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조충남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부회장/MBC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2025년, 어느덧 어두운 터널을 지나 나무마다 예쁜 꽃과 푸른 새싹이 피어나는 따뜻한 봄이 되었습니다. 연합회원사들도 외부 및 내부의 복잡한 문제들이 점차 해소되며, 방송사들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방송기술인들은 급변하는 미디어 제작 환경과 새로운 트렌드인 생성형 AI 기술의 시대에 어떻게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다시금 고민하게 됩니다.
미디어 제작 환경의 변화와 방송기술인의 역할
현재 방송기술인들은 대부분 HD-SDI 시스템을 기반으로 방송을 제작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도 어느새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방송 제작 환경은 VTR에서 NLE, 그리고 NPS로 진화했고, 시청 방식도 TV 중심에서 모바일과 OTT 기반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방송기술인의 역할은 방송용 네트워크 구축 및 운용, 프로그램 개발, 아카이브 시스템 관리, 송신시스템 원격제어 등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또한, 고화질·소형화된 방송 카메라의 도입과 다중 카메라 활용 환경의 확대는 NLE 편집 환경에서 대형 공유 스토리지를 통한 인제스트와 100대 이상의 NLE 편집 시스템을 운용하는 형태로 진화하였습니다. NPS는 단순한 편집을 넘어 기획, 대본 작성, 미디어 검색 및 유통, 홍보까지 가능한 통합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디어 소비 환경의 변화
기존의 TV 직접 수신은 IPTV, VOD로 대체되었고, 시청 환경은 모바일 디바이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방송 미디어는 다양한 포맷으로 저장·관리·전송되어야 하며, 이는 방송기술인의 영역이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운영 관리로 확대되었습니다.
한편,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의 등장은 누구나 미디어 제작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시청자의 선택을 받으면서 기존 방송사의 스튜디오 기반 제작 콘텐츠는 점차 외면받고 있습니다.
방송기술인 인력의 구조적 위기
과거 대형 이벤트나 HD 방송 전환을 위해 채용된 방송기술인들이 대거 은퇴하고 있지만 방송사의 광고 시장 축소와 외부 요인으로 인해 재정의 어려움으로 신규 인력 채용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결과 방송사들은 기존 시스템 운용 인력과 신기술 인프라 구축 인력이 모두 부족한 상태이며, 방송기술인의 고령화로 인해 업무 순환과 균형이 무너지면서, 회사에 대한 불만과 방송기술인간의 갈등이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또 방송사 재정 문제로 인해 방송기술인의 교육과 해외 교육 인센티브(전시회 참관 등)도 사라졌고, 이는 방송기술인연합회 회원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송기술인 역할의 재정립과 교육 체계 혁신
1. 방송 미디어 융합기술인으로의 전환
방송기술인은 기존 기술 영역을 넘어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고, 미디어 제작 인력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형 인재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각 회원사는 자사에 적합한 ‘융합기술인 인재상’을 정립하고, 이에 위한 교육을 통해 미래의 방송기술인을 양성해야 합니다. 또한, 방송기술인연합회는 협의를 통해 인재상을 표준화하고, 이에 따른 교육 커리큘럼을 신입, 주니어, 중견 인력에 맞게 제공함으로써 각 회원사가 각사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서 방송기술인 교육을 해야 합니다.
2. 방송기술교육원의 역할 재정립
방송기술교육원은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지상파 방송기술 전문 강화를 위한 교육을 운영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운영 방식(2년 임기의 원장 및 실장, 1~2년 임기의 교육위원, 실무자 2인의 전담 운영)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방송 미디어 융합기술인 양성을 위해 방송기술교육원은 정관에 나와 있는 ‘방송기술 교육 프로그램 연구 및 커리큘럼 개발’, ‘방송기술 관련 학술연구 및 교육자료 수집 및 편찬’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기술교육원 이사진의 의지, 교육위원의 활발한 참여, 실무진의 헌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시 미래를 준비하며 2025년 5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느새 탄핵이라는 커다란 산을 넘고,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위해 각 방송사들은 선거방송이라는 이벤트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한 KBS와 EBS의 재원인 수신료를 한국전력에서 전기료와 함께 다시 통합징수하도록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이제 외부 환경이 조금 안정되었다면, 다음 싸움은 ‘나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주도적인 기술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오는 5월 20일~23일 KOBA 2025에서는 AI-Enhanced Creativity: The Next Wave of Media Innovation이라는 주제로 미래 미디어를 향한 논의가 진행됩니다. 이제는 과거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를 위한 선택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