포함해야 하는가 여부도 걸려 있기 때문에 국내 통합시청률 논의가 한층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점점 더 커지고 있는 VOD 영역을 제외하고 통합시청률을 논의할 수는 없다고 본다. 산업적 활용도를 위해서는 VOD를 통합시청률에 포함시켜야 하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 적절하고 합리적인 산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 교수 : 통합시청률 논의 당시 여론독과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사실 현재 우리나라 매체들 중 여론을 독과점할 만큼 영향력이 있는 매체가 없다. 예전에 미디어법을 강행할 당시 반대쪽에서 중요하게 내세운 명분이 여론독과점이고 그걸 방어하기 위해 통합시청률이 나왔는데 현재는 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시청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려는 데 목적이 있기에 원칙적으로 VOD를 포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측정이 어렵다고 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수준까지 해야 한다. 또 일부에서는 VOD 광고 단가가 다르기 때문에 빼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사실 VOD는 광고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간접광고(PPL)와 같은 부분은 영향이 있겠지만 프로그램 광고단가 산정과는 관련이 없다. 광고 단가 때문에 빼야 한다는 건 맞지 않는다고 본다. 통합시청률을 정확히 측정한 뒤 그 이후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논의해야지 기본적으로 측정을 하지 말자고 해서는 안 된다.
– 윤 연구위원 : 결국은 산출방식, 제도적 측면, 광고 이 모든 게 묶여 있다. 우리나라 방송 산업을 보면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높은 시청률을 내도 가져갈 수 있는 광고 수익은 한정돼 있다. 예전에는 시청률이 높으면 광고 수익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는데 이제 그 연결고리가 약해졌다. 심지어 광고 산업도 정체기에 접어들어 파이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광고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통합시청률도 결국 광고와 연결돼 있다. 통합시청률 산출방식과 함께 우리나라 광고제도의 개선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자가 통합광고 패키지를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인 환경이 갖추어져야 통합시청률도 의의가 있다. 방통위는 통합시청점유율 사업을 추진하면서 방송광고 진흥이 궁극적인 목적임을 강조했다. 콘텐츠 경쟁력은 통합시청률이라는 새로운 지수로 측정하면서 광고제도는 예전의 틀을 유지한다면 방송광고 진흥도, 콘텐츠 경쟁력 제고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Q. 결국 산출 방식이 복잡하더라도 VOD를 포함하는 게 정확한 데이터 측정을 위해서 바람직하고, 통합시청률과 동시에 광고 제도에 대한 논의도 진행해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질문도 연장선상에 있다. YTN이나 종합편성채널 등 보도 프로그램이 많은 채널 관계자들은 보도 프로그램을 VOD로 보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VOD 합산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 교수 : 지상파 막장 드라마도 두 번 안 본다. 유사 보도 프로그램들이 많은 채널 관계자들은 통합시청률이 도입되면 광고 등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광고주들은 통합시청률이 나오건 안 나오건 어떤 프로그램에 자사 광고를 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통합시청률로 집계한다고 해서 어떤 프로그램이나 채널 광고가 더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 건 별로 없을 것이란 말이다. 신문도 마찬가지 아니냐. 독자수를 불려서 공개하거나 안 하거나에 상관없이 광고를 내야 하는 광고주들은 필요한 곳에 광고를 하게 돼 있다. 다만 채널 영향력 측면에서 우려하는 것 같다. 보통 프로그램이 갖는 영향력이나 몰입도가 채널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한 채널의 광고를 사람들이 더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니 그런 부분까지 감안하는 것 아닐까 싶다.
– 윤 연구위원 : VOD 자체가 예능이나 드라마에 유리한 시청 행태다. 그렇기 때문에 정 교수님 말씀처럼 채널 자체의 영향력 다시 말하면 채널의 순위나 위상을 걱정하는 것 같다. 광고주들의 의사결정은 통합시청률 하나만 가지고 이루어지지는 것이 아니라 장르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 지금도 광고주들은 실시간성이 강한 보도 채널의 특성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있고, 통합시청률이 상용화된다고 해도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보도 채널의 광고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본다.
