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캠프와 정인숙 교수

[칼럼] 안철수 캠프와 정인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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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대선정국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로 좁혀진 치열한 삼파전이 가속화되며 각자의 정치적 대의를 둘러싼 막후 전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각 캠프에 속한 인물들의 면면을 통해 후보들이 가지고 있는 정책적 비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중에서 지난 7일, 안철수 후보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공식적인 비전 발표회를 가지고 출범해 눈길을 끌고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타 후보와는 달리 정치적 입지가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안 후보이기에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정확히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정책 캠프’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안 후보는 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자신의 국정운영 로드맵을 충분히 설명한 바 있지만 책 한권으로 그의 모든 생각을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등장함에 따라 유력 대선후보의 ‘생각’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구체적인 통로가 생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이질감이 불거진다. 바로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참가자 리스트 중 방송통신 분야의 가천대학교 정인숙 교수의 이름때문이다. 우선 엄주웅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은 차치하고서라도, 가천대학교 정인숙 교수의 등장은 정치공학적 역학관계를 벗어난 순수한 방송 플랫폼적 요소에서 논쟁의 소지가 다분하다. 물론 전제할 점은, 정인숙 교수는 훌륭한 학자이자 방송분야의 탁월한 인재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 분이 걸어온 길을 조금이라도 지켜봤다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으리라. 우선 이 부분을 확실히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또 대선후보는 1명이 아닌 총 3명이며, 안철수 캠프의 방송통신 캠프 참가자를 통해 대한민국 전체의 방송통신 로드맵을 구상하는 것이 아닌것 만큼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도 밝혀둔다. 여기서 문제삼고자 하는 부분은 유력 대선후보의 방송통신 정책 담당자가 지나치게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이니까.(정의는 다를 수 있다)

사실 정인숙 교수는 요 몇달 사이 언론을 통해 자주 노출된 인물이다. 특히 케이블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학자로 급부상했다. 본지에서도 몇번 보도한적 있지만 정 교수는 지상파 의무재송신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지를 통해 시청자의 시청권을 온전히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유료방송산업의 미래는 있는가?’세미나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정 교수는 현행 지상파 의무재송신 범주는 확대되어야 하며 오로지 시청자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는 CPS를 ’포기‘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본지의 기사를 인용하겠다. [우선 정 교수는 현행 KBS1, EBS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재송신 범위를 더욱 확대하여 비록 논의가 필요하다는 전제이지만, 지상파 전체가 그 범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디지털 전환과 아날로그 종료에 따라 지상파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범주에는 아날로그 채널 수신이 연장된 개념으로 지상파 디지털 전채널 서비스가 포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는 직접 수신으로 커버되는 지상파 채널에 대해 유료매체에 대가를 받는 것 자체가 정부의 디지털 전환 촉진 정책에 역행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상파가 국가적 보상, 즉 공영방송은 수신료, 민영방송은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하는 것을 짚어내며 이에 대한 환원 차원에서라도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물론 마지막 주장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의무재송신의 확대가 시청자의 권리를 더욱 강화시키며 이는 곧 지상파의 책무를 더욱 강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진실되어 보인다. 하지만 정 교수의 문제는 그런 ‘숭고한 뜻’이 이 비정한 세상에서 제대로 통할 가능성이 있을까이다. 케이블이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무료보편의 서비스 구현이 아닌 CPS 불납입을 통한 이익 극대화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명쾌하게 짚어내지 못하고 그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점은 분명 비난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정인숙 교수가 안철수 후보의 진영에 합류되어 이름을 올렸다. 물론 정치적인 현안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겠지만, 그리고 어쩌면 그냥 하나의 정책 인력 풀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유력 대선 주자의 방송통신 정책 ‘참모’가 지나친 케이블 편향성을 가진 인물이라면 어느정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여기서 정 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는 균형있는 방송 플랫폼의 적임자가 더 필요하다는 뜻임을 분명히 한다. 게다가 안 후보야말로 구태정치를 철폐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출사표를 던진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면 정치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지상파 방송사에 반대할 지라도 최소한 플랫폼에 관한 부분은 온전히 무료 보편의 가치를 더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분리해서 생각했으면 한다. 방송사의 어이없는 정치 편향성과 기술적 요소인 플랫폼을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전국 디지털 전환 정국 이후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추구하는 전문가가 안 후보의 캠프에도 포함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 안 후보의 측근들은 이런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같다. 그러나 정치적인 물을 쫙 빼고 순수한 플랫폼의 발전방향으로서는 지상파가 케이블은 물론 기타 유료매체에 대한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바로 단 하나, 무료보편의 공공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켜야하는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디지털 전환과 다채널 서비스, 거기에 무료로 제공되는 전파 서비스가 있다. 안 후보는 물론 다른 후보들도 공익을 위한 방송 서비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간파하여 그 안에 내재된 지상파 방송의 정치적 잔념을 싹 밀어내길 바란다.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길이며 그것이 무료 보편의 공공 서비스 구현이다. 물론 안 후보의 경우 정치 및 경제 등 핵심 정책에 있어서는 훌륭한 위용을 갖추었지만 기타 다른 정책적 정책에는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전제로 하겠다. 보완해야 할 것이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