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재허가 심사부터 ‘종사자 의견 진술’ 보장하라” ...

“12월 재허가 심사부터 ‘종사자 의견 진술’ 보장하라”
방송독립시민행동 “방통위, 솜방망이 처분 멈추고 방송 황폐화에 제동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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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심사 과정에서 종사자 의견 진술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SBS, KNN, TJB 대전방송 등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12월 시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가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솜방망이 처분’만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참여 방송법 쟁취를 위한 시민행동(이하 방송독립시민행동) 11월 16일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를 엄단하고 재허가 심사 시 종사자 의견 진술 보장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러한 비판에 더욱 힘을 실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OBS에 대해 똑같은 이행조건과 권고가 3년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방통위의 조치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OBS는 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의 부당한 경영 개입으로 내부 구성원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내부 구성원들은 실질적 경영진인 대주주가 경영위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는 지난해 말 OBS에 대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건부 재허가를 결정하고 “지속적 재정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금대여 이외 최다액출자자의 책임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부가한 조건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평가는 회의적이다.

이는 당장 재허가 심사를 앞둔 SBS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 출자자를 TY홀딩스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하면서 ‘종사자 대표와의 성실 협의’를 조건으로 부가했지만,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노조와 사측 간 불화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SBS 노조는 “SBS의 지주회사인 태영건설이 단기 수익에만 목을 매며 SBS의 수익을 외부로 빼돌리는 데 몰두 해왔다”고 지적하면서 “민영 방송의 지배주주가 유의미한 투자 확대에 나서도록 법 제도적 강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BS 노조는 11월 9일부터 ‘대주주의 재투자를 위한 SBS 서명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민방의 경우 프로그램 편성, 수익구조, 경영진 인사와 노동조건 모두가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주주에게 있다. 공영방송이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기본 전제라면 민영방송은 사업장 내부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기본 전제”라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기관인 방통위의 책무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은 모른 채 자신의 지위와 세습에만 골몰하는 대주주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주주 지시로 작성된 재허가・재승인 계획서와 대주주 방패 역할만을 하는 사장의 입바른 변명만을 듣는 심사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대주주 한 마디로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사장, 대주주의 손바닥 안에서 구성되는 경영진이 작성한 계획서와 의견은 노동조합 등 종사자 대표의 의견을 들어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종사자 대표의 의견 진술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10월 14일 전국민영방송 노동조합 협의회 또한 성명을 발표하고, 재허가 심사 시 민방 종사자 대표가 직접 의견 진술할 기회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민방노협은 “방통위가 2020년 지상파 민영방송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지난 30년간 방치해온 대주주 전횡과 방송 사유화 문제를 엄중히 다룰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며, 이를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이 “종사자 대표의 직접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12월 예정된 재허가 심사에서부터 종사자의 의견 진술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방통위가 심사해야 하는 대상은 단지 방송사업의 경영실적보고서가 아니라 방송을 지배하는 대주주의 자격”이라며 “방송을 황폐화시키는 천박한 자본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방통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