Q. VOD를 통합시청률에 포함한다고 해도 시청 기간이 또 다른 문제다. VOD 시청을 프로그램 최초 방영 후 어느 기간까지 합산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에 많은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방통위는 일주일로 한정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무료로 전환된 후 소비가 적지 않기 때문에 4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 교수 : 기본적으로 4주짜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이용할 때 2~3일 내 시청하는 사람들은 당일 시청자들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다만 기술적으로 비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일주일 정도 해보고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게 필요하다. 4주치를 만들어놓고 일주일이나 3일 정도 통계를 뽑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고 본다.
– 윤 연구위원 : 방통위에서 일주일로 합산하는 것은 잠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기간이 너무 길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예산도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시범조사에서는 일주일로 해서 측정하고 추후에 어떻게 할지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일주일짜리도 필요하고, 4주짜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4주로 하면 무료 이용자들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측정할 수 있지만 데이터의 시의성이 많이 떨어진다. 미국의 경우 당일, 3일, 7일 등 다양한 기준으로 데이터를 뽑는다. 영국도 최근 28일 확대를 논의 중이라고 한다. 산출 시스템만 가능하다면 분석하고 싶은 기간대로 데이터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간 선정에 있어 해외사례도 중요하지만 국내 홀드백이 반영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지상파는 3주, 종편은 1주의 홀드백이 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2주나 3주로 산출하면 지상파는 유료만, 종편은 무료도 포함하게 되는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Q. 당장 내년부터 통합시청률이 반영된다고 하니 누가 가장 수혜를 받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tvN 등과 같이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 케이블 쪽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고, 지상파 방송사가 중간 정도,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이 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 동의하시는지?
– 정 교수 : 아까도 말했듯이 광고주들은 어디에 광고를 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 것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젊은 층이 많은 보는 채널들이 조금은 유리해질 것이다. 위상이 높아지면 사회적 파급효과가 지상파에 맞먹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걸 바탕으로 전략을 짤 수도 있기 때문에 유리한 것은 맞지만 당장 광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윤 연구위원 : 아무래도 케이블 쪽에 유리하기는 할 것이다. 통합시청률 하면 PC나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시청, 다시보기 등을 많이 생각하는데 사실 기존 재방송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지상파의 경우 재방횟수에 한계가 있고, 케이블이나 종편은 지상파보다는 자유롭기 때문에 프로그램 노출 측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 정 교수 : 재방에 대한 것은 재승인 과정에서 감점을 주고 그러면서 불이익이 가도록 해야 하는데 지난번 종편 재승인 심사도 그렇고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니깐 결과적으로 종편이나 케이블에서 창의적인 콘텐츠에 투자를 안 하게 된다.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정책에 크게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통합시청률에 대해서 더 말할 부분이 있다면?
– 윤 연구위원 : 통합시청률은 타깃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패널조사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시청률이 낮으면 패널 데이터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케이블이나 종편 채널은 데이터 안정성면에서 더욱 불리할 것이다. 그래서 패널 데이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수데이터를 활용한 통계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지표를 분석할 때도 대표 지수외에 부문별 지수가 따로 있듯이 통합시청률에도 다양한 지수가 필요하다. 패널 데이터는 패널 데이터대로 진행하고, VOD 같이 전수데이터가 쌓이는 것은 또 그 나름대로 그 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정 교수 : 각 매체별 영향력도 다르고, 시청 방식도 다르고, 몰입도도 다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가중치를 어떻게 둘 것이냐 하는 것도 상당한 문제다. 장기적으로 통합을 향해 나아가되 각각의 데이터를 제시해 이용자나 정책 담당자가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데이터 산출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이뤄지는지 그 과정을 공개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조사도 특정업체에 무조건 맡기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조사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업자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통합시청률 데이터가 신뢰를 못 받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사업자 선정과정부터 사회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