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길환영 사장 해임안 가결시켜

KBS 이사회, 길환영 사장 해임안 가결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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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최진홍) 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이로써 길 사장은 2008년 정연주 사장에 이어 KBS 이사회가 해임한 두번째 사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방송문화진흥회에 의해 해임당한 김재철 MBC 사장까지 포함하면 공영방송 사장으로는 세번째다. 최초의 PD 출신 사장이자 재직 중 내부승진을 통해 사장에 오른 첫번째 사장이라는 상징성도 길 사장의 해임을 막지 못했다.

KBS 이사회는 6월 5일 KBS 본관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길 사장 해임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지난달 28일 KBS 이사회가 한차례 길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고, 길 사장 스스로 사장직 수호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6월 5일 이사회에서 정상적인 표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여야 7:4의 구도에서 길 사장의 퇴진에 반대하는 여당 이사들의 목소리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등 양대 노동조합이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하고, 보직을 사퇴한 간부들이 길 사장 퇴진에 힘을 보태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KBS 양대 노조와 연대한 시민사회단체 및 언론 현업인 단체가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배수의 진을 쳤기 때문이다. 당장 6.4 지방선거 개표방송에 차질이 발생했고, 다가오는 브라질 월드컵 중계도 정상적으로 실시되기 어렵다는 ‘불길한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KBS 정상화를 위해서는 길 사장의 퇴진이 단초가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된 셈이다. 여기에는 보직을 사퇴한 간부들을 지역사로 발령내며 ‘보복인사’ 논란을 초래한 길 사장의 자충수도 포함된다. 

   
▲ KBS 길환영 사장 – [미디어 오늘] 제공

이에 6월 5일 KBS 이사회는 야당 이사들이 ▲ 보도통제 의혹 확산에 따른 공사의 공공성과 공신력 훼손 ▲ 공사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능력 상실 ▲부실한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책임 ▲ 공사 경영실패와 재원위기 가속화에 대한 책임 등의 사유로 제출한 해임 제청안을 면밀히 검토한 후 2시간에 거친 격론끝에 결국 길 사장 퇴진이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찬성 7에 반대 4표. 예상을 뒤엎는 이사들의 투표로 결국 길 사장은 임기 3년의 절반만 채우고 세월호 보도 후폭풍에 이은 KBS 사태가 벌어진지 35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으로 KBS 이사회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길 사장 해임안을 정식으로 제청하게 되며,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이후 정식 공모를 통해 새로운 사장을 뽑게 된다.

일단 KBS 양대 노조는 KBS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청와대 보도통제 의혹을 받았던 길 사장의 퇴진이 선행되다면 총파업도 중단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피력해 왔다. 당장 양대 노조는 길 사장의 해임안이 가결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총파업을 풀고 6월 6일 방송현장에 돌아갔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것은 아니다. 길 사장이 퇴진한 이후 새로운 사장이 온다고 해도 KBS 양대 노조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인사가 선임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S 2노조는 길 사장의 해임안이 이사회를 통과한 직후 "6월 5일은 방송독립의 날"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이번 사태는 여야 정치권에 의해 임명된 7 대 4의 이사회 구도에서 과반의 지지로 선임된 사장이 얼마나 정권과 정치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었다"며 "그동안 논의돼 온 특별다수제를 비롯해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 넘는 독립적인 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제도를 쟁취하기 위해 사내외 모든 세력의 지혜를 모아나가고 그 결과를 정치권에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파업은 중지하지만 이후 사장 선임 절차도 엄밀하게 따지겠다는 뜻이다.

한편 KBS 이사회는 길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며 상당한 고충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길영 이사장을 비롯한 여당 이사들은 당초 길 사장 퇴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했으나 KBS 양대 노조의 총파업으로 보도기능이 마비되고 KBS의 위상이 흔들리는 점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이에 길 사장이 직접 이사회를 찾아와 소명기회를 얻어 발언을 했지만,7:4로 결정된 사장 해임안은 뒤집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측 이사 한명은 투표 직후 이사회를 떠나며 사임을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