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광복절 기미가요‧태극기 논란에 박민 사장 사과

KBS 광복절 기미가요‧태극기 논란에 박민 사장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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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가 광복절에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하고, 좌우가 뒤집힌 태극기 그래픽을 내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KBS는 대국민 사과문을 올리고, 9시 뉴스에서 사과 방송을 한 데 이어 박민 사장이 다시 한 번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사장은 8월 16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지난해 11월 취임하면서 제일 강조했던 부분이 KBS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들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며 방송을 통해 위안을 얻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에 국민들께 불쾌감을 드린 데 대해 집행부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일을 통해서 공영방송의 역할과 맡은 책임에 대해서 더욱 고민하며, 열심히 챙기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KBS 1TV 공연예술 녹화중계 프로그램인 ‘KBS 중계석’은 15일 0시부터 약 80분 동안 6월 29일 예술의전달에서 상연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녹화본을 방영했다. 이 작품은 일본 나가사키에 주둔 중인 미국인 장교와 일본인 여자의 사랑을 그린 것으로, 이들의 결혼식 장면에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나온다.

광복절에 해당 방송이 나오자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비판의 글이 쏟아졌다. 이에 KBS는 “‘KBS 중계석’과 관련해 시청자분들게 우려와 실망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송 경위를 진상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5일 오전 방송된 ‘930 뉴스’에서 잘못된 태극기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기예보 중 태극기 그래픽을 좌우가 뒤집힌 상태로 송출한 것이다.

KBS는 “태극기 이미지 표출에 실수가 있음을 확인하고 즉시 수정했다”며 “인물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장면에 맞추기 위해 제작자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태극기 그림을 반전시킨 결과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KBS가 광복절 0시에 일본 전통 의상 ‘기모노’와 일본 국가 ‘기미가요’를 틀더니, 같은 날 밤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영상 ‘기적의 시작’ 방영을 강행했다”며 “진실보다는 이념에 치우친 윤석열 정부의 친일, 식민 역사관에 꼭 맞는 영상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영방송을 역사 왜곡의 도구로 동원하는 배후가 도대체 누구냐”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역시 16일 성명을 통해 “광복절 시작과 함께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기모노와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이 방송됐다. KBS에 분노한 시청자들의 청원은 오늘 오전까지 5천 400여 건 넘게 접수됐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땡윤’ 방송으로 전락한 KBS가 이제는 일본방송국이 됐으니 수신료는 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시청자들의 조롱이 줄을 잇고 있어 참담하고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오페라 ‘나비부인’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따가운 지적이 이어지고 언론에 KBS의 행태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도 사측은 이승만 찬양 영상물 ‘기적의 시작’을 기어이 방영했다”고 말한 뒤 “정권에 잘 보이려 역사왜곡도 서슴치 않는 기회주의자들이 머물 자리가 KBS에는 없다”며 “분노한 국민들과 KBS 구성원들이 끌어내리기 전에 박민과 김동윤은 당장 KBS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한편 KBS는 이번에 드러나 문제점들을 시급히 개선하기 위해 부사장 주재의 ‘태스크포스’를 즉각 발족해 제도 개선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태스크포스는 보도, 제작, 편성, 기술, 인사, 심의 등 분야별 국장급 기구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