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래부 이사 잔혹사?

(종합) 미래부 이사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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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정부는 이날 오전 당정 협의를 갖고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를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키로 했다. 현재 미래부는 정부과천청사에, 해수부는 세종청사 등에 임시로 입주해 있는 상태다. 미래부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와 3개 핵심부처가 서울 광화문에서 짐을 싸 과천청사로 입주한지 1년도 안되어 또 세종청사로 이사하게 된 셈이다. 다만 안행위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이 부분(세종청사 이전)에 대해서는 안행위 당정 뿐 아니라 종합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변경고시 절차에 따라 공청회를 거치고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 승인, 관보 고시를 마치는 방향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해 지역반발을 의식한 일종의 여지를 남겨두긴 했다.

   
 

사실 미래부의 세종청사 입주건은 복잡한 문제다.

2012년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관한 고시를 보면, 국무총리실과 조세심판원이 내려가고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복권위원회, 중앙토지수용위원회,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이전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2013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해외문화홍보원, 경제자유구역기획단, 지역특화발전특구기획단, 연구개발특구기획단, 무역위원회, 전기위원회, 광업등록사무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보훈심사위원회 등이 이전하게 되어 있으며 2014년에는 국세청과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소방방재청, 한국정책방송원, 우정사업본부가 마지막으로 이전하게 되는 것으로 해당 고시에 분명하게 명기돼 있다. 이에 정부도 지난 2010년 8월 20일 관련 고시를 통해 2005년 10월 5일에 확정된 계획대로 일부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명확히 한 바 있으며 대통령의 승인과 최종안도 확정된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부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된 조직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미래부는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조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시 일대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치조직과 주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008년 정부 조직 개편 당시 폐지됐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업무를 다시 통합한 중앙행정부처로 봐야 하기 때문에, 당초 계획에 따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난 5월 30일 안전행정부가 세종시이전위원회에 보고한 이전부처 대상에서 미래부와 방통위를 제외하자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법과 계획대로 6개 부처를 제외한 모든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정부가 분권과 균형발전 차원에서 청와대와 외교·통일·국방·법무·여성·안행부 등 6개 관련 부처는 서울에 남기고 모든 부처는 세종시에 설치토록 법에 정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9월 12일, 정부는 5월 30일 있었던 안정행정부의 보고안을 수정해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을 확정한 것이다.

동시에 미래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전 정권이 세운 세종시 부처 이전계획에서 빠져버린 상황에서 1,000명에 육박하는 인력을 수용할 길이 없어 과천청사로 입주했지만, 다시 세종시로 이사짐을 싸야할 판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1,000명에 육박하는 공룡조직 미래부가 잦은 이동을 반복하며 내부적으로 누적된 피로가 만만치 않다는 것에 있다. 여기에는 과천청사에 입주한 미래부의 속사정을 엿볼 필요가 있다.

미래부는 정부조직 개편 이후 과천청사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과천청사 입주동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래부 조직이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틈을 노려 정부조직 서열 6순위인 법무부가 당초 미래부가 입주하기로 했던 과천청사 1동을 차지해버렸다. 동시에 법무부는 약 300미터의 이사를 위해 무려 10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쓰고 현판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버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 ‘기획재정부에 밀려 과천청사 1동을 쓰지 못했던 법무부가 정부조직 서열이 높은 미래부를 무시하고 한풀이를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덕분에 미래부는 울며 겨자먹기로 과천청사 4동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미래부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3년 말 과천청사에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등이 세종시로 내려가면서 이 공간에 방위사업청 등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동시에 2,0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근무하는데다가 별도의 보안시설까지 마련해야 하는 방위산업청은 산업부가 빠지는 3동과 바로 옆 미래부가 쓰고 있는 4동을 함께 쓸 것을 요구했다. 미래부 입장에서는 사면초가인 셈이었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미래부가 1동으로 간 법무부의 원래 보금자리이던 5동으로 다시 이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원래 1동으로 가야했던 미래부가 4동으로 갔고, 다시 5동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미래부의 세종청사 이주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오히려 ‘미래부가 자리를 빨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과천청사 안에서도 이렇다할 자리를 점하지 못한 미래부가 차라리 세종청사로 입주해 자신의 보금자리를 단단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과거 지식경제부에서 미래부로 소속이 바뀐 연구개발특구기획단이 세종시 이전이 확정되어 있고 우정산업본부도 교과부에서 미래부로 소속이 바뀐 후에도 세종시 이전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부의 세종청사 이전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부 소속 1,000명의 공무원 입장에서는 서울에서 과천으로, 그리고 과천 안에서도 여러차례 이사전쟁을 치르다가 다시 세종시로 입주하게 되는 현재의 상황이 그리 썩 달갑지는 않은 눈치다. 물론 이전대상 물망에 오르던 방통위 공무원들은 내심 표정관리에 들어간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