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석정은 MBC 종합편집팀 DI파트 차장] 흑백 영상에서 컬러 영상으로, SD 영상에서 HD 영상, 더 나아가 UHD 영상으로, 영상 콘텐츠는 더 고품질, 고화질의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저 화면 속 그림이 아닌 실제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생생하고 실감 나는 콘텐츠를 지향하며 새로운 기술,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고품질 영상을 위해 더 높은 해상도, 더 높은 프레임 레이트, 더 넓은 색 공간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HDR은 이 중 더 넓은 색 공간을 확보하여 더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영상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HDR 포맷도 다양하게 개발되었는데, 그중에서도 Dolby Vision은 Dolby의 인증 시스템을 통해 더 좋은 화질의 영상을 정확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해 줄 수 있도록 발전해 왔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시장에서도 Dolby Vision 콘텐츠는 고품질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OTT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HDR 콘텐츠, 특히 Dolby Vision 제작 역량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방송기술교육원에서 열린 ‘글로벌 돌비 비전 마스터 클래스’ 교육은 지상파의 후반 제작 방송기술인들에게 무척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Dolby사에 방문해 Dolby Vision 교육을 직접 듣고, 실제로 Dolby Vision으로 마스터링하는 후반 제작 스튜디오까지 돌아볼 수 있는 알찬 교육이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10월 17일 국내 사전 교육을 시작으로, 10월 29일부터 11월 5일까지 미국에서 국외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미국까지 이동 시간과 시차 때문에 실제로 교육이 이루어졌던 기간은 5일이었고, 이 중 3일간은 Dolby사에서, 나머지 2일간은 후반 제작 교육 및 방송 장비 렌털 업체인 AbelCine사에서 진행하였습니다.
Dolby에서는 Dolby Vision의 전반적인 설명과 세팅, 작업 프로세스 등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온라인으로만 접하던 내용을 Dolby의 시니어 매니저들에게 직접 설명 듣고 질문할 수 있어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AbelCine는 이번 교육에서 처음 알게 된 회사였는데, 카메라, 조명, 렌즈 등의 영상 장비를 판매, 렌털하는 곳으로, 기술 지원 및 아카데미도 겸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처음 일정을 받아보았을 때는 Dolby에서의 교육에 기대감이 쏠렸었는데 교육이 끝나고 나니 AbelCine의 교육이 짧아서 아쉬웠을 정도로 이곳에서의 시간이 알찼습니다.
교육 담당자는 Dado Valentic이었는데 외국인 대상의 교육 경험이 많아 보였고 그래서 강의를 이해하기 쉽게 잘 이끌어 주었습니다. 초반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HDR 작업은 HDR을 멋있게 만드는 데만 치중하여서는 안 되고, HDR을 SDR로 바꿨을 때 결과물인 SDR도 충분히 멋있게 완성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도 HDR 작업 시, HDR이 우선인지, SDR이 우선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HDR 콘텐츠라 하더라도 아직 시청자 대다수가 SDR 디스플레이로 시청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위 호환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SDR로 매끄럽게 변환할 수 있도록 HDR 작업을 하고, Dolby Vision의 Analysis 후에 최소한의 조정(Trim)만으로 SDR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Davinci Resolve에서의 Dolby Vision 세팅, Color Grading, Analysis 과정을 교육받고 실습했습니다. 아카데미를 겸하고 있는 곳이라 참가자 모두에게 각 1대씩의 Davinci Resolve를 제공하여 직접 실습을 병행해 가며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Davinci Resolve에서 HDR 작업 시 컬러스페이스 설정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늘 특정한 Color science를 우선하기보다 필요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Dado의 말이 작업 자유도를 넓혀주는 것처럼 들려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유의 Look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Contrast, Color palette, Texture를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합니다. HDR 영상에서 이 세 가지 요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강의는 비단 HDR에 국한되지 않고 SDR에도 해당할 수 있는 내용이라 개인적으로 더 유익했습니다. 그리고 SDR에 비해 더 넓어진 색 영역을 가진 HDR을 다룰 때 어떤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하는지, 갑자기 밝아지는 장면 전환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 실제 작업에서 유용한 팁이 많아서 더욱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교육 일정은 Dado와 함께한 Fotokem 견학이었습니다. Fotokem은 할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후반 제작 스튜디오로, Color Grading, VFX, 사운드 디자인, 편집뿐만 아니라 필름 베이스의 영화 작업도 하는 큰 규모의 회사였습니다. 오전에는 주로 TV나 OTT에 제공하는 시리즈를 주로 작업하는 스튜디오를 견학하였고, 오후에는 영화 작업을 메인으로 작업하는 스튜디오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오전 견학은 두 팀으로 나뉘어 두 명의 컬러리스트에게 교대로 교육을 받았는데, 실제 작업자에게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민감할 수도 있는 Davinci Resolve의 노드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작업 영상도 듀얼 모니터로 비교해 가며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 HDR 작업자와의 대화도 흥미로웠는데, SDR로 작업한 영상을 HDR로 바뀌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SDR을 소스로 HDR 작업을 하되, 이를 Analysis 했을 때 나온 결과물이 처음 SDR 소스와 같아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까다로운 작업이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고 표현하는 모습이 본인의 일을 즐기며 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오후에는 영화 작업 위주의 스튜디오로 이동했는데, 할리우드에서는 시네마 작업의 보안이 매우 중요해 촬영이나 녹음을 철저하게 금지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볼 수 있는 작업이 한정되어 아쉬웠습니다. 작업 영상이 노출되는 Color Grading 등의 후반 작업보다는 필름 스캐닝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국내는 영화 작업도 디지털 촬영이 대부분이라 필름 스캐닝은 처음 접했는데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정교한 작업이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글로벌 돌비 비전 마스터 클래스’는 방송현업자들로 구성하여 한결 밀도 높은 교육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과 예산으로 교육을 짧은 기간 압축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시차 적응을 할 겨를도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AbelCine의 교육은 여러모로 유용한 내용이 많아서 교육 일정이 짧은 것이 더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olby의 정석적인 Dolby Vision 교육 후에 AbelCine의 실제 작업 교육으로 이어진 일정은 현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차후에도 이런 교육이 계속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방송 제작 환경은 SDR 중심으로 되어 있어 HDR 제작을 위해서는 인력과 시간, 장비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 때문에 국내 환경에 맞춰 SDR과 HDR을 병행 제작하되 시간과 장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찾고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욱더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이를 위한 지원과 교육을 지속하여야 지상파의 산업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