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방송장비 전시회의 의미와 역할

[사설] 국제 방송장비 전시회의 의미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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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이종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지난 4월 15일부터 19일까지(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국제 방송장비 전시회인 NAB SHOW 2023이 개최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중단되기는 했었지만 2022년에 다시 시작하여 올해로 100회를 맞이하였다.

올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기업, 방송사, 연구기관 등이 참여한 테마관을 통해 국내 방송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관련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였으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 또한 중소기업 수출 지원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국제 방송장비 전시회에 개별 대기업의 참여뿐 아니라, 정부와 관계 기관의 조직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상황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국제 전시회를 통해 방송·미디어 산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변화하는 미디어, 고도화하고 다양화하는 장비와 인프라를 한눈에 살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변화와 발전의 흐름 속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K-콘텐츠 제작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경쟁력 있는 미디어 제작 기술과 장비, 솔루션을 돌아봄으로써 우리 콘텐츠의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참여 업체 간의 경쟁과 교류를 통해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우수한 기술과 경험을 세계 시장에 소개하고 방송미디어 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문화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방송·미디어 장비 관련 국제 전시회는 미국의 NAB SHOW를 비롯해서 유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BC, 우리나라에서 5월에 열리는 KOBA, 일본의 Inter BEE, 중국의 CCBN, 싱가포르의 Broadcast Asia 등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행사가 2년 정도 잠정적으로 중지되었다가 제한된 여건(전시 규모의 공간·시간적 축소와 참여국, 업체 수의 감소)에서 다시 시작한 여러 행사의 2022년 상황을 보면, IBC 2022는 4일간(9월 9일~12일) 37,071명이 참관한 것으로, 일본의 Inter BEE 2022는 3일간(11월 16일~18일) 31개국이 참여하여 39,284명이, KOBA 2022는 3일간(6월 29일~7월 1일) 32개국(389개사)이 참여하고 32,895명이 전시회를 찾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991년을 시작으로, 올해 31회를 맞이하는 KOBA 2023은 명실공히 아시아 최고의 국제 방송장비 전시회로서 그 자리매김을 했다. 올해는 코로나 이전과 같은 전시 공간(코엑스 A‧C‧D홀, 총 25,405㎡, 2022년은 C‧D홀만 이용)에서 5월 16일(화)부터 19일(금)까지 4일간 차세대 방송 서비스와 미디어, 음향, 조명 산업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와 월드미디어포럼, 방송기술컨퍼런스, 기술세미나 및 시연회를 통해 변화의 흐름을 확인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미디어 엔지니어뿐 아니라 미디어 콘텐츠에 관심 있는 누구나 직접 현장에 와서 다양한 변화를 확인하고 변화하는 미래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미디어의 제작 환경과 소비 방식(시청 환경)이 변화하며, 방송과 유튜브, 드라마와 영화, 예능과 시사 등 고전적 미디어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앞다투어 나오는 미디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지원의 대부분이 콘텐츠 제작비 지원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현실에 구현하고, 그 결과물을 이용자(콘텐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필요한 장비, 인프라, 정보 등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국제 방송장비 전시회가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소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와 관계 기관의 조직적인 지원은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이 국내와 해외의 기술 변화와 신기술을 직접 접하고, 제작 노하우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규모의 방송장비 전시회를 지금보다 더 활성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흥행에만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은,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결과만을 추구하는 경제적 관점의 접근보다 방송‧미디어 발전을 위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기반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