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VSB, 케이블도 ‘갸우뚱’

8VSB, 케이블도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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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MSO가 논란이던 8VSB 전송 방식 표준화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발표 당시 정부가 공언한 장밋빛 전망은 사라지고, 각 사업자간 눈치만 보며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만 조성되고 있다. 당장 ‘고화질’이라는 소소한 종합편성채널 특혜를 위해 정부가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케이블 MSO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6월부터 8VSB 허용의 수혜를 입은 사업자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행정 예고했던 ‘8VSB 허용을 위한 기술기준’을 관보에 게재했기 때문이다. 관례적으로 행정 예고 후 관보에 게재되면 해당 정책은 그대로 추진되는 경향이 농후한 만큼, 8VSB 허용 정책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미래부는 관보 게재 이후 사업자 신청을 받아 8VSB 변조기 장비 구축을 위한 변경 허가와 준공검사, 약관 및 요금 신고 등의 승인절차를 통한 상용화 정국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실질적인 주체인 케이블 MSO는 사태를 관망하며 눈치만 보고 있다. 8VSB 허용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심각한 것은 비용문제다. 미래부가 케이블 MSO의 8VSB 허용 정국에 있어 지원금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기술 변조를 위한 DtoA 컨버터 비용이 변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래부는 8VSB 상품에 대해 가격과 구성에 있어 기존 상품과 동일하도록 명기한 상황이다. 추가 자금 지원 없이 해당 서비스를 준비하는 케이블 MSO 입장에서는 막대한 금전적 부담이 예상된다.

또 정부와 케이블 MSO가 8VSB 허용으로 서비스되는 채널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상황에서 지상파 CPS 논란도 뇌관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의 지상파 재송신 정국에서 케이블 MSO는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부정하는 스탠스를 견지한 바 있다. 그러나 8VSB 허용과 CPS 문제가 맞물릴 경우 의외의 국면을 맞이할 확률이 높은 만큼, 향후 금전적인 문제에 있어 CPS 문제는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지상파에 합당한 CPS를 납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 MSO가 UHD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8VSB 허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당장 주요 케이블 MSO의 수익 지표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를 실시해야 하는 8VSB 허용은 그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몸집은 커지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케이블 MSO들이 8VSB 허용에 전사적으로 나서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관련기사 UHD 시대, 케이블 괜찮을까?)

현재 8VSB 허용에 대해 CMB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지털 전환율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기준 CMB는 150만 명 전체 가입자 가운데 디지털 방송 가입자는 12만 명으로 집계되면서 8%에 불과한 디지털 방송 전환율을 기록했다.

그런 이유로 CMB는 ‘그나마’ 디지털 전환율이 높은 수도권에 먼저 8VSB를 도입해 막대한 DtoA 컨버터 비용을 아끼면서 타 사 대비한 디지털 경쟁력을 쌓는다는 복안이다. 다른 케이블 MSO들은 서비스 권역을 한정해 양방향 수요가 적은 공공기관 및 호텔, 병원 등에 우선적으로 8VSB 허용을 도입한다는 제한적 로드맵만 수립한 상태다.

당장 양방향 등이 불가능한 짝퉁 디지털 전환이라는 오명과 더불어 지상파 플랫폼의 형해화, 더 나아가 종편에 대한 ‘소소한 특혜’를 위해 8VSB 허용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 MSO들은 얇아져 가는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며 눈치만 보고 있다. 8VSB 허용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대한민국 미디어의 현 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