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방통위, 정신 못차린다

[칼럼] 총체적 난국 방통위, 정신 못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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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디어 업계의 첨예한 대립상황을 해소하는 것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식물 방통위가 아니냐’는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정부 평가에서도 단골 꼴찌로 활약하더니 이제는 밑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갈 기세다. 실제로 현재 방통위는 DCS 논쟁 및 IPTV 법 개정안의 후폭풍에는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고 CJ 특별법 논란에는 아예 손을 놓아버렸다. 여기에 CPS 분쟁 및 전국 디지털 전환에 대비에도 올바른 정책적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외 미디어 관련 단체의 힘겨루기 조정에도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어이없는 총체적 난국’이 사실은 정통부 부활을 노리는 현재 방통위 간부 및 통신 재벌의 의도된 ‘갈지자 행보’ 때문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싶지만, 어쨌든 지금 방통위의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다.

 

   
 

자,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DCS 논쟁이다. 현재 이를 둘러싸고 위성방송과 케이블 업계의 힘겨루기는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은 서로 비대위를 구성해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고 위력적인 집단행동도 서슴치 않고 있다. 특히 케이블 측 양휘부 회장은 자체적으로 고소고발전을 준비하는 한편 방통위 항의방문을 주도하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위성방송사를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에 위성방송 측은 케이블 업계의 위법사항을 수집해 맞고소 작전을 계획하는 한편 비대위 가동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케이블의 공세를 분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DCS의 위법성을 규정한다 해도 강제할 방법도 없고 케이블의 불만을 억제할 묘안도 없다. 심지어  ‘이긴 놈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에 지상파 재송신 중단 문제도 있다. 최근 SBS와 KT 스카이라이프의 CPS 협상이 좌초되며 지상파 측은 MSO에 대한 CPS 우선협상을 제안했으나 MSO는 CPS 가격을 280원 이하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상파 측이 올해 초 CJ와 CPS를 280원에 합의한 바가 있지만 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서 관전 포인트는 케이블의 ‘후안무치’다. 지상파가 공들여 만든 콘텐츠를 자신들 상품에 끼워 넣어 팔겠다는 굳센 의지가 아주 눈이 부실 지경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논의가 뜨겁다는데, 케이블은 미디어 업계에서 경제민주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어하는 듯 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CPS 인하를 노리는 IPTV 업계까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보이고 있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당장 지상파 재송신 중단 가능성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검은 TV 화면에 ‘지상파 방송사의 요청으로 방송이 중단되고 있습니다’라는 기상천외한 무한 이기주의의 명언을 시청자들이 또 읽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방통위의 로드맵은 ‘전무’하다. 제도 개선안은 마련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눈치만 보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최근 ‘제2의 종편채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IPTV 법 개정안이다. 방통위는 본 개정안을 통해 IPTV에 직사채널을 허용하는 방안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통신 재벌이 미디어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는 점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상 제2의 종편이라는 것이다. 또 IPTV 권역 규제 완화도 같은 유료매체인 케이블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있고 IPTV 내부에서도 불만이 팽배하다. 사실상 KT 특혜를 위한 개정안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CJ 특별법이라 불리는 MSO 권역별 규제 완화와 PP 매출 제한 완화는 ‘방통위 특혜’의 결정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특별법이 MSO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한편, PP 매출 제한 완화는 다른 PP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로지 CJ의 이익만 보장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CJ, 방통위의 삼각 밀약설이 터져 나오며 ‘권력형 유착 비리’ 문제도 공론화된 바 있다. 국회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괴문서가 나돌아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 잊을뻔했다. 망중립성 문제. 1차, 2차, 3차를 넘어 이제 보이스톡 논란으로 인한 새로운 통신 기술의 발전 논란에도 방통위는 궁색한 변명만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디어렙 문제도 남아있다. 현재 방통위는 ‘미디어 환경의 황소개구리’로 불리는 종편을 비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존 미디어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OBS의 7대3 공민영 미디어렙 지정 문제와 불교방송의 민영 미디어렙 지정은 2012년 하반기 미디어 업계를 뒤흔드는 뇌관이 될 확률이 높다. 여기에는 종교 편향 문제까지 엮여있어 사회 전반의 이슈로까지 번질 분위기도 농후하다. 그러나 방통위는 언제나 그렇듯 전향적인 해결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민영 미디어렙 허가만 내린 상태다. MBC 파업은 또 어떤가? 공정방송 복원을 위한 MBC 노조의 투쟁에 귀를 기울이고 합리적인 정책판단을 내리기는 커녕 방통위는 파업 자체를 노-사 관계로 한정짓는 교묘한 패러다임 축소를 통해 그 사회적 의미를 축소시키는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디지털 전환을 둘러싼 로드맵 부재다. 8월 16일 오후 2시 울산광역시는 시범지역을 제외한 전국 제1호 디지털 전환 지역이 되었다. 미디어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가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 정작 이계철 위원장은 울산광역시에 없었다. 당일 디지털 전환 선포식에는 홍성규 부위원장이 참석했으며 이 위원장은 서울 소공동에서 열리는 빅데이터 포럼에 있던 것이다. 씁쓸한 대목이다. 방송 관련 행사에 위원장이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디어 이슈의 최고봉이라는 ‘전국 디지털 전환’의 시발점이 바로 8월 16일 울산광역시가 아니었던가. 그 악명높은 최시중 전 위원장도 디지털 전환을 맞아 디지털 TV 나누어주기 봉사활동 흉내를 내며 최소한의 인사치레는 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인사치레는 둘째치고 아예 관심도 두지 않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따져보자. 이 위원장 체제의 디지털 전환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나? 답은 물론 아니다. 예상했겠지만 절대 ‘아니다’

