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리오, CPS의 근간을 흔드나

에어리오, CPS의 근간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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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등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이종 미디어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디어 업계의 거물인 배리 딜러가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리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말 ‘품절’ 사태까지 일으키는 소동으로 뉴욕을 포함한 총 22개 도시로 권역을 넓힌 에어리오는 기존 케이블 방송 가입비의 10%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3,000만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자신들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에이리오 서비스가 지상파 방송사의 CPS 논란과 맞물리며 사업자 간 이전투구 양상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에어리오 서비스 지도

 

에어리오는 자신들의 데이터 센터에 지상파 방송의 신호를 받아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한 후, 가입자들에게 소형 안테나를 임대해 방송을 수신하게 하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다. ‘이종 OTT’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가입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만 시청할 수 있다는 것과 요금제에 따라 DVR 저장 공간을 최대 40시간까지 부여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런데 에어리오는 다른 유료방송과 달리 지상파에 CPS를 납부하지 않는다. 유료방송이 지상파의 신호를 받아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경우는 당연히 CPS 부과 대상이지만, 에어리오는 안테나를 개별적으로 설치해 지상파의 신호를 받는 것은 무료라는 미국 현행법을 활용해 CPS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동을 걸고 나왔다. ABC, CBS, NBC 등 대형 방송사들은 에어리오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 심지어 지상파 방송사들은 에어리오가 서비스를 계속 확장할 경우 자신들의 지상파 채널을 케이블로 변경하겠다고 공언하는 한편, 지상파의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극한 발언까지 불사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하급법원의 판결은 엇갈린 상황이다. 2013년 맨해튼 연방 항소법원은 에어리오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지만 2014년 2월 유타주 지방법원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며 지상파의 손을 들어 주었다. 다만 연방법원의 심리는 1심과 2심 모두 에어리오가 승소했다. 4월 22일 연방대법원 심리에 온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내 위성방송인 KT 스카이라이프가 차세대 PVR 서비스인 ‘SOD(SkyLife on Demand : 스카이라이프 온 디맨드)’를 준비하며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SOD는 KT 스카이라이프가 제공하는 실시간 방송을 클라우드를 비롯해 USB 메모리와 외장 HDD에 자유롭게 저장하고 가입자가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보고 싶은 드라마, 영화, 스포츠 등 모든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녹화하고 원하는 때에 재생해 볼 수 있는 개인 녹화 장치인 셈이다.

하지만 SOD를 둘러싼 저작권 논쟁은 변수로 꼽히고 있다. HD급 고화질 방송을 녹화하는 것 외에도 USB 단자를 통한 디스크 저장은 물론, 클라우드 저장까지 지원하는 부분과(저장용량에 한계가 있는 하드디스크 PVR과 달리 원격 저장공간인 클라우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제한 없는 저장용량을 가진다) 다수의 채널을 동시에 녹화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예약 녹화기능도 구비하는 대목이 저작권 개념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SOD는 클라우드와 플랫폼을 제공해 가입자가 개별적으로 콘텐츠 시청 및 저장을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SOD는 다른 유료방송처럼 자신들이 CPS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모든 구동원리가 전적으로 ‘가입자 개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에어리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SOD와 비슷한 논리를 내세운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입자에게 소형 안테나를 제공했을 뿐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이 되는 저작권물에 대한 사용 및 접근은 안테나를 받은 가입자들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에어리오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SOD에 대해 KT 스카이라이프가 저장공간인 클라우드를 활용한 시청 및 저장은 전적으로 가입자의 ‘개인 의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과 결을 함께한다.

여기에서 저작권의 개념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저작권법은 사적이용(private performances)과 공적실연(Public performance)으로 구분된다. 사적이용은 개인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콘텐츠를 받아 시청하고 저장하는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윤을 목표로 하는 회사가 콘텐츠를 받아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계약에 의거한 저작권 법에 영향을 받는다.

지상파 방송사와 에어리오의 주장이 상충되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지상파 방송사는 에어리오의 서비스가 공적실연에 있다고 보고 있지만 에어리오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사적이용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에이리오의 서비스가 개별 안테나-개별 가입자라는 명목상의 ‘도구’를 교묘하게 이용해 ‘지상파 방송을 잡아 가입자에게 중개하는 방식’을 CPS 논란에서 벗어나게 하는 부분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비록 개별 안테나와 개별 가입자의 의지가 사적이용에 해당된다는 전제가 있다고 해도 ‘플랫폼’을 깔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전적으로 ‘에어리오’다.

정리하자면, 케이블 업체처럼 지상파의 방송을 받아 가입자에게 송출하는 모델을 단순하게 세분화시켜 가입자 단위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미국 현행법의 맹점도 있다. 미국 방송법에는 케이블 사업자에 한해 재송신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에어리오는 사실상 재송신 서비스를 실시하며 이를 부정하고 있다.

한편 최근 클라우드 재전송에 대한 ‘면죄부’를 통해 CPS 부과의 짐을 벗어나려는 에어리오의 앞에 막강한 복병이 나타났다. 백악관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에어리오가 별도 안테나를 이용하더라도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공중들에게 재전송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백악관은 “개발되지 않은 기기로 전송하는 행위에 대해선 공적실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에어리오가 CPS 납부를 피하기 위해 내세우는 중요한 근거인 개별 안테나-개별 가입자는 규제의 틈새를 이용하는 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게다가 CPS를 지상파와의 ‘서브 수익구조’로 삼고 있는 망 사업자들도 에어리오의 주장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점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