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라디오에 거는 역할과 기대

[기고] 디지털 라디오에 거는 역할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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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규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방송기술계열 교수] ◇ 디지털 라디오방송에 거는 기대
미래에는 부산에서 출발해 모스크바로 가는 오리엔트특급 대륙횡단열차 내에서 국내 지상파 디지털 AM 방송과 위성을 통해 중계되는 우리의 디지털 FM 방송을 들으며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도 해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를 맞아 새로운 콘텐츠 소비 환경에 부응하고, 국내 디지털방송과 통신기술 산업의 세계화와 첨단기술 콘텐츠 시장의 경쟁력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 아직도 디지털화하지 못하고 아날로그 서비스에 머물러 있는 라디오방송의 디지털 추진이 시급한 실정이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새로운 세계적 냉전이 감지되는 시대 흐름에서 남북한 간 민족과 문화의 동질성 함양과 주변국과의 문화적 교류 및 세계적 글로벌 소통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전파월경을 통한 비대면·비접촉 문화예술 창작과 교류의 창으로써 디지털 라디오의 역할은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

◇ 디지털 라디오의 기능
지금은 모바일 콘텐츠 시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앞에서 기고했듯이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통화도 하고, 인터넷도 검색하고,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보고, 음악도 듣고 있으며, 더욱 나아가 스마트폰으로 개인 콘텐츠 창작과 교류를 하는 데까지도 익숙해져 있다. 향후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고 서로 협력하는 단계가 되면 문화 소통과 콘텐츠 소비 환경은 더욱 급속도로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어깨에 걸고 다니던 사진기가 스마트폰으로 들어갔고, 목에 걸고 다니던 MP3 기기 역시 핸드폰으로 들어간 지 이미 오래됐다. 지상파방송도 DMB 기능의 스마트폰 내장으로 이용자의 사랑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거실의 TV가 스마트폰 OLED 액정으로 들어가는 융합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진작에 들어갔어야 할 라디오는 아직 스마트폰에서의 활용에 대해 거부감이 느껴진다. 디지털 기기의 총아로 불리는 스마트폰에 아날로그 수신 환경과 확장성 없는 기능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디지털 라디오 추진의 필요성
독일의 국경이 무너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에 베를린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동서 베를린 국경이 있었던 주변에 유난히도 방송국 안테나가 많은 것을 발견했다. 대부분 TV와 라디오 송출 안테나였다.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분리돼 있었지만 서로 전파의 월경을 통해 민족과 문화의 동질성이 전파되고 서로의 교감 환경이 교류되고 있었던 것이 독일 통일의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방사되는 AM 디지털 라디오의 전파는 베트남해역의 러시아 해군에게까지도 전달되고 있어 AM 라디오 주파수는 군사적 용도로도 중요한 자원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과 인도는 DRM 방식의 디지털 라디오 전송 방식을 결정하고 디지털 라디오의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14억, 13억 인구를 가진 거대 시장에 우리의 디지털 기술이 들어가기 위해서도 국내 디지털 라디오 환경 구축은 중요하다. 그 외에도 디지털방송 후발국이 많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및 남미 등 디지털 TV와 디지털 라디오를 비롯해 TV와 라디오를 품은 스마트폰까지 시장 점유를 위해 방송과 통신이 융합한 5G 이동통신과 첨단방송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벌써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 경쟁시대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세계 시장 선점 차원에서 자동차 내 콘텐츠 소비 확산에 대해 우리가 먼저 준비해야 한다. ‘최초이거나, 최고이거나, 아니면 유일한 것’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자동차에 아직도 아날로그 라디오를 심는다는 것도 진부하게 느껴지므로 하루빨리 국내 디지털 라디오 전송 규격부터 규정하고, 디지털 라디오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세계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우리가 먼저 ‘멀티모드 라디오’ 혹은 ‘하이브리드 라디오’를 탑재해 Immersive 몰입형 다채널 오디오 등 다양한 디지털 라디오 서비스 포맷과 수신기를 수출한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 것이다. 옛말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 지금이 그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