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출구전략, 미묘한 온도차이 감지

와이브로 출구전략, 미묘한 온도차이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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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가 와이브로 시장을 LTE-TDD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실상 사장기술로 여겨지는 와이브로를 포기하고 새로운 통신기술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그러나 미래부의 와이브로 출구전략은 전면적 LTE-TDD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국내 와이브로 1인자 KT의 로드맵과는 미묘한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 13일 미래부는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회의실에서 ‘와이브로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해당 토론회는 와이브로 기술을 포기하고 LTE-TDD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차원의 출정식과 비슷했다. 전 세계적으로 와이브로 기술이 모멘텀을 잃어가는 현상을 인지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실제로 와이브로 시장은 매우 저조하다. 시장 조사업체인 오범(Ovum)이 지난해 8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는 2017년 전 세계 LTE 점유율은 94.6%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와이브로의 경우 5.4%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인텔·삼성전자 등 와이브로 장비 생산 주요업체들이 모여 만든 와이맥스포럼은 사실상 와이브로의 기술 진화를 포기했으며, 이에 따른 정책적-기술적 발전은 가로막힌 상황이다. 국내상황도 요원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주파수 재할당 이후 와이브로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상용서비스 7년차인 현재 가입자수는 103만 명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가입자수도 지난해까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나, 올해부터는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3G나 LTE의 무선인터넷 트래픽 분산용으로 활용되는 비중도 지난해 1월 9%에서 올 7월 5.1%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KT의 경우 공개적으로 와이브로 사업의 포기를 주장하는 정책 제안서를 공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부와 KT의 와이브로 사업 포기 및 LTE-TDD의 전환에는 미묘한 온도차이가 감지된다. 미래부는 아직 사업자에게 할당하지 않은 2.5GHz 대역 주파수를 와이브로뿐 아니라 TDD-LTE용도로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해당 사업의 출구전략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KT는 해당 주파수 용도를 전격적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를 강하게 하고있다. 즉, 미래부는 기존 가입자 보호를 위해 점진적인 사업 전환을 꾀하는 반면 KT는 전면적인 사업 전환을 주장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토론장에서는 100만의 와이브로 가입자를 보유해 전체 가입자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KT가 와이브로 용도로 할당받아 현재 서비스를 하고 있는 2.3GHz 주파수 대역도 TDD-LTE 용도로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미래부에 요청했다. 이에 이석수 KT상무는 “KT는 와이브로 부분에서 세계 4위 사업자로 조 단위를 투자해 국가 산업인 와이브로에 공헌했고, 1조원이 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며 “기존 사업자보다 신규 사업자에게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특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와이브로에 매진한 공로를 인정해 정부차원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 셈이다.

그러나 미래부는 현행 제도상 주파수 용도 변경을 임의로 해줄 수 없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사실상 KT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최준호 미래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전파법상 사업자를 가지고 용도를 전향할 수는 없고, 할당도 경매로 해야 한다”며 “이미 할당받은 주파수의 용도를 바꿔줄수는 없다”며 일정 정도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100만이 넘어가는 와이브로 가입자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반복한 셈이다. 여기에는 와이브로 2위 사업자인 SKT와 시민사회단체도 동의했다.

와이브로는 3세대 이동통신기술의 성공에 고무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삼성전자가 주축이 되어 통신사들까지 가담해 만들어낸 국내 토종기술이다. 하지만 한 때 전 세계 70여 개 나라에 수출되며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의 미래로 각광받았으나, 지금은 LTE 기술에 밀려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이는 지금까지 와이브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던 정부의 방침과 맞물려, 통신사들의 민감한 정책 추진 선회 가능성까지 강력하게 대두되면서 향후 주파수 수급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파수 경매를 마친 LTE 용 주파수에 이어 와이브로 주파수까지 LTE에 활용되게 된다면, 방송용 필수 주파수인 700MHz 대역 주파수의 난시청 및 뉴미디어 발전 활용 여부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