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 편집’ 쿠팡플레이 해명에 “우리 이름도 빼달라” 제작진 반박

‘일방 편집’ 쿠팡플레이 해명에 “우리 이름도 빼달라” 제작진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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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계약에 근거한 권리에 따라 편집”
이 감독 “저작인격권, 창작자에게 전속되는 권리”

[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감독 동의 없는 일방적 편집으로 작품을 훼손했다 주장이 제기된 쿠팡플레이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쿠팡플레이의 “계약 근거에 따른 편집”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이주영 감독에 이어 일부 제작진까지 자신들의 이름을 크레딧에서 빼달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6월 24일 쿠팡플레이는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를 공개했다. ‘안나’의 감독과 각본을 맡은 이 감독은 8월 2일 “쿠팡플레이가 감독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안나’를 편집해 작품을 훼손했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2017년 11월 8일부터 지난해 7월 12일까지 3년 8개월에 걸쳐 ‘안나’ 8부작을 집필했고, 지난해 10월 15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촬영을 마쳤다. 쿠팡플레이 측에 1~4부 가편집본을 전달했으나 촬영을 마칠 때까지 별다른 수정 의견이 없었다.

그러나 6월 7일 쿠팡플레이는 다른 연출자와 다른 후반작업 업체를 통해 재편집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감독은 보지도 못한 편집본이 자신의 이름으로 공개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 크레딧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이 감독은 ‘안나’가 공개된 뒤에도 쿠팡플레이에 여러 차례 입장을 전하고 내용증명도 보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김정훈 편집감독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6월 24일에 본 ‘안나’는 내가 감독과 밤을 지새우며 편집한 ‘안나’가 아니었다”고 입장을 전하며 이 감독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편집감독은 “‘안나’는 창작자와 스태프의 노력을 배제한 채, 비밀리에 누군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나도 이주영 감독님처럼 내 이름을 크레딧에서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지금도 이름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쿠팡플레이는 3일 입장문을 통해 “감독의 편집 방향이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컨텐츠맵)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달랐다”며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했다”며 감독의 동의 없이 편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해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 의도에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감독의 편집 방향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안나’ 감독판을 8월 중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이러한 답변에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편집에 관한 의견을 전달한 것은 4월 21일 편집본 회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며 수개월에 걸쳐 수정 요청을 했다는 쿠팡플레이의 주장에 반박했다.

계약에 명시된 권리에 따라 작품을 편집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창작자에게 전속되는 권리고, 저작물을 양도하더라도 함께 이전되지 않는다”며 “창작자를 배제한 무단 편집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국내 판례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대한민국 영상산업 발전과 창작자 보호를 위해 이번과 같은 지극히 부적절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의 실행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4일에는 제작에 참여한 제작진 6명이 이 감독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의태·정희성(촬영), 이재욱(조명), 박범준(그립), 김정훈(편집), 박주강(사운드) 씨 등은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안나’가 쿠팡플레이에 의해 일방적으로 변경됐다며, “감독도 동의하지 않았고 저희 중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 제대로 알 수조차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작진 6명은 “저희의 퀄리티와 다른, 저희와 다른 능력에 의한, 저희가 알지 못했던 결과물에 저희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제작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무례”라며 자신들의 이름도 크레딧에서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쿠팡플레이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