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전송방식인 DVB-T2와 ATSC 3.0을 두고 미래창조과학부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이 ATSC의 종주 기업으로 여겨지는 LG전자가 DVB-T2 전송방식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지상파 3사는 4월 5일 KBS를 시작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순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는 각 지상파 방송사의 디스플레이 기능에 방점을 찍은 기술지원으로 훌륭한 역량을 선보이는 중이다. 일본의 소니가 국내 제조사와 달리 UHD 디스플레이는 물론 촬영, 편집, 송출 등 다양한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충해 UHD 생태계를 점령하는 상황에서 비록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UHD 전송방식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LG전자의 당찬 행보는 상당한 호응을 얻는 중이다.
여기에 최근, LG전자가 관악산 송신소에서 DVB-T2 방식으로 송출되는 HEVC 코덱(코덱에 대한 기술적 판단에는 이견이 없다) 지상파 UHD 신호를 자사의 디스플레이로 구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NAB 2014에서 ATSC 3.0 전송방식을 통한 지상파 UHD 시연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이후 DVB-T2 방식의 호환성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ATSC의 종주 기업인 LG전자가 ATSC 3.0에 이어 DVB-T2 방식에 있어서도 상당한 강점을 드러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상파 UHD 시연에 있어 LG전자가 DVB-T2 전송방식을 성공시켰다고 이들이 DVB-T2에 ATSC 3.0만큼의 역량을 신장시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현재 ‘필드’에 나온 기술에는 DVB-T2 수신카드를 활용해 일부 UHD 디스플레이에서 지상파 UHD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LG전자의 DVB-T2 방식 시연은 수신튜너만 장착한 상태에서 실시되었기에,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인 셈이다.
물론 LG전자가 지상파 UHD 실험방송 정국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 막을 내린 KOBA 2014에 출품된 지상파 UHD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LG전자의 제품이었으며 각 지상파 실험방송에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디스플레이도 기술적 적합성을 고려해 LG전자의 제품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12월 표준이 정해지는 ATSC 3.0은 대한민국 지상파 UHD 전송방식에 걸맞지 않는다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4월을 기점으로 유료방송이 속속 UHD 상용화를 천명한 상황에서 2015년 표준이 정해지는 ATSC 3.0은 그 기술적 우월함을 고려한다고 해도 지상파 UHD 상용화 일정과는 절대 보폭을 맞출 수 없다.
만약 미래부가 지상파 UHD 정국에서 전송방식을 정할 때 이미 시장이 확보된 DVB-T2 방식이 아니라 ATSC 3.0을 정한다면, 2000년대 중반 디지털 전송방식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LG전자는 국내 제조사 최초로 1993년 DVB 회원사에 가입한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DVB 회원사와 긴밀한 협조를 이어가고 있다. 또 NAB 2014 이전에 열렸던 국제적 IT 전시회에서 DVB-T2 방식을 정식으로 활용한 UHD 시연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ATSC의 종주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DVB 기술에도 막강한 역량을 보유한 LG전자가 지상파 UHD 실험방송 정국에 깊숙이 개입하며 상황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