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 재난망, 그리고 700MHz 주파수

[분석] 대통령 담화, 재난망, 그리고 700MHz 주파수

691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 재난망 구축을 천명함에 따라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둘러싼 복마전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0년이 넘도록 표류하던 국가 재난망이 제자리를 잡는 것은 대승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해당 사업이 방송과 통신의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전에 있어 최대 변수로 부상한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최근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 재난망 구축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방송과 통신의 속내는 복잡하다. 국가 재난망이 구축되는 방식은 미국식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서 모티브를 따왔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 재난망이 구축된다면 700MHz 대역 주파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해당 주파수는 최시중 위원장 시절 구 방송통신위원회가 상하위 40MHz 폭을 통신에 할당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이어받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통해 해당 주파수 할당을 재확인했지만, 사실 이는 법적인 효력이 없다. 방통위원장 고시 등의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폭 중 54MHz 폭이라도 방송에 할당해야 한다는 ‘국민행복 700 플랜’이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공식제안된 상황이며, 이에 대해 정부는 주파수 공동 연구반의 결과 발표에 모든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국가 재난망이 700MHz 주파수에 들어올 경우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우선 기존 상하위 통신 40MHz 폭을 인정하는 선에서 ‘국가 재난망+통신’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이는 방송의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다. 두 번째는 ‘국가 재난망+방송’으로 묶이는 상황이며, 이는 ‘공공대역’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를 공표하자는 의견과 결을 함께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미래부가 추진하는 사항, 통합 공공안전망을 LTE 방식으로 해당 주파수에 추진하면 국가 재난망의 기본조건인 와이브로와 테트라는 무시되고 LTE를 활용한 통합 공공안전망이 700MHz 대역 주파수에 묶이게 된다.

일단 주파수 공동 연구반의 중간결과 발표는 7월 20일 경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의 국가 재난망 의지가 더해지면 와이브로와 테트라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에 더해, 통합 공공안전망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주파수를 두고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방송이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의 허구성을 파괴하고 ‘국가 재난망+방송’을 관철시키느냐, 아니면 실질적인 기술이 정해지지 않은 국가 재난망의 주파수 활용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합집산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통신이 원하는 대로 ‘국가 재난망+통신’의 형태도 유효하다. 국가 재난망의 당위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에서 주파수 공동 연구반 내외부에서는 이미 해당 주파수의 국가 재난망 할당을 해양수산부의 ‘이네비게이션’과 묶어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700MHz 대역 주파수는 또 한번 미로에 빠진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