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이동렬 EBS 기술인협회 정책국장] 요즘 AI 자동화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젠 AI가 모든 걸 한다더라.” 뉴스만 봐도 그렇고, 주변에서조차 누군가는 “AI가 다 해줄 건데, 우리 일 없어지는 거 아냐?”라며 걱정 반 농담 반으로 말하곤 한다. 그런데 정말 농담일까? 이제 AI는 우리가 하던 여러 가지 업무를 하나씩 차근차근 대신 해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에 빠진다.
“AI가 내 일을 대신하면, 나는 뭘 해야 하지?”
필자는 3년 전 해외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난 1년 전에 나의 일을 자동화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한 이후부터는 하루 10분 투자로, 8시간 업무시간 동안 할 일을 모두 처리했지. 하지만 나는 회사를 속이는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지…”
이 글의 작성자는 자신의 업무를 AI로 자동화하고 나서 정말로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회사는 모르는 눈치인 상황에서, 본인은 조용히 월급을 받으며 ‘루팡 모드’로 살아간 것. 게다가 국내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돌고 있다. 한 직장인이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나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 몰라 어쩔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AI가 우리 일 다 가져가는 거 아닌가’하는 걱정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우리는 AI와의 공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AI가 우리의 일을 지금보다 더 완벽하게 대신해 주는 시대가 된다면 남는 시간을 어디에 쓸지, 우리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지 말이다. 특히 방송기술 엔지니어는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서 방송 콘텐츠의 품질을 개선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창의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일을 한다. 그러니 AI가 우리 일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AI와 어떻게 협력할지를 고민해야 하고, 또 AI가 할 수 없는 우리만의 고유한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물론 AI가 점점 더 똑똑해지는 건 사실이다. 대량의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화하는 데 있어서는 AI만 한 게 없다. 그러나 AI도 한계는 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즉각적인 대응이나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이 상황에서 뭐가 제일 중요한가’를 판단하는 능력은 아직 AI보다는 사람 고유의 몫이다. 즉, AI가 단순한 작업을 처리하는 동안, 우리는 AI가 할 수 없는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여유가 생긴다. 어찌 보면 ‘대 AI 시대’는 방송기술 엔지니어의 미래를 새롭게 정의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더불어, AI 시대에 방송기술 엔지니어들이 가지는 강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엔지니어 대부분은 이미 기술적 기반이 탄탄하고, 새로운 도구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직종에 비해 AI 활용에 있어서도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만큼 AI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서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AI로 인해 얻게 될 시간과 여유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AI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만의 고유한 전문성을 더 깊이 갈고 닦는다면, AI는 우리의 일을 빼앗는 위협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대 AI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고, AI가 가져올 미래의 기회는 너무나 명확하다. ‘AI를 두려워만 할 것인가?’ 아니면 ‘AI와 협업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칠 것인가?’ 아니면 ‘제대로 활용할 것인가?’ 그 선택은 결국 우리 손에 달렸다.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