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회사가 국가로부터 프로젝트 연구를 수주받았다고 치자. 자, 당신은 회사의 CEO다. 이번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면 당신은 성공가도를 달릴뿐더러 정치권 입성도 꿈이 아니다. 온 정신을 쏟아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해당 분야의 전문 팀장에게 강력한 권한을 집중시켜 콘트롤 타워를 구성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권한과 책임은 그 팀장으로부터 나오게 만든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다른 하나는 융합적 팀 구성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희박해진다는 오래된 명언도 고전이 되어가는 마당에, CEO인 당신은 콘트롤 타워를 구성하는 것 보다 각 부서와 팀의 프로젝트 관련 구성원들이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맺게 유도함으로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뜻을 세운다. 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아마 많은 사람들은 ‘콘트롤 타워’를 선택 할 것이다. 대기업에도 TF(테스크포스)팀이 있듯이, 우리들 머릿속에는 강력한 독임부처의 환상이 끈질기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거의 사회적 경험과 미래적 예지경험에서 나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강력한 하나의 콘트롤 타워. 우리는 막강한 추진력이야말로 특정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그런 이유로 1월 3일 열린 ‘창조경제와 ICT 정책 토론회’는 [미디어 오늘]이 지적한 바와 같이 맹목적인 부흥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ICT 생태계의 가장 강력한 포식자인 통신 3사와 관련 단체들이 구성한 ICT 대연합이 주창하는 콘트롤 타워의 구상은 그 자체가 허망한 신기루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지금은 융합의 시대다. 비록 그들이 그리워마지않는 정보통신부가 눈부신 ICT 발전을 이루었다고 해도 그것마저도 지나간 과거다. 세계의 ICT는 진화하고 있으며 더 쪼개져 다양한 산업의 ‘두뇌’로 스며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 ICT 컨트롤 타워는 독임부처제의 ‘좋았던 옛날’을 꿈꾸는 통신 포식자의 그리운 과거형이다. 게다가 방송을 지나친 산업 논리로 재단해 공학의 의미로 재분류하려 하다니. 방통융합의 미래를 인문학의 멸절이라는 재앙으로 마무리 하려는가.
자, 쉽게 정리해보자. 지금은 융합의 시대며, ICT 콘트롤 타워는 단지 좋았던 옛날로 돌아가려는 통신 포식자의 가슴 절절한 사랑가라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대한민국은 스티븐 잡스의 스마트폰이 전세계를 휘감을때도 ‘스마트 볼모지’로 꽤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당시 정통부와 통신사들이 국내 상륙을 막았기 때문이다. 목적은 단 하나, 국내 스마트 생태계 보전을 위해.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곧 스마트폰 열풍이 대한민국을 휘감았고, 삼성이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상이 되었으며, 이제 실수로 휴대폰의 인터넷키를 누르고 미친듯이 ‘종료’버튼을 누르던 우리의 비극도 끝났다. 국민의 입장에서, ICT 콘트롤 타워가 있던 정통부 시절에도 별로 좋은 것이 없었네?
그런데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역적 취급을 받는다. ICT 발전을 저해하는 반동분자 취급을 받기 일쑤다. 감히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맏으려고 하다니. 하지만 명심하자. ICT같은 빠른 트렌드의 산업을 독임부처제로 컨트롤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명심하자. ICT 대연합이 진짜 나올지 모르겠지만, 나온다 해도 그 콘트롤 타워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비우자. 차라리 융합을 선택하자는 뜻이다. 명목이 ICT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