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3년 9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한석우 KBS 라디오기술팀 기술감독/방송과기술 편집위원] KBS 재난미디어센터는 올해 KBS에서 가장 바쁜 부서 중 하나이다. 수신료의 가치와 공영방송의 역할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재난미디어센터를 찾아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KBS 재난미디어센터 소개
먼저, KBS 재난미디어센터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40조의 2항에 따라, 긴급 재난방송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재난 상황과 관련된 정보를 정부 및 지자체 기관 등에 신속하게 요청하고, 항시 인적·물적·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재난 관련 핵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최적의 재난미디어가 되고자 TV 재난방송 및 디지털을 포함한 멀티 플랫폼 콘텐츠 리소스를 개발하는 등 꾸준히 서비스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재난 리소스
웹콘솔 재난 CCTV 시스템
재난미디어센터는 재난상황의 신속한 전달을 통해 재난으로 인한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스템을 구성하여 재난방송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중 재난방송에 가장 활용도가 높은 시스템은 웹콘솔 재난감시 CCTV 시스템이다. 현장 시스템 제어 운영이 가능한 울릉도, 마라도, 수영만 등 재난감시 CCTV 및 KBS가 자체 구축한 독도, 연평도 등의 파노라마 영상을 비롯한 외부기관 연계 CCTV를 통해, 재난 발생 시 생생한 현장 영상을 재난방송에서 바로 볼 수 있도록 운용되고 있다.
빠른 대응이 필요한 지진의 경우, 지진 발생 순간의 CCTV 영상을 재난방송에 즉시 활용하고 있으며, KBS 재난포털(d.kbs.co.kr)에도 지진 순간의 CCTV 영상 등의 최신 콘텐츠가 자동 배포되어 실시간 재난정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GIS 재난정보시스템
재난의 규모와 형태가 점점 복잡하고 예측이 어려워지는 요즘, 보다 과학적인 재난방송을 통해 시청자의 피해 예방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재난정보시스템’을 도입해 집중호우, 산불 등의 다양한 재난상황을 그래픽으로 시각화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과거의 산불 재난방송이 현장 영상 등을 단순히 전달하는 수준이었다면, 현재의 기술력을 통해 ‘산불의 화선’과 ‘바람의 방향’, ‘산불 예측 및 대피소 정보’ 등 입체적인 재난정보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피해 방지 및 대피 정보 전달에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재해위험지구 등 지도 기반의 다양한 재난 콘텐츠를 확충해 재난 발생의 순간에 정확하고 유용한 재난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재난현황판
재난 발생 즉시, 재난미디어센터 현황판의 실시간 자동 표출을 통해 구성원들의 발 빠른 재난 상황 공유 및 재난방송 실시 여부의 신속한 판단으로 지체 없이 재난방송을 송출한다.
터치 미러링 시스템
CCTV, GIS, 제보 등 재난미디어센터에서 구성한 다양한 재난 리소스는 라우터를 통해 방송에 송출되며, 또한 재난별 전문가 등 출연자의 자유로운 판서와 정확한 해설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터치 뷰어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쉽고 정확하게 시청자들이 재난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개별 생산된 재난 리소스는 지역에서도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며, 거점총국 운영 등 본사와 동일한 퀄리티의 재난방송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Interview
[방송기술저널=이진범 방송과기술 기자]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위해서 이태근 KBS 보도본부 재난미디어센터 팀장을 인터뷰하여 재난방송과 시스템에 대해 심도 있는 대답을 들어보았다.
♦ 재난방송의 가장 중심에 있는 소감이 어떠신지?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라는 말이 그냥 피상적으로만 듣던 말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재난방송이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근데 이 자부심이라는 게 아주 위험하더라고요. (웃음) 자부심을 가진다는 것은 책임감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죠. 또 재난이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휴식 중에도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새벽에도 재난 문자나 뉴스를 접하게 되면 몸이 알아서 반응해 자고 싶은 마음속에서도 몸이 저절로 원격 접속을 해서 재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답니다.
♦ 재난이라는 어감에 조금 민감하시겠네요?
우스갯소리로 집안 가족들이 항상 저한테 날씨를 물어봐요. 제가 기상 캐스터도 아닌데 대략적인 날씨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해졌어요. 예를 들면 시간당 몇십 mm의 비가 온다고 하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 가늠이 될 정도이죠. 부서원들끼리 기상에 대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항상 공유해서 어떤 순간에도 “오늘 저녁에, 이번 주말에, 비가 온다, 눈이 온다, 산불이 매우 취약하다,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등 일상생활에서 항상 재난뿐만이 아니라 기상 예측에 대한 마인드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 재난 시스템의 완전 자동화로 조금 더 편해질 수는 없나요?
재난 시스템은 매우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완전 자동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동화에 전적으로 의지하면 검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오보 또는 국민적으로 공분을 살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재난 시스템은 사람이 직접 최종 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모든 자료를 일일이 검수하는지?
KBS는 제보 시스템에 제보가 빗발치게 들어와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일일이 전수조사를 해서 정확히 검증된 것만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오송 지하차도 사고 때도 해당 버스 안에서 사건이 벌어진 영상의 제보가 들어왔지만, KBS는 영상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해당 영상에 대한 검증을 시행했습니다. 또한, 몇 년 전 태풍 재난방송 때에는 반포대교가 완전히 잠긴 제보가 들어왔지만, 확인 결과, 훨씬 이전에 발생했던 영상을 제보한 것이어서 실제 방송에 사용하지 않았던 적도 있습니다.
KBS의 재난방송은 신속한 정보 전달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정보 전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최대한 검증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떤 시스템으로 만들고 싶으신지? 일본이 롤모델인지?
일본 NHK에 비해서 우리의 재난방송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입니다. 일본에서는 재난이 오랫동안 지속된 만큼 전체적인 사회시스템과 재난방송이 잘 구성되어 있으니깐요. 그러나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NHK 시스템을 답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GIS 시스템’을 활용하여 재난 상황을 지도상에 시각화하여 분석하고 보고하는 것처럼 AI와 같은 신기술을 활용하여 재난 상황을 자동으로 추적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 감시와 모니터링은 기계의 힘을 빌리고 인간은 종합적 판단을 바탕으로 하여 적시에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 방송을 실현하자는 것이지요.
KBS는 앞으로도 재난방송에 과학적인 요소를 결합하여 재난 발생지역에 피해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자 합니다.
♦ KBS 재난미디어센터의 강점이라면?
KBS 재난미디어센터는 2019년 고성산불 이후 재난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융합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서는 단순한 행정업무부터 실제 방송 참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한 부서에서 처리하는 복합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우리 부서에서는 자신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의 아이디어를 다른 부서보다 훨씬 쉽게 구현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자아실현과 국민봉사의 큰 가치를 실현해 볼 수 있습니다. 사내 유능한 구성원들의 많은 도전과 참여를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