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방송기술인이 우습나

[사설] 동아일보, 방송기술인이 우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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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직군에 대한 경멸

거대 신문사 동아일보가 대형사고를 쳤다. 물론 동아일보의 파행은 슬프게도 익숙한 현상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정치적 이념이나 오래된 색깔공세를 넘어 이제는 ‘방송기술인’이라는 특정 직군을 무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기술인’을 비하했다는 일차적인 분노도 크다. 하지만 더욱 치가 떨리는 것은, 동아일보의 편협한 잣대와 그들만의 지독한 선민의식 때문이다. 여기서 같은 언론사에 대한 동업자 정신까지 운운하지는 않겠다. 다만 동아일보가 다른 직군, 혹은 직업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동아일보의 만행

지난달 동아일보는 지면뉴스를 통해 ‘재난의 KBS 대수술이 필요하다 <下> 경영도 낙제점, 방만 경영부터 수술하라 시리즈’를 연재하며 KBS를 포함한 대부분의 방송기술인들을 스위치나 누르고 한가하게 놀며 연봉 1억 원을 받아가는 ‘잉여인간’으로 분류했다. 치열해지는 미디어 플랫폼 경쟁 국면에서 24시간 종일방송의 여파로 방송기술인들의 과로로 인한 사고소식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동아일보는 특유의 왜곡과 발 빼기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지독한 뻔뻔함

현재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KBS 양대 노동조합은 동아일보를 정식으로 항의방문 했으며, 조속한 사과와 지면을 통한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이를 거부하며 ‘우스갯소리를 기사에 인용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자신들이 놀리는 펜의 엄중함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KBS 양대 노조에게 사과 및 정정보도 대신 자신들의 지면을 할애할테니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해라’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총체적 문제가 보인다

이번 사태를 두고 동아일보의 후안무치함을 지적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들의 기본적인 의식구조를 엿봐야 한다. 우스갯소리를 기사에 담아 특정 직군을 비하하고, 이를 사과하기는 커녕 그 ‘대단한 자신들의 지면’을 할애하겠다고 ‘자비’를 베푸는 모습에서는, 마치 역사시대의 군주의 위용이 느껴질 정도다. 항상 낮은 자세에서 진실을 말하고 약자의 편에 서야하는 언론이, 기본적인 정의를 떠나 너무나 태연하게 특정 직군 자체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충격적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선민의식’에 물들게 만들었는가. 현재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KBS 양대 노조는 동아일보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명예훼손 고발, 기자회견 및 집회, 불매운동까지 불사한다는 각오다. 문제해결의 답은 동아일보의 성의있는 태도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