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챗 GPT 등장 이후 전 세계 모든 산업을 생성형 AI가 휩쓸고 있는 가운데 4월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방송장비 전시회인 2024 NAB Show에서도 생성형 AI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올해는 기조연설부터 컨퍼런스까지 방송 미디어 산업에서의 AI 적용 및 활용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됐다. 이외에 미국 가구의 최소 75%가 시청할 수 있는 상황에 도달한 NextGen TV도 방송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미방송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 NAB) 주관으로 매년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NAB Show는 1923년부터 개최된 세계 최대 방송장비 전시회로 매년 소니와 파나소닉, 어도비 등 1,7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NAB Show에서 발행되는 Daily News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방송사들이 워크플로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Daily News는 미국과 독일 등 지역 라디오 방송사에서 AI를 DJ로 활용하고 있는데 해당 사례를 두고서도 ‘결국에는 스테이크에 소스를 더하는 것’이라며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픽스트리나 픽셀스코프 등은 AI를 미디어에 어떻게 적용했는지에 각각의 장비를 통해 보여줬다. 먼저 픽스트리는 AI 기반 리마스터링 시스템과 AI 기반 실시간 비디오 인코더, AI 기반 대화 개선 장비 등을 선보였다. 픽스트리는 2002년 7월 설립 초기부터 멀티미디어 코덱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해 왔으며 이후 지상파 DMB 방송의 핵심 송·수신 제품을 개발해 국내외 DMB 방송사 및 방송장비 판매업체, 단말기 제조업체 등에 제공해 왔다. 신재섭 픽스트리 대표는 “향후 방송 미디어 업계에 AI를 활용한 서비스 솔루션의 보급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픽셀스코프는 스포츠 중계 전 과정을 AI로 자동화해 무인 생중계하는 솔루션인 ‘픽셀캐스트(Pixelcast)’를 선보였다. 픽셀스코프는 “픽셀캐스트는 AI와 영상 처리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시 제어해 선수 및 공의 위치와 움직임 등을 3차원으로 실시간 추적‧분석해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중계방송 수준의 결과물을 제작하는 솔루션”이라면서 “인간이 단순 반복적인 노동에 시간을 쏟는 대신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픽셀스코프는 NAB Show에서 실시간 탁구 중계를 시연했다. 실제 탁구 선수 2명이 단식 경기를 진행하면 제작 감독, 카메라 감독, 그래픽 송출 전문가 없이 AI가 자동으로 중계 카메라를 활용해 화면을 선택하고, 실시간으로 분석된 정보가 그래픽으로 표현돼 중계 화면으로 송출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매년 NAB Show에서 수많은 참관객이 찾는 소니는 원격 및 분산 제작, 캡처, 모니터링, 오디오, 클라우드, 가상 프로덕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 혁신을 선보였다. 특히 소니는 전송‧원격 제작‧인하우스 제작 등 세 가지로 구성된 다양한 제품군을 제공하며 자사 네트워크 포트폴리오 안내에 공을 들였다. 또 AI 분석 기능이 내장된 렌즈 일체형 PTZ 카메라 BRC-AM7도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내년 초 출시 예정으로 이번 NAB Show에는 프로토 타입이 전시됐다.
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AI를 활용한 미디어 서비스 핵심 기술들을 소개했다. ETRI는 △메타데이터 자동 생성 및 영상 검색 기술 △샷 예측 및 가상 샷 생성 기술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북미디지털방송표준화기구(ATSC) 3.0 재난정보미디어 서비스 플랫폼 △ATSC 3.0 기반 촉각 지원형 입체미디어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메타데이터 자동 생성 및 영상 검색 기술은 AI로 영상을 분석해 자동으로 메타데이터를 만드는 것으로 이를 활용해 멀티모달 영상 검색이 가능하다. ETRI 측은 “대용량 아카이브 환경에서 효율적인 영상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Daily News에는 NEXTGEN TV의 방향성에 대한 글도 게재됐다. NEXTGEN TV는 미국의 차세대 방송 표준 ATSC 3.0을 기반으로 한 방송으로 우리나라의 초고화질(UHD) 방송과 맥을 같이 한다. 기존 무선 주파수(RF) 방식에 인터넷 프로토콜(IP)을 더해 4K UHD 방송, 5G 연동 서비스가 가능하고 재난방송에서도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디지털 TV 표준화 단체(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 ATSC) 마들렌 놀랜드 의장은 “현재 미국 가구의 최소 75%가 NEXTGEN TV를 시청할 수 있다”며 “하루아침에 100%에 도달할 수는 없기에 보조 장치 추가 개발 촉진 등 여러 가지 지원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NEXTGEN TV의 여러 장점 중 HDR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DR(High Dynamic Range)은 디지털 영상에서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만들어 사람이 실제 눈으로 보는 것에 가깝게 밝기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기술로 방송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화질을 내세우며 방송용 모니터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NAB Show에서 방송용 모니터 브랜드인 ‘스몰HD’, ‘FSI’와 협력해 QD-OLED 레퍼런스 모니터 신제품을 공개했다. 레퍼런스 모니터는 영화나 방송 제작 현장에서 촬영 영상의 완성도를 확인하거나 콘텐츠 콘셉트에 맞게 컬러 톤·이미지를 보정할 때 사용하는 장비다. 때문에 색 정확도, 색 재현력, 블랙 표현력, 휘도 등 원본 영상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고 성능을 요구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는 기존 OLED의 장점에 고순도의 자발광 재료인 퀀텀닷의 특성이 더해져 더욱 풍부한 색 표현력과 어떤 각도에도 왜곡 없는 화질을 구현한다”며 “원작자의 의도를 그대로 구현해야 하는 레퍼런스 모니터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