   
 

당장 16일 발표된 아날로그 순차 종료 방안이 당초 디지털 전환 특별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또 우리의 방통위는 시급한 채널재배치 문제에 대해 흔히 말하는 ‘멘붕’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방송사 손실보전 금액은 감액에 감액을 거듭해 이제는 160억 원을 찍었다. 실질적인 대책도 전무하거나, 혹은 비현실적이다. 블랙아웃 위기는 또 어떤가? 디지털 전환 이후 공공 미디어 서비스 최후의 보루인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는 방통위에서 승인도 안 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방통위는 유료매체인 케이블에 막대한 디지털 전환 약속을 하고 있으니..시청권 보장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자원의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번지수를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또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문제에 접근하는 방통위의 자세도 심각한 수준이다. 블랙홀처럼 주파수 자원을 빨아들이는 통신사에 대해 방통위는 ‘공공의 주파수’인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밀어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며 공정한 정부 주무부처의 자세를 버린 지 오래다. 여기에 UHD 및 뉴미디어 발전에 대한 정책 추진력은 미약하다 못해 존재감 자체가 없다.

최근 옛 정보통신부의 부활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주로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데, 여기에는 옛 정통부 출신 현 방통위 공무원들의 의향도 짙게 베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방통위가 보여주고 있는 ‘무기력함’은 이러한 정통부 부활의 단초가 되어 주는듯하다.

하지만 현 방통위의 ‘무능함’은 제도가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의 정통부 부활은 ICT 분야의 콘트롤 타워 존재 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종국에는 통신사를 위시한 거대 IT 자본의 정부정책 영향력을 키워줄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현 위원회 제도의 이점을 살려 방송과 통신 분야를 구별해 조직을 합리적으로 ‘쪼개는 방식’이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쉽게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전제조건은 있다. 바로 유능한 방통위의 올바른 정책 로드맵이 설정되고 그에 따른 ‘실질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최소한 현재의 방통위에서 ‘유능한 정부부처’의 이미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되지도 않는 음모론 하나를 제기하겠다. 혹시 지금의 오락가락 방통위는 일부러 연출된 것이 아닐까? 옛 정통부의 경우 장관 1명이 특정 실무진과 함께 모든 일을 처리하는 시스템이었다. 당연히 위원회 체제인 현재의 방통위보다 일하기가 수월했으리라. 여기에 통신 재벌의 경우도 장관급 위원 다수를 상대하는 것보다 옛 정통부와 같이 1명의 장관만 상대하는 편이 더 좋을 테니, 이를 종합해볼 때 지금의 ‘식물 방통위’는 정통부 부활을 이루어내기 위한 구 정통부 출신 간부와 통신 재벌의 합작품이 아닐까? 물론 아니겠지만, 이런 음모론마저도 없다면 지금의 ‘식물 방통위’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