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랜스미디어로 연계한 콘텐츠 IP 확장 사례

<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3년 11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한영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연구위원/언론학 박사] 현재 미디어 산업은 해외까지 시장의 범주가 확장되고 대규모 자본 투입으로 인해 콘텐츠 제작 환경이 변화하는 등 급격한 생태계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의 스트리밍 경쟁이 증가하며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놓인 미디어 산업에서 성공한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성공한 콘텐츠 IP는 이미 검증받은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확장하거나, 부가 사업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플랫폼 경쟁에서 누가 양질의 콘텐츠 IP를 발굴하고 선점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만큼 미디어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즉 IP 발굴과 확보는 콘텐츠 경쟁력의 유무와 연결되므로 이제 미디어 비즈니스에서 콘텐츠 IP는 핵심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 IP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모티브는 유사하지만, 까다롭고 깐깐한 이용자들을 위해 트랜스미디어(transmedia)로 IP를 확장하여 각각의 미디어 장르가 지닌 고유한 속성에 따라 새로운 볼거리를 재창조한다. 본 고에서는 미디어 비즈니스를 위한 트랜스미디어로 연계한 콘텐츠 IP 확장 사례를 정리해보았다.

◆ 팬픽션에서 소설, 그리고 영화로 IP를 확장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는 영국의 소설가 E. L. 제임스가 2011년 5월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작 소설은 52개 언어로 번역해서 출판되었고 2015년 6월까지 종이책과 전자책을 모두 합쳐 1억 2천5백만 부 이상의 판매 기록을 달성하였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영국에서 가장 단시일 내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였다. 원작 소설은 본래 인터넷 소설 ‘트와일라잇’의 팬픽션(fan fiction)을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팬들이 ‘트와일라잇’ 캐릭터의 또 다른 세계관을 구상하며 만들어졌다. 원작자 E. L. 제임스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읽은 후, ‘팬픽션닷넷(fanfiction.net)’을 통해 팬들이 좋아할 설정과 캐릭터를 바탕으로 ‘마스터 오브 유니버스(Master of the Universe)’라는 이름으로 에로틱한 내용의 세계관을 연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독자들은 제임스의 세계관이 너무 자극적이라고 생각해서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내 사이트에서 ‘마스터 오브 유니버스’가 삭제되었다. 이후 제임스는 자신의 웹사이트(50shades.com)를 개설해서 연재를 다시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소설이 출간될 수 있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성인들의 성숙한 사랑을 그려내며 소설과 영화로 확장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개봉한 첫 주말에 9,4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달성하는 IP 파워를 보였다.

◆ 게임에서 영화로 IP를 확장한 ‘언차티드’
2022년 2월에 개봉한 영화 ‘언차티드(Uncharted)’는 미국의 게임 회사 너티 독(Naughty Dog)이 개발한 동명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바탕으로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였다. 원작 게임은 4편의 시리즈와 외전으로 출시되었고 전 세계 시리즈 판매량이 4,000만 장을 넘어서며 ‘올해 게임상’을 수상하였다. 최근에 출시한 ‘언차티드 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은 전 세계 1,500만 장 이상으로 전체 시리즈에 1/3 수준이 판매되었다. 언차티드 게임은 이미 견고한 세계관과 팬덤을 확보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영화 흥행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개봉 후 2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순식간에 불신을 잠재웠다. 동기간 국내에서도 1일 기준 6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얻었다. 언차티드는 게임 시리즈 1편의 내용보다 이전의 시점으로 구성해서 게임 시리즈 4편까지 주요 내용을 고르게 반영하며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냈다. 언차티드는 2억 2,640만 달러의 누적 수익을 기록하며 1억 2,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모두 회수하였다.

넷플릭스에서는 2021년 11월부터 멤버십 구독자를 대상으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넷플릭스 게임(Netflix Games)은 별도의 계정을 만들거나 추가 요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기존의 넷플릭스 계정과 요금제를 이용하는 멤버십 이용자라면 누구든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 게임은 넷플릭스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 형태의 서비스로 제공하는데, 초기에는 기묘한 이야기: 1984, 기묘한 이야기 3: 게임, 슈팅후프, 티터(업), 카드 블라스트 등 5가지 게임을 서비스했지만, 현재 35개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55개의 게임은 개발 중이다. 넷플릭스 게임의 양적 증가는 넷플릭스가 코지 그로브(Cozy Grove), 알파베어(Alphabear)와 같은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며 게임 사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6번째 게임 개발사로 헬싱키에 기반을 둔 스프레이 폭스(Spry Fox)를 인수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게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였다. 넷플릭스 게임은 아직 수익화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데, 당분간 게임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이용자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 게임에서 만화로 또다시 게임으로 IP를 확장한 ‘포켓몬GO’
‘포켓몬GO(Pokémon GO)’는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나이앤틱(Niantic)이 만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게임이다. 1988년 비디오 게임으로 출시된 ‘포켓몬’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IP를 확장하며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의 ‘포켓몬GO’ 게임까지 발전하였다. 2016년 포켓몬 IP는 구글의 증강현실 기술과 스마트폰을 통해 ‘포켓몬GO’라는 새로운 게임 콘텐츠로 다시 한번 큰 인기를 얻으며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콘텐츠로서 수십 년간 ‘포켓몬’이 쌓아온 가치가 그대로 ‘포켓몬GO’로 투영되며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 ‘포켓몬GO’는 10억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게임 개발자가 뽑은 상(The Game Developers Choice Awards)’에서 ‘베스트 모바일 게임(Best Mobile Game)’ 상을 받았으며, IT 전문지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올해의 앱(Best App of the Year)’으로 선정되는 등 다수의 상을 휩쓸며 게임 업계에 혁명을 가져왔다.

