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아카이브로 병원서 치매 관리”…국내 첫 사례 나왔다 ...

“방송 아카이브로 병원서 치매 관리”…국내 첫 사례 나왔다
MBC 사내벤처 딩딩대학X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방송 아카이브로 치매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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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MBC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와 MBC 사내벤처 딩딩대학은 공동 개발팀을 구성해 외래에 내원한 치매 환자 등을 대상으로 방송 아카이브를 활용한 인지 재활 프로그램 시범 조사를 진행했다고 11월 27일 밝혔다.

개발팀은 치매 환자들이 전성기 시절에 즐겨보던 드라마를 보며 상황 판단력과 단기 기억력 등 인지를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풀 수 있도록 하는 인지 재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과거 드라마의 줄거리를 떠올릴 수 있는 회상요법도 함께 진행했다.

회상요법(Reminiscence Therapy)은 치매 환자들이 최근의 인지기능이나 기억력은 떨어진 반면, 과거의 오래된 기억은 비교적 잘 남아있다는 데서 착안해, 환자가 과거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본인이 잘 아는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여 자기효능감이나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치료법으로, 현재 병원이나 보건소 등에서는 과거 젊은 시절의 물건이나 상황을 제시하며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보건소 등에서 방송 아카이브를 활용해 치매 관리에 나선 사례가 소개된 적은 있지만, 종합병원에 내원한 외래 환자들을 대상으로 방송 아카이브를 활용한 회상요법을 진행한 건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이번 회상요법 프로그램에는 과거 MBC 인기 드라마였던 <사랑이 뭐길래>와 <한지붕 세가족>이 사용돼 46개의 인지 과제도 테스트할 수 있도록 치료 관리 목적의 콘텐츠로 각색됐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명과 인지재활치료사 등의 의료진이 출제와 검수 작업을 거쳤다.

연구진은 지난 9월부터 두 달에 걸쳐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외래를 방문한 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이 중 절반 정도는 보호자와 함께 시청하도록 해 가정 내 보급 가능성도 함께 확인했다.

임현국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장은 “일반적으로 병원 등에서 시행하는 인지 프로그램은 문제 풀이 과정에서 환자가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치료 과정 자체에서 겪는 어려움이 큰 데 반해, 과거 방송 콘텐츠를 활용한 재활 프로그램은 환자나 보호자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의 효능감도 높았다”며, “환자의 감정 변화를 이끌어 내는 회상요법에 적합한 방식임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MBC 사내벤처 딩딩대학의 양효걸 대표는 “환자뿐 아니라 함께 진행한 보호자의 만족도도 아주 높게 나왔다는 점을 고려해, 앞으로 집에서 모바일 앱이나 태블릿으로 더 편하게 회상치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의료진과 함께 추후 난이도 조절을 통해 환자별 맞춤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환자들이 외래 진료 전 대기 시간에 재활 콘텐츠 시청 등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MBC 딩딩대학과 협업해 다양한 종류의 드라마를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 등까지 제작 대상을 확대하고, 임상 연구에 돌입해 치매 예방과 인지기능 향상에 효과성이 있는지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21년 MBC 사내벤처 2기 공모를 통해 선발된 딩딩대학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아카이브 검색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MBC가 보유한 방대한 방송 아카이브를 활용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