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2년 2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최홍규 EBS 정책기획부 연구위원/미디어학 박사] 2021년도 글로벌 동영상 OTT(Over The Top) 시장의 수익은 1,780억5천만 달러로, 한화로는 211조2,741억3천만 원이라는 막대한 수익이 동영상 OTT로부터 발생했다. 동영상 OTT 시장이 등장하여 규모가 커진 기간으로만 보면 성장이 감소세로 돌아설 법도 했지만, 코로나19 발생의 여파로 비대면과 비접촉의 일상을 겪은 미디어 이용자들이 동영상 OTT 서비스에 다시 환호하면서 서비스와 시장에 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는 추세다.
구독기반 동영상 OTT 서비스는 당분간 성장세 지속
사람들이 동영상 OTT 서비스에 열광한 이유는 결국 구독 중심의 서비스였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월정액을 내고 콘텐츠를 구독하는 방식인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의 매출이 콘텐츠를 건별로 구매하는 방식인 TVOD(Transactional Video On Demand) 매출에 비해 크고 그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동영상 OTT 서비스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일정한 금액으로 무한정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아니 무한정 콘텐츠 시청이 ‘가능할 것 같은’ 착각이 동영상 OTT 서비스 인기의 비결이 아니었나 싶다. 동영상을 시청할 시간은 결국 한정된 것인데, 사람들은 동영상을 고르는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좋아하지도 않는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로 여기는 듯하다.
전통적 강자들의 자리다툼은 이어지고… 그러나 앞을 알 수 없는
그래서 동영상 OTT 시장은 전통적 강자들 간에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넷플릭스(Netflix)는 동영상 OTT 서비스 개념을 확산한 장본인이고, 디즈니플러스(Disney+)는 전 세계 시리즈물 콘텐츠 시장의 절대자이며, 유튜브(YouTube)는 구글(Google) 검색 알고리즘을 등에 업은 대표적인 웹/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라는 점에서. 그런 점에서 이들의 싸움은 각 영역에서 전통적인 강자로 자리 잡은 이들 간의 싸움인 셈이다.
2021년 3월에 시장조사업체인 이마케터(eMarketer)가 전망한 내용을 보면, 2022년에는 매출 점유율 측면에서 넷플릭스가 감소하고 디즈니와 유튜브는 증가한다. 이러한 전망이 말이 되는 이유는, 넷플릭스가 동영상 OTT 영역을 시장으로 창출하고 이를 확산한 장본인인 것은 맞지만 더 이상 절대적인 강자의 자리를 유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시장에 등장한 2000년대 초만 해도, 이 시장은 자본력이 뒷받침된 사업자가 오리지널 콘텐츠와 빅데이터 기반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넷플릭스(2007년), 아마존(2018년), 페이스북(2018년), 애플(2019년), 디즈니(2019년), 컴캐스트(2020년), HBO(2020년)가 순차적으로 시장경쟁의 대열에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지상파 3사(KBS, MBC, SBS)의 연합체인 웨이브(2019년), 유료방송사인 CJ ENM과 JTBC가 협력한 티빙(2020년)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완전한 경쟁시장이 형성되었다.
특히, 기존에 영화와 히어로 시리즈물에 있어 절대적 강자로 인정받았던 디즈니가 동영상 OTT 시장에 참여하고 유튜브도 구독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경쟁구도는 더욱 명확해졌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유튜브가 각각 ‘서비스 품질 – 콘텐츠 다양성 – 큐레이션 기술’이라는 특장점을 내세우며 시장경쟁이 더욱 흥미진진해진 것이다. 이들 서비스는 적어도 각자의 영역에서 전통적인 강호이고 소비자 선호 이유도 뚜렷하여 각각의 시장을 형성할 것처럼 보였지만 모두 동영상 OTT 시장에서는 영토 확보를 위해 싸우는 경쟁자일 뿐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넷플릭스는 2022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2021년 최고의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앞세워 시장에서 먼저 두각을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동영상 OTT 시장전략의 정수(正手)는 결국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 같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2021년에는 <오징어 게임>으로 시장에서 주목받는 서비스로 거듭났지만, 그렇다고 그만한 콘텐츠 전략으로 동영상 OTT 시장을 다시 정복할 수 있을까? 이 시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다들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운 좋게 넷플릭스가 제작하게 된 콘텐츠일 뿐이고, 이제 그 기회를 넷플릭스만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오징어 게임이 디즈니에서, 혹은 유튜브에서 자금을 투자해 제작되었다고, 지금처럼 인기를 끌지 못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어디서 제작되었든 오징어 게임은 성공을 거뒀을 콘텐츠다.
엄밀히 말해,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콘텐츠의 성공이지 넷플릭스라는 동영상 OTT 서비스의 성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2022년 동영상 OTT 시장은 진정한 경쟁이 일어날 시장이다. 그 어느 때보다 대규모 자금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시장이고 모두가 각자 영역에서 전통적인 강호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 누구든 오징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을 지닌 사업자다.
미래 시장에서 어떠한 동영상 OTT 서비스가 선택될까?
이처럼 2022년에 치열한 동영상 OTT 시장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끝없이 지속할 수 있을까? 동영상 OTT 시장을 중심으로 바라본 통계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른 통계를 살펴보면, TV쇼나 영화를 집에서 보는 것을 선호하는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다. 어린 연령대의 세대로 갈수록 게임, 음악, 인터넷, 소셜미디어 활동 등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답은 명확하다. 동영상 OTT 서비스에 대한 인기가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린 세대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를 지닌다면 동영상 OTT 서비스의 인기가 지속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쉽고, 재미있고, 여러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그러한 게임 같은 콘텐츠나 서비스의 등장이 이어진다면 동영상 OTT 서비스에 대한 인기도 지속할 것이다.
2022년 이후의 동영상 OTT 시장을 주목하자. 어떠한 사업자가 최종적인 승자가 될지 말이다. 그리고 쉽고, 재미있고, 여러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그러한 게임 같은 콘텐츠나 서비스의 등장을 주도할 사업자는 누구일지 말이다. 그러고 보면, 2021년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미래 동영상 OTT 시장 흐름의 징후를 보여준 성공이 아니었나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