◆ 만화에서 멀티 콘텐츠로 IP를 확장한 ‘데스노트’
데스노트(Death Note)는 일본의 오컬트(occult) 문화를 담아내며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뮤지컬, TV 드라마, 리메이크 영화, 오디오 드라마 등으로 장르적 확장을 보인 대표적인 콘텐츠 IP 사례이다. 데스노트는 2003년 12월 출판사 슈에이샤의 만화·오락 잡지 ‘주간 소년 점프(Shuukan Shounen Janpu)’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작되었고, 2006년 5월까지 모두 108개의 챕터가 만화로 연재되었으며 12권의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데스노트는 TV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로 각색되었다. TV 애니메이션은 2006년 10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매주 20분 분량의 에피소드 37편이 닛폰 텔레비전 네트워크(Nippon Television Network)에서 방영되었고 13개의 DVD로 출시되었다. 실사 영화는 데스노트 만화 시리즈에서 주요 내용을 각색해서 2006년 ‘데스노트’, ‘데스노트: 더 라스트 네임’으로 개봉되었다. 이후 2008년 ‘마츠다 스핀오프’, ‘L: 세상을 바꾸다’로 시리즈를 이어가며 세계관을 만들어갔다.

만화책, TV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로 연거푸 성공을 거두며 데스노트는 2015년에 TV 드라마 시리즈와 뮤지컬로 제작되었다. TV 드라마 시리즈는 일본의 유명 배우 ‘쿠보타 마사타카’와 ‘야마자키 켄토’가 주연을 맡았으며 2015년 5월부터 NTV를 통해 11편의 에피소드가 방영되었다. 뮤지컬은 2014년 4월 일본과 한국에서 프로듀서를 위한 비공개 워크숍을 진행하였고, 이후 2015년 1월에는 온라인에서 데모곡의 일부가 공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2015년 4월 일본에서 정식으로 초연되었고 같은 해 6월에는 한국에서도 공연을 시작하였다.

최근 데스노트는 리메이크 영화와 오디오 드라마로 IP를 더 확장하고 있다. 리메이크를 통해 데스노트가 미국 영화로 다시 제작되었는데, 이 영화는 2017년 8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지난해 7월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새로운 버전의 데스노트 TV 시리즈를 제작할 계획을 밝히기도 하였다. 또한 2017년 8월에는 데스노트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바탕으로 오디오 드라마를 발표하였다. 오디오 드라마는 독일어 버전으로 모두 1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으며 영어 버전과 프랑스 버전은 계획 중에 있으나 출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참고문헌
◾ 강보라·장민지 (2022). 웹소설 IP의 확장 및 콘텐츠 프랜차이즈 전략: 국내 웹소설 IP의 확장 경향 및 사례분석을 중심으로. <문화콘텐츠연구>, 20호, 129-152.
◾ 김영민 (2022. 3. 2). 해외시장 웹툰·게임IP 활용 활발…국내업계는 ‘걸음마’. 이뉴스투데이.
◾ 송경원 (2022. 2. 23). [리뷰] 모험 어드벤처의 정석 ‘언차티드’. 씨네21, 씨네21 리뷰.
◾ 한국지식재산연구원 (2019. 7). Focus on IP Trend: IP 동향정보 네트워크 분석자료 소개.
◾ Fandoma. Death Note wiki. Death Note.
◾ Forbes (2017. 2. 10). Fifty Shades Of Green: How Fanfiction Went From Dirty Little Secret To Money Machine.
◾ Google Play. Pokemon GO 인앤앱 구매 정보.
◾ Netflix official site.
◾ Peters, J. (2022. 11. 1). Netflix is acquiring cozy game developer Spry Fox. The Verge.
◾ PwC (2015. 6. 18). ‘Fifty Shades of Grey’ started out as ‘Twilight’ fan fiction before becoming an international phenomenon.
◾ Roth, E. (2021. 11. 10). Netflix Games is available on your iPhone and iPad. The Ver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